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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중해 해상에서 발생한 난민선 전복 사고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지중해 해상에서 발생한 난민선 전복 사고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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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의 목숨을 건 항해가 잇따라 대형 참사로 이어져 국제 사회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 시각) 리비아에서 난민 700여 명을 태우고 출발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선박이 지중해 해상에서 전복됐다. 이탈리아와 몰타 정부가 해군을 동원해 구조에 나섰으나, 고작 28명을 구하는 데 그쳤고, 대부분 익사하거나 실종됐다.

이탈리아 해안 경비대 대변인은 "해군 경비정 20척과 헬기 3대를 동원해 수색하고 있다"며 "수색 작업이 실종자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시신만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난민선이 항해하는 도중 포르투갈 상선 한 척이 다가오자 구조를 요청하려는 난민들이 선박 한쪽으로 몰리면서 균형을 잃고 전복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선박에는 어떠한 안전 장치도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의 인명 피해 규모가 사실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지중해에서 벌어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거대한 비극에 공포를 느낀다"고 밝혔다.

목숨 걸고 지중해 건너는 난민들

최근 지중해 날씨가 따뜻해져 바다를 건너려는 난민이 많아지면서 난민선 대형 참사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리비아에서 550명을 태우고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되면서 400여 명이 숨졌고, 14일에는 100여 명이 탑승한 난민선에서 종교 갈등으로 싸움이 벌어져 이슬람교 난민들이 기독교 난민 12명을 바다에 던져 살해했다.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내전이나 가난, 질병 등을 피해 바다를 건너려는 난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의 탄압과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목적지는 가장 가까운 유럽 국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정부에 따르면 최근 6일간 1만 1천 명이 넘는 난민이 이탈리아로 들어왔고, 이 가운데 91%가 리비아에서 온 난민들이다. 소말리아, 말리, 수단 등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도 많다.

하지만 무사히 도착할 확률은 높지 않다. 주로 선박이 작고 낡은 데다 정원을 초과하는 난민이 타기 때문에 전복될 위험이 크다. 또한 선박에서 배고픔, 갈증, 전염병 등으로 어린 아이들이 숨지거나 난민들끼리 싸움이 벌어져 살인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지중해를 건넌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은 21만 8천여 명에 달하고, 이 중 3500여 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벌써 1만 4천여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넜고, 9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됐다.

최근에는 난민선을 노린 갱단도 늘어나고 있다. 직접 배를 타고 해상으로 나가 난민들을 납치해 인신매매로 넘겨 돈벌이로 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민들은 생명의 위협과 가난을 피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뒷짐 지고 있다 다급해진 국제 사회, 대책은?

 지중해 해상에서 발생한 난민선 전복 사고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지중해 해상에서 발생한 난민선 전복 사고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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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난민선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국제 사회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 가뜩이나 재정 위기와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들이 난민 수용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에 급속히 퍼지고 있는 '반(反)이민' 정서도 한몫하고 있다.

난민들이 가장 몰리는 이탈리아가 해군을 동원한 '마레 노스트롬'이라는 구조 작전을 펼쳐왔으나,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1월부터 지원을 중단하면서 예산이 대폭 깎인 '트리톤'으로 대체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들은 트리톤의 수색 범위가 너무 좁고, 구조보다는 경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명을 통해 "그들도 우리처럼 더 나은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라며 "배고픔, 박해 등을 피해 행복을 찾고 있던 전쟁의 희생자"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참사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도 "지중해는 무덤이 아니라 바다"라며 "특히 난민선 참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난민들이 쏟아져 나오는 리비아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국제 사회가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인명 피해와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국제 사회도 다급해졌다. EU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오는 20일 룩셈부르크에서 28개 회원국의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사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는 "현실이 가혹한 만큼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며 "EU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도덕적·인도적 의무가 있으며,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비극을 막아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셉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난민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중해는 곧 무덤으로 바뀔 것"이라며 "난민선을 방치하는 것은 대량 학살(genocide)과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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