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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장.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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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국민모임은 발기인대회를 열고 창당준비위원회(아래 창준위)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창준위는 선관위에 등록 절차를 마치면 '준정당'으로 인정을 받는다. 제도권 정치에 실질적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정동영 전 장관(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이 국민모임의 후보로 서울 관악을 출마를 선언했다. 시기상으로 선거운동에 전력을 다하며 그 힘으로 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였다. 그러나 그 후 일주일 동안 국민모임은 '말'이 없었다.

침묵의 시간은 길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그 원인은 정동영 후보의 출마로 인한 내부 논쟁 때문이었다. 정 후보가 출마를 고사하다가 막판 출마하는 것으로 돌아섰고, 그 과정에서 정 후보의 출마를 종용하던 국민모임 지도부는 출마 반대로 마음이 돌아섰다(관련기사 : 정동영 출마에 무반응... 이상한 '국민모임').

그러한 내부논쟁은 지난 3일에서야 선관위에 창준위 설립 신고를 할 때까지 계속됐다. 정상체제로 돌아온 지난 5일에는 첫 번째 상임집행위원회를 열고 첫 당직 인사를 발표했다.

창준위 위원장을 맡은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동안 국민모임 내부에 있었던 논쟁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그는 정 후보의 출마를 가장 강하게 주장했으나, 막판에는 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후보로 인정할 것인가 논쟁 있었다"

김 위원장은 "정 후보는 국민모임의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고, 출마 여부는 국민모임의 향후 방향에 큰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정 후보도 안 하겠다고 하다가 하겠다고 생각을 바꿨고, 우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 이번에는 어렵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그런 과정에서 정 후보가 조직의 결정을 받지 않고 혼자 출마를 결심한 것에 사과했다"라며 "출마를 한 이상 다시 뒤엎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전당적으로 지원해 당선되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양측이 서로 한 발씩 물러났다는 얘기다.

이어 "정 후보의 출마로 오해가 있었던 다른 진보세력과 연대, 공동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도 결정했고,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가 출마하면서 국민모임의 중요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진보통합에 문제가 생겼다는 게 이번 논쟁의 핵심 이유였음을 내비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내부논쟁과 관련해 "여러 세력이 하나로 융합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하지만 조직은 활발한 논쟁이 일어나고 긴장이 있어야 건강해진다. 물론 그런 긴장과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파탄이 날 수 있지만,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하면 조직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동력이 된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장.
 김세균 국민모임 창당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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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후보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다가 마지막에 의견을 바꾼 걸로 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정 후보는 국민모임의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출마 여부는 국민모임의 향후 방향에 큰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생각이 일관되게 갈 수 없었다. 정 후보도 안 하겠다고 하다가 하겠다고 생각을 바꿨고, 우리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가 이번에는 어렵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결국 최종적으로 정 후보는 자기 결단에 의해 출마를 결정했다. 그러다보니까 조직 내부에서 정 후보의 출마를 인정할 것인가, 정 후보의 출마를 지금이라도 부정할 것인가 논쟁이 있었다.

정 후보의 출마를 반대하는 쪽은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이번 출마는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정 후보가 조직의 결정을 받지 않고 혼자 출마를 결심한 것을 사과했다. 그리고 출마를 한 이상 다시 뒤엎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해, 전당적으로 지원해 당선되도록 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정 후보의 출마로 오해가 있었던 다른 진보세력과 연대, 공동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로도 결정했고,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게 됐다."

- 지난달 29일 창당발기인대회 이후 국민모임은 일주일 가까이 활동이 없었다. 내부 논쟁이 있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나?
"내부 의견을 조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정 후보의 출마 결정이 늦어지면서 다른 진보정당들과 선거공조도 재조정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출마 자체에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었다.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은 여러 가지 의견이었는데, 이번에는 나가지 말고 내년 총선에 나가야 한다는 것과 당이 정 후보의 '사당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아예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인에게 출마를 하지 말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국민모임 안에는 다양한 세력이 연합해 있다. 오랫동안 사회진보진영에서 활동했던 인사들부터 정치권에 오래 몸담은 사람도 있다. 서로 상이한 영역에 있었다. 그러니 경험들도 상이하다. 그들이 하나로 융합돼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서 긴장이 발생하지만 조직은 활발한 논쟁이 일어나고 긴장이 있어야 건강해진다.

물론 그런 긴장과 갈등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파탄이 날 수 있다. 서로 소통하면서 해결하면 조직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번이 그런 과정이었다. 그동안 활동이 중단되고 내부의 논의를 알리지 못한 것에는 사죄해야 할 점도 있다. 더 많이 논의하고 소통해서 국민모임 정신에 합당한 활동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의당과 노동당에 사과"

- 국민모임은 어제 창준위 인선을 발표하고 정상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국민모임의 첫 선거인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나?
"중앙당 차원에서 총력지원체제를 구축해 후보를 지원할 것이다. 최근 관악을 선거를 놓고 정동영과 문재인의 대결, '친노'와 '비노'의 싸움인 것처럼 언론에서 만들어 나가려고 하는데, 그건 정 후보 출마의 핵심적인 이유를 가장 잘못 해석한 것이다.

친노-비노의 문제가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중요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니다. 정말 대다수의 국민들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윤 중심의 세상, 시장만능 신자유주의 시대를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새정치연합은 더 이상 서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다. 그런 야당을 대체하기 위한 첫 싸움이 바로 이번 선거다."

- 관악을에서 진보정당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나?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와 함께 긴밀하게 '4자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 속에서 논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 그 논의에서 정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로 단일화가 가능한가? 단일화 방식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원칙적으로는 모든 경우가 가능하다. 4자협의의 논의가 가장 중요하다. 다른 진보정당의 후보도 지지할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가져가야할 가치에 동의한다면 누구와도 함께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광주에 천정배 전 장관과 강은미 정의당 후보가 출마했다. 우리가 지지하는 것은 강은미 후보다. 애초 천 전 장관을 우리가 영입하려고 했지만 사실상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확고하게 강 후보를 지지한다. 단일화 방식은 별다른 게 없다. 4자협의 안에서 정의당과 노동당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연대와 공조를 펼쳐 나가면 어렵지 않게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노동당의 경우는 정 후보 출마에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 후보와 내가 곧 노동당을 방문한다. 사실 우리가 후보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논의가 길어지면서 함께 공조하기로 한 노동당에게 혼란을 줬다. 정의당에게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혼선을 줬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성명이 나왔다. 그런 점에서 유감이고 사과를 표한다."

- 단일화 문제를 넘어서 정 후보가 출마한 관악을에 국민모임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선거운동을 시작했는데 현재 판세는 어떻게 보나?
"분위기는 잘 모르겠다. 여론조사를 얼마나 믿어야 할지도 잘 모른다. 대강의 추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양기환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해서 선거지원단을 구성했다. 중앙당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고통 받는 서민, 노동자들과 연대하면서 선거에 임할 것이다."

- 다른 지역에 추가로 후보를 낼 계획은 없나?
"다른 곳에 후보를 내는 것에 더 이상 연연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진보세력간의 연대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할 생각이다."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로 선출된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을 안아주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폐공장에서 열린 '국민모임(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상임대표로 선출된 김세균 서울대 교수가 정동영 인재영입위원장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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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사당화' 우려 해소됐다"


-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 국민모임의 실체가 없다는 말을 한다. 즉 초기에 합류했던 인사들이 많이 떠나고 더 이상 사람이 모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그러한가?
"전혀 그렇지 않다. 국민모임은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발의한 모임이다. 그 안에서 신당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창당준비위원회까지 왔다. 그 과정에서 국민모임은 '투 트랙'으로 운영돼 왔다. 정당을 건설하는데 참여하는 분들이 있고, 그렇지는 않지만 사회운동 속에서 국민모임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분들이 있다. 사회운동 속에 남은 분들이 정당건설 쪽으로 오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국민모임의 운동 방향을 이해 못하는 것이다."

- 정 후보는 출마하면서 "인재영입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람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닌가?
"국민모임은 세 개의 축으로 만들어 가려고 한다. 하나는 현재 국민모임을 만들고 있는 사회진보적 인사들과 정 후보와 함께 정당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또 다른 한 축은 30~40대 젊은 청년들로 우리 당의 중심부를 채우는 일이다. 다음 총선은 이들이 중심이 돼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다. 마지막 축은 진보정당들과 공동실천과 연대를 통해 최종적으로 같이하는 일이다. 이게 다 갖춰지면 좋겠지만, 한꺼번에 다 되지는 않는다."

- 국민모임의 최종 목표는 야권교체인가 진보대통합인가? 정동영 후보 측과 국민모임 양 세력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어쩌면 그런 것이 이번 출마로 인해 일어난 갈등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다. 이번 내부 논쟁에서는 당선 가능성을 놓고도 벌어졌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진보통합에 높은 비중을 두는 쪽과 그것보다는 야권교체에 더 신경을 쓰는 쪽 사이에 긴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진보통합에 기초한 야권교체가 기본적인 기조다. 그런 기조가 있다고 하더라도 양측 사이에 긴장감이 생긴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키는데 그냥 고정돼 있는 건 아니다.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으로 뒤뚱거리면서 목표를 향해 간다. 모든 조직은 그래야 살아 있는 것이다. 이번에 있었던 내부 논쟁은 조직을 발전시키는데 엄청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정 후보의 출마로 국민모임이 '정동영정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정 후보가 워낙 대중적인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안에서 그런 우려는 다 해소됐다. 정 후보도 잘 인지하고 있다. 그는 어느 계파의 수장이 되기보다는 국민모임 안에 들어오는 모든 세력을 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국민모임이 온전한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상임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의를 두 차례 진행했다.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창당을 완료해야 한다. 4자협의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되면 창당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진보정당 통합이 이뤄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창당을 목표로 해서 조직해 나가야 한다."


태그:#정동영, #국민모임, #김세균, #관악을, #천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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