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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다섯 살. 성인이 된 누군가는 '한창 좋을 때'로 기억하고 있을 시절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겐 그 의미와 상황이 좀 다른 듯합니다. 대입의 전초전인 '고입'을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혹은 부모들이 있고, 또 다른 아이들은 줄 세우기, 경쟁교육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길을 찾는 등 애를 씁니다. 올해로 창간 15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는 세계 각국 15세 아이들의 현재와 그들의 고민을 담은 기획 '세계 속 15세'를 몇 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눈이 내린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흔하게 내리지 않는 눈이. 동네의 꼬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온다. 금방 녹아버리는 눈이 아쉬운 듯,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며 쓰레기봉투를 썰매 삼아 언덕 위를 미끄러진다. 이스탄불 사람들은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감상적이 되어가지만, 이 도시의 교통은 순간적으로 마비되어 버린다.

스노우타이어가 아직 보급되지 않은 이 도시에서는 눈이 내렸다하면 교통사고가 잇따른다. 혼란과 혼돈 속에서 직장인들은 두세 시간을 앞당겨 퇴근길에 나선다. 그리고 이 눈이 녹을 때까지 이스탄불의 거의 모든 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선다.

 올해 15살이 된 부우라
 올해 15살이 된 부우라
ⓒ 배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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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라(15·Buğra) 역시 1월 초 도시를 하얗게 뒤덮은 눈 덕분에 3일간 학교에 가지 않았다. 밤이 새도록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와 '카운터 스트라이크(Counter strike)'라는 컴퓨터 오락에 빠져 있었고, 오후 1시쯤이 되어서야 침대에서 일어났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의 외동아들인 부우라는 양육을 도와주시는 외할머니가 차려주는 아침 겸 점심 식사를 한 후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휴교라는 것은 곧 방학이며, 부우라는 방학동안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처럼 게으름을 피운다.

보통 부우라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된다.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15분 뒤 스쿨버스를 타면 부우라는 다시 잠을 잔다. 스쿨버스에 제일 처음으로 타는 부우라는 이 동네 저 동네를 돌아다니며 1시간 30분 동안 학생들을 태우는 스쿨버스가 학교에 도착하는 8시 45분에 다시 일어난다.

9시에 학교 수업이 시작된다. 40분 수업, 10분 휴식. 반에는 20명의 친구들이 있다. 첫 수업이 시작되기 전 모든 학생들은 담임에게 핸드폰을 제출해야 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언제나 같은 교실에 머물면서 매 시간 다른 강의와 선생님을 기다린다.

다른 나라 아이들과 비슷한 터키의 아이들

정오.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1시간의 떠들썩한 자유가 주어진다.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다보면 다시 수업이 시작된다. 4시가 되어서 모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은 담임으로부터 다시 핸드폰을 돌려받는다.

스쿨버스에 탄 친구들은 모두들 조용하다. 각자 본인의 핸드폰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받은 메시지를 체크하고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SNS를 방문해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하다보면 또 1시간 30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부우라는 집에 도착한다. 할머니가 차려주는 간식을 먹고 부우라는 학교숙제를 재빨리 끝낸 뒤, 컴퓨터 오락을 시작한다.

그렇다고 부우라의 삶에 '절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매일 저녁 7시 30분부터 약 두어 시간 농구훈련을 받는다. 부우라는 주니어농구선수이며 농구로 장학금을 받는다. 농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학입시시험인 OYS와 OSS의 결과와 함께 대학교에 진학할 때 가산점을 비롯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

터키는 6세 이전까지의 유치원교육, 6세부터 14세까지의 초중교육 8년, 그리고 15세부터 18세까지의 4년 고등교육을 마친 후 대학교나 특성화된 전문대학교에 진학한다. 이스탄불, 앙카라, 이즈미어 등의 대도시 대학진학률은 다른 소도시들보다 높고 경쟁도 치열하다. 어느 나라에서나 마찬가지로 공부를 잘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지만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진학하는 상류층 자제들도 많고, 특기나 특별활동 등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많다.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의 마지막 1년을 '오젤 데얼스하네(Özel Dershane)라고 불리는 입시학원에 등록해 학교와 학원을 바쁘게 오간다. 때문에 부우라처럼 당장 대학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지 않은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교에 가고 집에서는 숙제를 하는 정도의 여유로운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낸다.

부우라의 반에는 총 20명의 반 친구들이 있다. 그 중에 오젤 데얼스하네, 즉 입시나 과외학원에 다니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다. 모두들 3G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며 '셀피'에 웃고 '인스타그램'의 멋진 사진과 '유튜브'의 웃기는 비디오에 열광한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고, 여학생들은 옷과 외모에 관심이 많다. 이성친구를 사귀는 친구들도 꽤 많다.

터키에도 왕따가 있을까? 부우라에게 터키의 학교 내에 한국의 왕따와 비슷한 상황이 존재하느냐고 물었다. "남들과 다르고, 남들보다 가난하고, 남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아래 폭력을 휘두르거나 단체로 따돌림을 하는 경우는 없다"며 "그냥 대다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들이 있는데 그런 아이들과는 그냥 자연스럽게 반친구로 지낸다"는 게 부우라의 답변이다.

영어가 제일 좋고 대학에 진학하면 컴퓨터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부우라는 20명 중에 10등 정도를 한다고 말한다.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서 컴퓨터오락을 할 때와 농구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부우라는 지금의 15살 삶에 만족한다고 한다.

허리띠 졸라매며 아이 사립학교 보내는 부모들

 부우라는 주니어 농구선수다.
 부우라는 주니어 농구선수다.
ⓒ 배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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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라의 부모님이 맞벌이로 얻는 수입의 반은 네 식구가 살고 있는 집의 월세로 지출된다. 전세 없이 오직 월세만 존재하는 터키에서 많은 서민들은 큰돈을 저축하며 여유롭게 살고 있지는 못하다. 큰 낭비 하지 않으면서 절약하지만 여전히 가계수입을 압박하고 있는 것은 교육비다. 한국에서는 사교육비가 가계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터키에서는 사립학교의 등록금과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층들은 웬만하면 자식들을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터키에서는 국공립과 사립학교의 교육의 질이 매우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립학교의 경우, 초등학교는 아직도 2부제가 일반적이다. 아침 7시부터 12시까지 1부,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2부, 이렇게 학생들을 나누지 않으면 이스탄불 대도시의 어린아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학교는 제한되어 있는데,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에 진학한 학생들의 가정은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높고 비슷한 문화와 삶의 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 간의 친화력도 높다. 영어 및 제 2외국어를 배우는 데 더 질 높고 폭 넓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예체능과 관련된 특별 활동의 기회도 많다. 그리고 이런 사립학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이 가깝더라도 스쿨버스를 이용해 안전하게 등하교를 한다. 명문대로의 진학률도 더 높다. 터키의 부모들은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진학시키려 한다.

부우라의 부모도 이런 생각에 부응해 부우라를 도아 콜레지(Doğa Koleji)라는 사립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사실 맞벌이를 하는 부우라 부모의 수입을 다 합쳐도 부우라를 이 학교에 보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부우라의 아버지는 이리 저리 발로 뛰어 부우라가 농구장학생으로 이 학교에 진학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외동아들. 아버지는 아들에게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한다. 자녀가 부모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한다는 바람은 터키에서도 통한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왜 없겠어요? 오락 그만해라 공부 더 많이 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있지만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부모님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이 내 삶을 더 쉽고 풍요롭게 해줄 거라고 믿고 계세요. 분명히 맞는 말씀이지만 저도 학생으로서 아들로서 해야 할 일은 하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어느 정도 저를 믿어주시고 공부를 너무 강요하지 않으셔서 좋아요. 저도 그런 부모님을 존경하고요. 전 지금, 그냥 행복해요."

천차만별인 아이들, 하지만 확실한 것 한 가지

부우라는 행복하다. 물론 터키의 15살 아이들의 삶이 모두 부우라의 그것과 같지는 않다. 부유층, 상류층의 자녀들은 서민들이 엄두도 못 낼 만큼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에 다니며 중요한 과목에는 개인교사를 두는 게 일반적이다. 개인교사들은 수업지도는 물론 학생들의 숙제를 봐주며 때로는 대신 해주기도 한다. 터키에서 판매되지 않는 럭셔리 시계를 사기 위해 스위스로 주말여행을 다녀오는 고등학생들도 있다.

반면, 학교가 끝나면 약국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빈곤층의 자녀도 있다. 아예 학교를 포기하고 돈을 벌고 있는 아이들도 꽤 있다. 덩치가 조그마한 십대 초반의 아이들이 20리터의 커다란 물통을 배달하거나, 이발소에서 빗자루를 들고 머리카락을 쓸고 있는 조그마한 소년을 보는 게 이스탄불에서는 어렵지 않다. 학교에 있어야 할 아이들을 노동시장에서 봐야하는 것은 불편하고 슬프지만, 이것이 이스탄불의 또 다른 현실이다.

2월 중순... 밖에는 다시 눈이 내린다. 눈이 거대하고 복잡한 도시 이스탄불을 하얗게 덮어버린다. 또 다시 휴교령이 내렸다. 부우라의 나이로 보이는 아이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눈싸움을 한다. 소리를 지르며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그들의 꿈은 다를 것이다. 그들의 삶은 불평등할 것이다. 초라할 수도 있고 완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기대가 있다. 젊은 그대, 그들이 바로 터키의 '희망과 미래'라는 것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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