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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3월 30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 제54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확정, 방기성 안전정책실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정부가 3월 30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 제54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심의·확정, 방기성 안전정책실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의 구체적인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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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정부가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정부가 내놓은 답이다. 물론 이 '마스터플랜'에 앞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도 여러 가지가 있고, 시행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넉 달 전에 정부가 선박안전강화의 일환으로 국회에 제출한 '해사안전감독관' 제도 도입을 위한 해사안전법 개정안은 세월호 참사 직후 통과됐다. 공무원 신분인 이들 감독관들을 40여 명 채용한 해양수산부는 이번 달부터 이들을 현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법안을 내지는 않았지만, 국회에서 해운법이나 선박안전법 등을 개정했다. 사업자의 중대과실에 따른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그 처벌도 강화됐다. 선박안전법이 개정되어 선박을 임의로 개조하거나 복원성 유지 의무를 지키지 않거나, 또는 화물고박을 불량하게 할 경우 처벌하는 수준이 강화됐다.

세월호처럼 객실을 증개축하려면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등 세월호 참사에서 확인된 문제점을 일부 개선하는 조치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충분할까?

안전관리 위탁구조 여전, 공공안전 책임 벗어나려는 정책 방향

 박근혜 대통령이 3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월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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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직후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 중에 하나가 선박 출항 전 안전운항에 대해 지도감독 업무를 하고, 출항정지까지 요청할 수 있는 운항관리자가 여객선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의 조합인 해운조합이 선임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국회는 해운법을 개정해 올 7월부터는 선박안전기술공단이 선임한 운항관리자에게 지도감독받도록 했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이 해운조합보다는 공공성이 더 있는 기관이지만, 선박 안전운항을 정부가 직접 담당하지 않고 공단에 위탁하는 구조는 변함이 없다. 게다가 이 선박안전기술공단이 국민의 안전을 위탁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인지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 후 실시된 검찰 수사에서 선박안전기술공단 소속 선박검사원들이 대형선박에 대해 안전검사를 하지 않고도 검사를 한 것처럼 증서를 내준 것이 적발됐고, 공단 이사장 등의 부패사건도 드러난 바 있다.

새로 도입된 여객선 안전관리책임자 제도 역시 위탁 구조를 허용하고 있다. 해운법을 개정해 여객운송사업자는 안전관리책임자를 두는 게 의무화되었지만, 해사안전법에 따른 안전관리대행업자에게 안전관리책임자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 여객운송사업자의 책임을 대행업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재연되고 있다.

물론 소규모 여객운송사업자의 경우 전임자를 채용하기 어려워 위탁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지만 대형 여객운송사업자, 즉 안전관리책임자를 직접 채용할 수 있는 사업자들에게도 대행하게끔 할 이유가 없다. 안전관리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특히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금지해야 하는 안전관리 업무의 위탁대행은 여전하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는 안전에 대한 책임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정책방향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 3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제7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발표된 정부의 '안전산업 활성화 방안'을 보자.

여기에서 정부는 "주요 선진국은 민간의 자율 규제가 중심이 되나 국내의 경우 재난·안전을 공공의 역할로 인식, 정부에 대한 시장의존도가 높음", "안전진단·점검 기능을 공공부문이 상당수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읽는 이를 놀라게 한다.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국가와 정부를 기대하는 시민의 생각과는 반대방향을 향하고 있는 게 정부의 정책이다.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무시한 정부의 마스터플랜

정부가 밝힌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마련한 안전대책 검토결과를 반영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힘겨운 투쟁 끝에 제정된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운영되는 세월호 특조위는 재발방지와 안전대책을 제시할 책임을 부여받았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세월호 특조위는 ▲ 4·16세월호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법령, 제도, 정책, 관행 등에 대한 개혁 및 대책 수립에 관한 사항 ▲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 ▲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관한 사항을 다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 안전사회 소위원회도 구성된다.

하지만 정부는 세월호 특조위가 내놓을 안전사회 종합대책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그 어디에도 담지 않았다. 이 마스터플랜은 올해 추진할 과제뿐만 아니라 2016년과 2017년 이후 추진할 정부 정책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정부가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을 존중한다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세월호특별법 제정과 시행령 마련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태도, 즉 세월호 특조위를 철저히 무시하고 고사 시키겠다는 태도 때문이기도 하고, 안전대책은 정부가 마련한 것으로 이미 끝이라는 독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혼선과 비효율의 극치였던 재난대응기구, 국민안전처는?

"아이들을 구하라"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린 국민총력행동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 앞으로 '아이들을 구하라'가 적힌 깃발이 날리고 있다.
▲ "아이들을 구하라"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사고 1주기를 맞아 열린 국민총력행동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 앞으로 '아이들을 구하라'가 적힌 깃발이 날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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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쯤 지난 지난해 5월 19일, 박 대통령은 국민안전처를 신설하고 해경을 해체하는 등 정부조직 개편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부의 재난 대응체계에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해보지 않고 내놓은 대통령의 발표는 사회적 토론을 봉쇄했다. 안전업무를 몽땅 모아서 해결하는 '조직'을 하나 만들 테니 안심하라는 게 대통령이 국민에게 한 말이었고, 그 말대로 정부 조직개편은 끝났다.

세월호 참사에서 컨트롤 타워가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고, 국민안전처는 컨트롤 타워 기능을 맡았다. 그렇지만 국민안전처는 산업안전, 학교안전, 교통안전, 시설물안전 등 재난대응 바깥의 안전정책까지 떠맡았다. 재난대응을 넘어선 안전정책은 '안전점검과', '안전개선과', '승강기안전과', '안전제도과', '안전기획과' 등을 거느린 안전정책실의 업무다. 문제는 이 안전정책실의 역할은 각 분야별 책임행정기관과 중복되어 혼선과 비효율만 불러올 수 있다.

교통수단의 안전기준과 점검은 해양수산부나 국토교통부에서 책임지는 것이 맞다. 건물이나 시설물의 안전기준도 국토교통부가 책임지고,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기준은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이 맞다. 산업시설의 안전기준은 또 그에 걸맞은 행정기관이 다루어야 한다. 각 전문 분야별 안전기준 마련과 점검은 해당 분야의 행정기관이 맡아야 효율적이고, 역할에 따른 책임의 경계도 분명해진다.

중복 분야가 생길수록 행정기관간의 다툼 또는 책임전가 가능성만 늘어난다. 결국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충분한 진단과 토론없이 보여주기식으로 급하게 진행된 정부조직 개편이 불안감을 더 키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근용 기자는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입니다. 다음 편은, 정부와 국회에서 법제화하고 있지 않은 재난과 안전관련 시민사회의 요구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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