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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경관의 피> 겉표지
ⓒ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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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인다'라는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 부모와 비슷한 외모나 취향, 성격을 가진 자식들을 보면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성격이나 기질, 생김새 및 혈연관계 등 대대로 이어지는 모든 것들을 뭉뚱그려서 '피'라고 부른다. 이 피는 직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몇 대째 이어져오고 있는 식당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종목의 운동선수인 경우도 있다. 대를 이어서 변호사 활동을 하는 집안도 있다. 이럴 경우 '피는 못 속이는 구나'라고 표현한다.

이런 피는 경찰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이다. 아버지가 훌륭한 경찰이었다면, 그 아들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경찰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나아가서 그 손자도 경찰이 되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후 혼란기에 벌어진 미결살인사건

사사키 조의 2007년 작품 <경관의 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그런 인물들이다. 이 작품에서 경찰이라는 직업은 아버지에서 아들, 손자로 까지 이어진다.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아버지의 모습, 지역 주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아버지의 활동을 보고 자신도 경찰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작품의 시작은 1948년의 도쿄. 전쟁이 끝나고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상은 부흥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식량은 물론 주거와 의복도, 모든 것이 종전 직후의 상태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변변한 일거리도 없다.

주인공 안조 세이지는 결혼한지 반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직장이 없는 백수다. 그는 경찰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그 시험에 응시한다. 도쿄의 치안상태가 안좋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경찰이 필요한 시절이었다. 세이지는 간단한 신체검사와 필기시험만으로 경찰관이 된다. 비록 박봉이지만 번듯한 제복경관이 된 것이다.

세이지가 근무지로 발령받고 약 반년 후에 공원에 살던 한 젊은 노숙인이 교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다음 해 초에 또 다른 젊은이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세이지는 이 두 사건의 범인이 동일인이라고 확신하지만, 범인은 밝혀지지 않고 미결로 남게 된다. 그리고 세이지의 아들, 손자에게로 이어진다.

60년 동안 변해가는 대도시의 풍경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친 경찰의 이야기를 다루었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 그만큼 많은 시간이 흘러간다. 그에 맞게 분량도 많은 편이다. 약 700페이지에 걸쳐서 60년의 세월이 지나간다. 1948년에 시작한 이야기는 2007년이 되어서야 끝난다. 세이지가 궁금해했던 두 건의 살인사건 진상도 그때서야 풀리게 된다.

<경관의 피>는 미스터리이면서 어찌보면 일종의 '시대소설'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도쿄가 변해가는 풍경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도쿄의 경치나 풍습,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사실에 기초해서 그리고 있다.

전쟁 이후 60년 동안, 도쿄에도 변한 것이 있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 것이다. 주인공 가족이 살았던 낡은 아파트 거리, 수많은 사찰, 한 잔 마실 수 있는 작은 선술집, 술 취해서 '진상'을 부리는 사람 등. 작가는 그런 대도시를, 경찰의 눈을 통해서 들여다보려고 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역시 작품을 읽다보면 주된 관심은 인물들에게 가게 된다. 어떻게 해서 3대에 걸친 경찰집안이 나올 수 있었는지, 그들은 왜 경찰이라는 직업을 택했는지, 주변 사람과 동료경찰들은 그런 집안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보게 된다. 자식들은 부모를 바라보면서 성장하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가족소설'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경관의 피> 사사키 조 지음 / 김선영 옮김. 비채 펴냄.



경관의 피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비채(2015)


태그:#경관의 피, #사사키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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