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시내 주요 2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대학들이 대학부설기관을 통해 학원교습과 흡사한 어학강좌를 개설하면서 학원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및 동법 시행령을 통칭)에는 전혀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일부대학의 어학원에서 학사규정 등으로 정한 자체 환불규정이 매우 불공정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학원 영업을 하면서, 대학부설기관이라는 이유로 학원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일일까?

어느 대학교들을 조사했나?

이번에 조사한 학교는 건국대학교 언어교육원,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고려대학교 외국어센터, 광운대학교 언어교육원, 국민대학교 국제교육원, 동국대학교 국제어학원, 서강대학교 외국어교육원,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교육원, 성균관대학교 성균관어학원, 성신여자대학교 국제학생지원팀, 세종대학교 국제교육원, 숙명여자대학교 국제언어교육원, 숭실대학교 국제교육원, 연세대학교 외국어학당, 이화여자대학교 언어교육원, 중앙대학교 국제교육팀,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평가원,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 홍익대학교 국제언어교육원(이하 대학명은 모두 가나다 순)으로 총 20개교이다.

조사결과 공정한 환불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대학은 경희대, 국민대, 서강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 홍익대 총 9개교였다. 반면에 불공정한 환불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곳은 건국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신여대, 세종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 총 11개교로 드러났다.

이중 가장 공정한 환불규정을 둔 학교는 홈페이지에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제18조 및 동법 시행령을 준수"한다고 명시한 성균관대와 역시 홈페이지에 "학원법 시행령(제18조 제3항) 수강료 반환기준에 의거"한다고 밝힌 국민대로 조사되었다.

학원법이 대체 무엇이기에?

대학캠퍼스에 진열된 어학원 홍보물.
 대학캠퍼스에 진열된 어학원 홍보물.
ⓒ 정재훈

관련사진보기


학원법이란 보통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까지를 포함한다. 이 법의 제1조에는 "이 법은 학원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학원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평생교육 진흥에 이바지함과 아울러 과외교습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한편 제2조에는 이 법에 정의를 나열하면서, 법의 포함대상과 포함되지 않는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등의 대학은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기관이 학원법에 적용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는데, 그 근거로써 학원법 제2조 제1항 가. 목을 들고 있다. 가. 목은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그 밖의 법령에 따른 학교"라고 되어있는데, 바로 이들 법에 의하여 설립된 곳은 학원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연히 대학교는 '고등교육법'에 의하여 설립되었기 때문에 학원법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다음으로 학원법 및 동법 시행령 제18조는 교습비등의 반환을 명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별표 4] <개정 2011.10.25>
교습비등 반환기준(제18조제3항 관련)
구분
반환사유 발생일
반환금액
제18조제2항제1호 및 제2호의 반환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교습을 할 수 없거나 교습   장소를 제공할 수 없게 된 날
이미 납부한 교습비등을 일할(日割) 계산한 금액
제18조제2항제3호의 반환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교습기간이 1개월 이내인 경우
교습 시작 전
이미 납부한 교습비등의 전액
총 교습시간의 1/3 경과 전
이미 납부한 교습비등의 2/3에 해당하는 금액
총 교습시간의 1/2 경과 전
이미 납부한 교습비등의 1/2에 해당하는 금액
총 교습시간의 1/2 경과 후
반환하지 않음
교습기간이 1개월을 초과하는 경우
교습 시작 전
이미 납부한 교습비등의 전액
교습 시작 후
반환사유가 발생한 해당 월의 반환 대상 교습비등(교습기간이 1개월 이내인 경우의 기준에 따라 산출한 금액을 말한다)과 나머지 월의 교습비등의 전액을 합산한 금액

비고
1. 총 교습시간은 교습기간 중의 총 교습시간을 말하며, 반환금액의 산정은 반환사유가 발생한 날까지 경과된 교습시간을 기준으로 한다.
2. 원격교습의 경우 반환금액은 교습내용을 실제 수강한 부분(인터넷으로 수강하거나 학습기기로 저장한 것을 말한다)에 해당하는 금액을 뺀 금액으로 한다.
출처: 법제처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개강 전에는 100% 환불 ▲1/3 경과 전에는 2/3 환불 ▲1/2 경과 전에는 1/2 환불 ▲이후는 환불 불가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런 상식은 학원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앞서 '공정한 학교'로 분류한 9개교는 이 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거나, 자체규정 정한 환불규정이 이 법과 거의 흡사한 경우이다. 반대로 '불공정한 학교'로 분류한 11개교는 학원법의 환불규정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즉, 수강생에게 전적으로 불리한 자체 환불규정을 두고 있다. 

예컨대, 성신여대의 경우에는 신입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토익강좌에 자퇴 등의 매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전혀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고려대의 토익 강좌 역시 개강 후에는 전혀 환불을 받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체로 다른 학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개강 후 며칠까지는 환불이 가능하고 이후에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불공정한 환불규정, 고칠 수는 없나?

이렇게 대학부설기관에서 어학강좌를 운영하면서 자체 불리한 자체환불규정을 둬도 문제가 없는지, 교육부에 문의해 보았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의 담당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에 학칙에서 정할 수 있는 것들이 나와 있는데, 대학부설교육기관의 수업료도 이 조항에 근거하여 학칙으로 정할 수 있고, 따라서 환불에 관한 규정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현행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공정한 환불규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방법은 있다. 만약 본인이 직접 강좌를 수강하고 있는데, 환불규정이 학원법 제18조에 비하여 불공정하다고 느낀다면, 한국소비자원에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문의 결과, 그러한 중재를 통하여 구제를 받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의 중재는 한 개인의 사안만을 구제해 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 한다.

불공정한 환불규정을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신문고'에 직접 불공정한 환불규정이 존재함을 기고하는 것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청구'를 통하여 당해 환불규정이 불공정한가를 심사받는 제도이다. 약관심사청구의 결과는 ▲무혐의 ▲부당약관 ▲무효의 세 가지 결과가 있다.

무혐의는 말 그대로 해당 약관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부당약관과 무효는 해당 약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같지만, 그 효력에 차이가 있다. 부당약관으로 판단되면, 시정공고나 시정명령을 통하여 불공정함을 제거한다. 그러나 무효로 판단되면 해당 약관 자체가 무효이기에, 그 약관에 영향을 받았던 모든 사람들이 구제된다. 즉 소급효가 있다는 뜻이다.

대학이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조사한 총20개의 대학들은 각기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학의 구성원의 특성이나 수도 다르며,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 또한 국립(또는 시립)과 사립이라는 차이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학원법 제18조'라는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대학마다 운영하는 어학강좌의 특성, 강좌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사정에 맞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대학부설교육기관에서 제공하는 이러한 강좌들이 수강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멀리 사설학원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사설학원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강좌를 들을 수도 있다. 요즘 세태를 돌아보더라도, 학기 중에도 시간을 쪼개서 스펙 쌓기에 전념하는 열심히 사는 대학생들에게 대학이 제공해주는 선의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공정한 것은 불공정한 것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현재 법적장치가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부당함을 부르짖는 개개인이 아니라, 그 부당함을 행하고 있는 대학이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정한 환불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학생들이 직접 국민신문고까지 두드려야만 할까?


태그:#대학어학강좌, #토익, #어학강좌, #대학부설기관, #학원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