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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야근을 마친 뒤의 이튿날은 쉰다. 그리고 쉬는 날의 최대 위안은 술을 마시는 것이다. 그래야 부족했던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신다는 건 아니다.

술을 마시는 데도 나름의 원칙이 있다. 우선 아내와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간다. 그리곤 술과 안주 외에 점심식사까지 아울러 해결한다.

아내는 작년에 허리와 어깨가 부실한 탓에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 바람에 체중이 급격히 줄었다. 자꾸만 뭐라도 먹여서 상실된 몸무게를 채워주고 싶다. 그 의도가 드러난 게 이처럼 툭하면 외식을 같이 하는 것이다.

술은 동전의 양면성과도 같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닫혔던 문을 쉽사리 열어주는 열쇠 노릇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서로 상처를 주고 심지어는 폭력사태로까지 치닫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술 먹고 실수하기는 매한가지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정구선 지음 / 팬덤북스 펴냄 / 2014.05 / 1만3000원)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정구선 지음 / 팬덤북스 펴냄 / 2014.05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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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라는 책을 보면, 조선시대에는 대궐에서 조회를 마친 후, 임금이 신하들에게 자주 술을 내려 위로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국상 중에 술을 마셔 파면된 관리도 있고, 임금에게 술을 마시라고 강권하는 신하들도 속출하였다고 하니, 역시나 술은 요물이지 싶다. 책에 등장하는 에피소드 중의 압권은 세조의 신임을 받아 영의정에 오른 정인지였다.

그는 술을 마시면 주사가 심한 이였는데 만취한 그는 심지어 세조에게 "너"라고 부른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런 따위로 말미암아 여러 번 탄핵을 받거나, 귀양을 가기도 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라 하겠다.

세조와 달리 조선의 21대 왕 영조는 계주윤음(戒酒綸音)을 6차례나 내리며 문무백관들에게 술을 금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왕이든, 대통령의 지엄한 명일지라도 이를 반대하는 이는 있(었)는가 보다.

당시 함경남도 남병사 윤구연이 임금의 명을 어기고 밀주를 만든 사건이 일어나자, 영조 임금은 대노하여 그를 일벌백계 차원에서 참형에 처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추모식장에 다녀왔다. 당시 세월호 선장의 평소 음주 습관까지 도마 위에 올랐음을 기억한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는 예전에도 음주항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단다.

술만 먹으면 입이 변소인 사람을 일컬어 우린 쉬이 '개차반'이라고 부른다. 이는 개가 먹는 음식인 '똥'이라는 뜻으로, 언행이 몹시 더러운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반면 '개호주'는 범의 새끼를 뜻한다.

'범'은 또한 호랑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술을 먹되 개차반이 되어선 안 되겠다. 대신에 술을 먹었든 안 먹었든 여전히 과묵하고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 견지의 개호주가 된다면 뉘라고 감히 그에게 뭐라 하겠는가?

덧붙이는 글 |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정구선 지음 / 팬덤북스 펴냄 / 2014.05 / 1만3000원)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 - 조선왕조실록으로 들여다보는 조선의 술 문화

정구선 지음, 팬덤북스(2014)


태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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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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