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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청 건물 외벽에 '노동하기 좋은 도시'라는 대형 펼침막이 내걸릴까? 한 노동자가 창원시청에 이같은 문구를 넣은 펼침막을 걸어줄 것을 요구해 관심을 끈다.

황종열(61·창원)씨는 최근 창원시청 홈페이지 '시민의소리'란에 이를 제안하고, 담당부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황씨는 "노동하기 좋은 도시, 노동이 행복한 도시,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라고 쓴 펼침막을 가뢰 10m, 세로 10m로 제작해 시청 건물 외벽에 게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창원시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며,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창원시는 담당부서인 '기업사랑과'를 두고, 정기적으로 우수 기업체를 선정해 창원광장과 창원대로 등에 회사 이름이 들어간 홍보물을 제작해 내걸기도 했다.

창원시청 전경.
 창원시청 전경.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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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열씨는 "기업사랑과가 있다면 노동자를 위한 부서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창원은 노동자가 살맛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같은 제안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창원시청을 비롯해 전국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와 노동 관련 기관의 홍보전광판에 '노동법 관련 준수 내용'이 표출되도록 요청해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황씨는 2013년부터 지자체와 관공서에 민원서류를 보냈고, 부산, 대전, 제주, 성남 등 전국 곳곳에서 '노동법 준수 내용'이 전광판을 통해 홍보되었던 적이 있다. 홍보전광판에서는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와 '최저임금' 등 노동 관련 법규 내용들이 정기적으로 안내가 되었던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2013년 10월 한 달 동안 전국 민간 전광판 30여곳에 같은 내용이 나오도록 조치했고,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도 전국 40여곳의 전광판에 같은 내용이 나오도록 했다.

그동안 관공서에서는 '근로자'라는 표현만 해왔는데, 당시 전광판에서는 '노동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황씨는 오는 5월 1일 '노동절'을 전후해 '노동하기 좋은 도시'라는 펼침막이 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종열씨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창원시청 관련 부서는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창원시청 기업사랑과 서정은 주무관은 "내부 검토 단계에 있다, 달아도 될 것인지 여부를 논의해야 하고, 문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황종열씨의 의도를 알고 있다, 나쁜 의도가 아니니까 긍정적으로 해보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밝혔다.

청사 관리 부서인 창원시 회계과 신기열 과장은 "기업사랑과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외벽에 펼침막을 게시하는 업무는 우리 과에서 소관이라 기업사랑과에서 협조 요청을 하고, 공간이 있다면 펼침막을 걸 수 있다"고 밝혔다.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은 "일하는 노동자의 생각과 판단은 그 사회의 성격을 규정한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 말하기 위해서는 노동하기 좋은 도시가 상식화되어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어쩌면 가장 상식적인 사회논리라 할 수 있다"며 "창원시가 다른 날도 아니고 노동절이 있는 달이라도 펼침막 게시를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태그:#창원시청,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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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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