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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한민국에는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경남의 한 학부모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정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경남 양산 화제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박소연(45)씨는 3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홍준표 지사의 주장에 대해 비판했다. 무상급식 중단사태를 맞아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SNS 밴드 모임을 만들어 정보와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이날 홍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도마에 올랐다.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맞아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30일 오전 양산시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정상화 선전전'을 벌였다.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를 맞아 양산지역 학부모들은 30일 오전 양산시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정상화 선전전'을 벌였다.
ⓒ 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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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선택적 무상급식으로 전환 등으로 또 다시 진보좌파 진영으로부터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라면서 "제가 정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좌파, 우파나 보수, 진보가 아닌 국가의 이익, 국민의 이익 즉 국익에 있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초재선의원 시절에는 저격수로 진보좌파 진영의 표적이 되어 그들의 비난을 온몸으로 받은 일이 있었다"며 "중진의원 시절에는 국적법, 반값아파트, 중소기업보호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으로 보수우파 진영으로부터 좌파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국익에 맞다면 좌파정책도 선택할 수도 있고 우파정책도 선택할 수 있다"며 "욕 먹는 것이 두려워 망설이는 것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시류에 영합해서 눈치나 보는 것도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 '종북좌파' 표현 분하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소연씨는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인해 거리로 나오게 되었다. 그는 "남편과 아이 하나를 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박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바라는 거는 하나다, 잘 살든 그렇지 않든 평범하게 아이들 밥 한 끼 같이 먹이자는 것뿐"이라며 "그런 순수한 마음들이 지켜져야 하는데, 오히려 저쪽(홍준표 지사)이 비겁하게 나온다"고 말했다.

박씨는 정당이나 시민단체에 가입한 적도 없고, 천주교 성당에 나가면서 봉사 활동한 게 바깥 활동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최근 그는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양산지역 학부모들이 만든 SNS 밴드 모임에 가입했다. 그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밴드모임에 가입했다, 가만히 집에 살림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남도청은 30일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에 대해 '종북좌파'라는 표현을 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박소연씨는 "종북좌파가 무슨 말인지 모르는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라며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다른 사람이 억울함을 호소할 때 남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평범한 주부도 아이들 밥 먹이기 위해 나섰다가 어느 날 종북좌파가 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분은 식사할 때도 왼쪽에 있는 반찬은 안 먹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분들도 그 말을 듣고 분노하고 있다, 아이들 밥 챙기겠다는데 종북좌파가 왜 나오느냐는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61세 할머니를 만났는데, 딸이 직장에 다니고 있어 나올 수가 없다며 밴드모임에 가입하라고 하더라, 그 할머니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달라며 손녀 밥그릇 빼앗기는 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양산 학부모들은 오는 4월 2일 오전 경남도청 앞에서 홍준표 지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학부모 밴드모임은 이미 경찰서에 집회신고까지 내놨다.

경남도의회가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홍준표 지사의 이름을 따와 "내가 준표 내놔"라는 펼침막을 들고 참석한 모습.
 경남도의회가 19일 오후 학교 무상급식 예산 지원 중단 여부와 관련된 결정을 앞두고,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이날 오후 1시 경남도의회 앞에서 "무상급식 지키기 학부모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홍준표 지사의 이름을 따와 "내가 준표 내놔"라는 펼침막을 들고 참석한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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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 문제가 이 지경까지 오게된 것은 설마 하는 안일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켜보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짓밟히는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도 전했다. 벌써부터 아이들 사이에서는 '가난한 집 아이'와 구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박씨는 "아이들이 눈치가 있어서 안다, 아이들 사이에서 벌써 '너희 아빠는 월급이 얼마이고, 공짜 밥 먹어'하는 말이 나온다 하고, 혜택(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받으면 '못사는구나' '가난하구나' 하는 말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가정의 손주를 둔 할머니를 만났더니, 서민자녀교육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아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는 게 너무 힘들어 못하겠다고 하더라"며 "그 할머니의 손주가 신청하지 말고 급식비 내면 안 되느냐고 어렴풋하게 말하더란다, 아이들도 차별이 싫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지사의 '욕먹는 리더십' 이야기에 대해, 박소연씨는 "욕 먹는 것은 그분 사정이라 할 수 있지만, 그 말은 소통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고 일방통행이다, 본인이 스스로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을 인정한 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같은 주부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정치는 민심을 잘 헤아리는 것이라 어렴풋하게 안다, 홍 지사의 그 말은 도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뜻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태그:#무상급식,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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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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