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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인권 보호를 위해 공판안내서에 일부만 기재하게 돼 있는 피고인명을 인천지법이 실수로 전체를 공개해 물의를 빚고 있다. 피고인들은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고, 변호사회도 무죄추정의 원칙을 일부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인천지법에 따르면 10일 지법의 한 형사법정 앞 게시용 공판안내서에는 피고인의 죄명과 함께 본명이 여과없이 노출됐다. 폭행·상해·성매매알선·위증·사기·명예훼손·뇌물공여·횡령·절도 등 106건에 달하는 범죄혐의와 나란히 122명에 달하는 피고인 신분의 실명이 일반에 그대로 공개됐다.

통상적으로 법원은 공판안내서에 기재된 피고인명을 김○수, 이○호, 박○미 등으로 표기해 피고인을 제외한 일반인들이 특정인임을 알지 못하게 한다. 법관이 확인하는 내부용 공판안내서는 이름 모두가 표기되지만 일반인들이 볼 수 있는 게시용 안내서에는 비공개로 게재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법당국은 지난해 7월 25일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해 죄가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들의 사생활과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인천지법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늦게까지 피고인 실명을 모두 공개한 채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밝혀지며 피고인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실명이 노출된 피고인들은 재판을 마치고 나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섰던 A씨는 "아직 죄가 성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판안내서에 죄명과 이름이 공개돼 크게 당황했다"며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게 돼 내 이름과 죄명을 볼까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B씨도 "혹시 몰라서 옆 법정과 민사법정도 봤는데 피고인 이름은 모두 비공개였다"며 "법원은 가벼운 실수로 여길 수도 있지만 법이 확정되지 않은 당사자에겐 얼굴을 들고 다니기 어렵게 만드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천변호사회의 한 관계자는 "법원 스스로 무죄추정 원칙을 훼손했다"며 "이름이 공개된 피고인들이 법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법원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공판안내서를 출력할 때 내부용과 게시용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평소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례적인 일인데 확인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호일보(kihoilbo.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천지방법원, #무죄추정의 원칙, #공판안내서, #형사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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