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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후드득~~ 다시금 콩알 튀듯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오늘 새벽 다섯 시 무렵이었다. 어제도 밤늦게 내린 비가 잠시 휴가를 갔는가 했더니 어느새 또 작당하고 모였지 싶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비를 좋아하는 터여서 나는 다시 건물 밖으로 나가 쏟아지는 비를 잠시 맞았다. 그렇게 일부러 조금 맞아주는 비는 떼를 지어 몰려오는 졸음을 쫓는 데도 안성맞춤인 때문이었다.

두 시간이 지나자 오늘의 주간근무자 경비원이 도착했다. 그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해 주고 옷을 갈아입은 뒤 나오니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었다. 비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는 건 '먼지잼'이다.

그런 비는 아예 대놓고 나서서 맞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퇴근길의 비는 더욱 발전하여 장대비(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내리는 비)에 육박했다. 그건 지하철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환승한 중앙로역 지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집으로 전화를 했다. "여보, 비가 조금 오면 그냥 가도 되는데 더 굵어져서 전화했어. 우산 좀 가지고 나와 줄 텨?" 아내는 흔쾌히 그러마고 했다. 시내버스는 복합터미널을 지나 잠시 후 내가 늘 하차하는 정류장에 섰다.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손에 쥔 우산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난 그 우산을 일부러 펴지 않았다. 대신 아내에게서 우산을 뺏아 내가 들었다. 우산 하나로도 우리 둘은 얼마든지 비를 피할 수 있었으니까.

또한 그리해야 참 오랜만에 우산 속 데이트까지 즐길 수 있었음에. "힘들지?" 아내의 걱정이 참 고마웠다! "괜찮어, 난 아직 쌩쌩해." 말은 그리 했지만 24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나온 나의 컨디션이 정상일 리 만무였다.

하지만 명색이 가장이자 남편이며 또한 두 아이의 아빠인 나이거늘 어찌 약한 척을 한단 말인가. 얼추 40년 전에 만난 아내이다. 당시도 비는 변함없이 내렸다. 그 비를 피하는 우산을 쓰고 그 안에서 우린 수다를 떨었으며 참 그렇게 행복해 했다.

수년 여의 연애 끝에 가정까지를 꾸린 우리는 올해로 어언 34년 차 부부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 역시도 불변한 건, 내가 못 나서 여전히 가난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내를 보자면 늘 그렇게 미안할 따름이다.

집이 가까워오자 비는 시나브로 가랑비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 맘은 일모도궁(日暮途窮)의 작달비로 바뀌는 느낌이었다. 나이는 더욱 먹어 가는데 그러나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막힌 상태인 것과도 같은.

어쨌거나 집에 돌아오자마자 여전히 정성으로 아침밥을 챙겨주는 아내의 모습에서 나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동력인 아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산다는 건 이런 것인가 보다.


태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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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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