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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 들리시나요? 봄의 요정이 인사하는 소리...
 이 소리 들리시나요? 봄의 요정이 인사하는 소리...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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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리 들리시나요?

있는 듯 없는 듯 작은 소리가 귀를 간질입니다. 어디에서 나는 소리일까? 소리 나는 곳으로 눈을 돌립니다. 알 수 없습니다. 정신 줄을 놓고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이제야 들립니다. 들릴 듯 말 듯, 보일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들이 공중에 넘쳐 납니다. 봄의 요정이 인사하는 것 같습니다. 언제부터일까? 귀가 있는 인간이 듣지 못하고 퇴화한 때가.

나무가 새싹을 낳는 기쁨의 현장입니다.
 나무가 새싹을 낳는 기쁨의 현장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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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나무가 새싹 낳는 소리 들리시나요?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바로 쑥 크지요!
 '톡~' 나무가 새싹 낳는 소리 들리시나요? 세상 밖으로 나오는 순간 바로 쑥 크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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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문지릅니다.

가만히 서서 정신을 모았습니다. 그러자 막바지 진통으로 가득합니다. 여기저기'톡~, 톡~' 터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이는 나무가 임산부처럼 온 힘을 모았다가 '톡~' 소리와 함께 아기 새싹을 낳는 기쁨의 현장입니다. 지금 막 태어난 새싹은, 자궁에서 아이가 나오는 그 순간 아주 빠르게 자라는 것처럼, 파릇파릇 돋았습니다. 언제부터일까? 눈이 있는 인간이 보지 못하고 퇴화한 때가.

옺나무 꽃이 한껏 멋을 부리며 피었습니다.
 옺나무 꽃이 한껏 멋을 부리며 피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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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덩굴도 꽃 피었습니다. 이래뵈도 스스로는 패셔니스타입니다.
 청미래덩굴도 꽃 피었습니다. 이래뵈도 스스로는 패셔니스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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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뿐 아닙니다.

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때에 맞춰 번식을 위해 피어나는 꽃들. 산 벚이나 진달래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모두들 멋을 한껏 부렸습니다. 알아주지 않아도 좋답니다. 다 나름대로 제 멋을 갖고 있어 패션모델 뺨칩니다. 활력과 생동감에 넘쳐 납니다. 이처럼 4월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으나 내적으로는 쉼 없이 빠르게 변화 중입니다. 이게 봄이지요.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인간은 둔감해졌습니다.

다니는 이 드문 고요 속의 '흥국사 옛길'입니다.
 다니는 이 드문 고요 속의 '흥국사 옛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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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흥국사 옛길' 중 자내리 쪽 길입니다.
 여수 '흥국사 옛길' 중 자내리 쪽 길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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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18일, 여수 '흥국사 옛길'을 찾았습니다. 남해사 혜신스님의 안내로. 흥국사 옛길은 여수시 중흥동과 상암동 자내리를 잇는 '소통 길'입니다. 이 길은 옛날 장사치들이 봇짐 등을 이고 지고도 다녔답니다. 벗과 연인 등을 만나기 위해 손잡고도 다녔던 '키움 길'이랍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 임도입니다. 그래서 자연과의 교감이 온전히 이뤄지는 곳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이 물이다!"

성철 스님 말씀입니다. 자연 현상을 단순하게 표현한 말을 사람들이 왜 받드는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겠지요. 이제야 알았습니다. 그저 산이요, 물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닙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 숨 쉬고, 노래하며 함께 어울리고 있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그 속에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그 속에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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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상전에서 본 흥국사 대웅전
 팔상전에서 본 흥국사 대웅전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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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연 속에는 생명의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모과꽃.
 모든 자연 속에는 생명의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모과꽃.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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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사 옛길에서 다람쥐, 고라니, 벌 등을 보았습니다. 곳곳에 "멧돼지 조심"이란 문구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초록색을 보았습니다.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그게 아님을 알았습니다. 나무가 발하는 무수한 초록색깔 하나하나가 조금씩 달랐습니다. 하물며, 같은 나무에서 난 잎도 빛이 약간씩 달랐습니다. 이는 자연 속 생명들의 무수한 개성이었습니다. 이 모든 게 산이었습니다.

'졸졸졸졸~'

그저 흐르는 물인 줄 알았습니다. 물은 슬며시 왔다가 잠시 머물렀다가도 서서히 혹은 급하게 흘렀습니다. 흐르는 중에도 많은 생명과 어울리며 춤췄습니다. 심지어 이끼와 돌들도 물과 왈츠를 즐겼습니다. 이 모든 게 물이었습니다. 4월의 물은 움츠렸던 추운 겨울이 간직했던 흐르고자 했던 '염원의 소리'란 걸 알았습니다. 또한 봄이 빚어낸 '생명의 소리'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연은 인간에게 쉼 없이 속삭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열어야 할 이유입니다.

물, 물은 물이로되 그저 물이 아니었습니다.
 물, 물은 물이로되 그저 물이 아니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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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 흐르는 소리는 '염원의 소리'이자, 봄이 빚어낸 '생명의 소리'였습니다.
 4월의 물 흐르는 소리는 '염원의 소리'이자, 봄이 빚어낸 '생명의 소리'였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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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흥국사 옛길, #봄, #자내리, #성철스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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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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