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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는 오류 없고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교과서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낸 서면 답변에서 "역사 교육은 통일된 내용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황 장관 후보가 "국정 교과서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라면서 거세게 항의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학부모 56%가 국정 교과서 선택"?

이로부터 두 달이 흐른 지난해 10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한국사 교과서 개발 방식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를 벌였다. 질문은 황 장관의 '국정 교과서 추진' 발언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든 여론조사 문항지.
 교육과정평가원이 만든 여론조사 문항지.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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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내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한국사 교과서 개발 방식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1. 균형 잡힌 역사 인식과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역사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사 교과서를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국가가 주관하여 하나의 교과서를 만들고 전국의 학생들이 동일한 교과서를 사용하는 방식.
② 민간 출판사가 만들고 정부의 심사를 거친 여러 개의 교과서 중 하나를 학교에서 선택하는 방식.

위와 같은 내용으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학부모의 56.2%가 국정 교과서 발행 방식인 ①번을 선택했다. 검정 교과서 발행 방식인 ②번을 선택한 학부모는 42.5%였다.

교사들은 그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 ①번(국정제) 응답은 41.5%인 반면 ②번(검정제) 응답은 56.3%였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학부모와 교사는 각각 1707명과 2911명이었다. 검정 교과서로 직접 가르쳐온 고교 교사의 검정제 선택 비율은 66.4%였다.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과정평가원의 보고서 <역사교과서 관련 여론조사 및 분석> 설문 결과가 공개되자 국정 교과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이 연구는 '교육부의 요구 공문'에 따라 교육과정평가원 소속 연구원 5명이 진행한 것이다. 내부 수시 과제 연구비는 4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일부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 '국정 교과서 답변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여론조사 질문 내용이 국정 교과서를 추진해 온 황 장관의 발언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전문기관의 실장은 "문항이 생각의 폭을 가둬둔 형태로 설계됐기 때문에 어떤 방향(국정교과서)을 제시한 질문이 되었다"면서 "답변 또한 '국가'와 '민간' 등 2개 중 하나만 고르도록 제시해 결국은 '국가가 주관하여'라는 답을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질문지에서 이미 '8종 교과서가 논란이어서 새로운 교과서 개발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는 식으로 교학사 역사 교과서의 문제를 마치 검정 제도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면서 "선택지 ①번 또한 '국가가 주관해서'라고 표현했는데, '정권이 주관해서'라는 게 내용적으로 더 맞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조 회장은 "이렇게 공정하지 않은 문항인데도 검정 교과서로 직접 가르쳐온 고교 교사들의 국정제 선택 비율은 30.5%에 지나지 않았다"면서 "국정 교과서를 추진해 온 교육부가 이런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답변 유도 논란에 교육과정평가원 "유도했다면 이런 결과 나왔겠나"

이에 대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특정 의도성을 갖고 답변을 유도했다면 조사 결과가 한쪽으로 쏠리지, 이렇게 나왔겠느냐"면서 "'Q1'의 질문 또한 일반적인 내용을 언급한 것이지 (국정제를) 유도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여론조사를 직접 진행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관계자는 "문항의 내용이 황 장관의 발언과 비슷한 줄은 몰랐으며, 관점에 따라 오해의 소지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특정 답변을 유도하는 문항 내용을 최소화하고 공정성을 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도 "이 정도면 문항의 편향성을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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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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