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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승객 476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295명이 사망했고 바다 속엔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그 중에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아이들이 있었다.

어느덧 세월호 참사 1주기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건만 실종자가 아직 남아 있다. 실종자 아이의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를 만났다. 다음은 이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세월호 1년, 어땠냐고요? 죽지 못해 사는 거죠"

 세월호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세월호 실종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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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항상 받는 질문인데 글쎄요. 이런 일을 직접 당한 사람이라면 그런 질문을 못할 것 같아요. 왜냐면 저 같은 경우 실종자 엄마이기 때문에 1년 동안 아이가 세월호 속에 있는 걸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으면, 가족이 바다 속에 있는 걸 알면서 어떻게 지냈을까요? 죽지 못해 살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딱 하나, '데려와야지'만 생각하지, 다른 생각 못해요.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2014년 4월 16일에 살고 있어요. 사고 나서 현장으로 달려갔던 그 마음. 그리고 아직도 안 믿어지고요."

- 1년 전 사고 소식은 어떻게 들었나요.
"지인이 전화를 해서 단원고 배가 침몰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TV를 켜보니 정말 배가 넘어가고 있더라고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저와 통화했던 아이인데... 밥 먹었다고 했고, 배가 약간 이상하다고 했고, (오전) 9시 12분에 전화해서 (배가) 45도 기울었다고 했어요."

- 조심스럽지만, 은화 얘기가 듣고 싶어요.
"은화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고 사랑했던 아이죠. 엄마 속상한 일은 한 번도 안 한 아이였어요. 엄마들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마냥 (은화가) 저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 같아요. 제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같이 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면 같이 안아주고 뽀뽀해 주면 같이 뽀뽀해 주고 제가 밥 먹으면 숟가락에 반찬 놓아주고 했어요."

- 수학여행 가기 전에 어땠나요.
"친구들과 카톡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얘기하며 물건도 저와 같이 쌌어요. 거실에 앉아 수건과 바지 하나 하나 말고 속옷도 날짜별로 입을 거 말면서 재밌게 갔다 올 생각이었어요. 누가 이런 일을 당하거나 오래 이런 일을 겪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거예요."

- 처음 진도 갔을 때 어땠나요.
"진도실내체육관에 들어가니까 전원 구조 또는 2학년 1반 구조라고 했는데 아이들은 많이 안 와 있었고 생존자 명단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땐 다른 데 구해져 있겠거니 하는, 작은 끄나풀이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처음에는 바다를 보면서 (배가) 바로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가서 보니 (가는 데) 한 시간 넘게 걸리고, 그 상황이 오래되다 보니 (아이가) 살아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것은 인간이 겪지 말아야 할 일이에요. 인간이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당해서는 안 되는 일인 것 같아요."

- 은화 오빠도 많이 힘들어 한다고 들었어요.
"(은화 오빠가) 팽목항에 사고 다음 날 내려가서 (수색) 작업 종료할 때까지 있었어요. 어른들도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든데 20살짜리가 그것을 감당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죠. 16일을 앞두고도 내려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생각했어요. 은화를 생각하면 내려가는 게 맞고 자기를 생각하면 안 내려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 거죠."

"세월호 인양 가능? 말장난한 거죠"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4.16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가운데)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선체인양을 호소하고 있다.
▲ 눈물로 '선체인양' 호소하는 은화엄마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인 조은화 양의 어머니인 이금희 4.16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가운데)이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는 결의안'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선체인양을 호소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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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수색이 종료된 후 상황은 어떤가요?
"수색할 때는 하루하루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벌써 150일이 넘게 수색을 안 하고 있어요.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게 지옥이죠. 그 후로 부표만 세워져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사람이 들어가 작업할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정부의 시간 끌기 같아요. 도대체 몇 개월째 기술적인 방법만 논의를 하고 있냐고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안 구했죠. 처음엔 살려 달라고 빌었고 찾아 달라고 또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빌었고 뼈라도 찾게 해 달라고 빌고 있어요. 6개월째 기술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얘기하는데 과연 실종자를 사람으로 생각하나, 실종자 부모 또한 국민으로, 사람으로 생각하나, 그런 생각이 들죠."

- 진도체육관에 빈자리가 늘어날 때마다 두려움이 컸을 것이고, 지금도 여전할 것 같아요.
"그때는 그래도 빈자리가 하나하나 (늘어) 나면서 나도 거기에 들어갈 수 있겠지라는 작은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수색은 종료되었고 6개월째예요. 생각을 해보세요. 6개월째 아무것도 안 하는데 부모가 무슨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요? 여전한 게 아니라 사람 죽이는 거죠. 이건 가족을 다 죽이고 있는 거예요.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을 할 때가 낫지 않았나'라는 말을 해요."

- 당시 가족들이 수색을 중단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아요.
"그건 저희가 원한 게 아니라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유도를 한 거죠. '만약 (수색) 작업을 오래 끌고 가면 인양 안 할 거다'라는 식으로. 그래서 가족 입장에서는 '혹시 인양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주영 당시 해수부 장관이 인양 또한 수색의 한 방법이라고 했잖아요. 인양 또한 수색의 한 방법이고, 겨울 물살이라 잠수사의 안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방법을 통해서라도 가족을 찾아 달라고 얘기한 거지, 작업을 포기하거나 가족을 포기한 적은 없습니다.

대통령은 마지막 한 명까지 구조하겠다면서요? 유가족 여한 없게 하겠다면서요? 유가족들 길거리에 나와 있잖아요. 피해자가 304명이고 피해자 가족들 또한 피해자예요.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때요? 이 사람들이 가해자고 난봉꾼이고 폭도가 돼 있어요. 이건 아니죠. 저희가 원하는 건 딱 하나. 실종자 가족은 실종자 찾아주고 유가족들은 내 새끼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것 하나. 그런데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요? 내 가족이 죽었는데 이유도 알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 언론에도 하실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언론이 조금만 정확한 방송을 해줬으면 애들 그렇게 다 안 죽었죠. 지난 걸 되돌릴 수는 없다고 봐요. 언론이 지금이라도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 편에서 생각하고 보도하면 좋겠어요. 가족들이 언제까지 밖으로 나와야 하고 언제까지 아파해야 하냐고요. 이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요. 내 새끼가 돌아오지도 않고 왜 죽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살라면 어떻게 사냐고요."

- 해수부가 지난 10일 인양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요.
"이건 기술적인 검토를 하는 게 아니라 정부가 인양 발표를 해야 되는 거죠. 인양이 수색의 한 방법이라기에 인양을 요구했더니 6개월을 끌잖아요. 그것처럼 인양 가능하다고 해놓고 몇 개월 끌면 소용없잖아요. 해수부는 '인양할 수도 있다'고 말한 거고 대통령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얘기한 거지, 변한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말장난 한 거죠."

-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이 논란인데요.  
"우리 대통령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사고 났을 때도 7시간 없었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대통령이 언론에 대고 실종자, 유가족, 국민에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고 그게 전 세계로 나갔어요. 그래놓고 지금은 약속 지킨 거 하나도 없잖아요. 몇 백 명이 죽는 걸 국민이 보고 전 세계가 봤는데 그 약속을 안 지키면 대통령과 정부가 어떤 약속을 지키겠어요."

- 오드리 헵번의 아들이 진도에 세월호 추모의 숲을 조성한다던데.
"아이들이 이런 죽음을 안 당하고 행복한 나라에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오드리 헵번의 큰아들인 션 헵번이 와서 나무를 심어요. 그런 마음이 우리나라 국민성이어야 되고, 대통령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외국 사람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나무를 심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세워진 겁니다. 그런데 국민을 무시하고 본인이 약속한 걸 안 지키는 건 아니죠."

- 은화에게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해주세요.
"제가 아는 딸은 제가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하는 걸 원치 않을 것 같은데 엄마이기 때문에 안 할 수도 없어요. 엄마가 찾아줄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시간이 짧았으면 좋겠어요. 아마 마지막에 바지선 타고 안 가본 사람들은 모를 겁니다. 그 안의 물건에서 나던 썪은 냄새와 시궁창 냄새... 그리고 사고현장 CCTV를 찍었을 때 내 새끼가 거기 있다는 생각에 얼마나 비참한지, 정말 거기 냅두기 싫어요. 그래서 은화를 데려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고 데려오리라고 믿어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2014년 4월 16일에 이런 일을 겪고 당하리라고 생각했으면 과연 학교를 보냈을까요? 수학여행도 마찬가지죠. 안 보냈을 거예요. 그러나 이런 사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게 대한민국이더라고요. 그래서 가족 간에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세월호가 잘 마무리 될 수 있게 가족의 마음으로 힘을 모아 주시면 좋겠어요.

물론 (저희가) 실수하기도 할 거고 국민들 보기에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너무 억울하고 아프고 힘들어서 그래요. 그런 부분들을 조금만 더 배려하고 이해하는 부분으로 봐주셔서 세월호가 잘 마무리 되면 좋겠어요. 부모들이 길거리 나와서 우는 일 없고, 이번 사고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변화되는 대한민국이 되면 좋겠어요. <오마이뉴스> 독자들이 힘을 보태 주시면 좋겠어요."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 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금희, #조은화, #세월호, #실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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