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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박맹우 울산시장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자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그해 11월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당시 민주노동당 이은영 시의원(가운데. 과 이재현 부의장(왼쪽)
 2010년 박맹우 울산시장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자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그해 11월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당시 민주노동당 이은영 시의원(가운데. 과 이재현 부의장(왼쪽)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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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오는 4월 1일부터 학교 무상급식을 전면 중단하자, 경남도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학부모에 이어 학교운영연합회와 농민들까지 가세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경남지역 구성원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30일 경상남도가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비난을 두고 '종북좌파'라고 표현한 성명서를 발표한 후 여론은 더 거세게 일고 있다. 관련기사에는 "급식비를 요구하는 것이 왜 종북좌파'냐고 항의하는 수천 개씩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런 여론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좌우 진영 논리를 떠나 한 달에 4~5만 원 가량의 급식비를 내면서 가계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 대한 서민들의 반발"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남도민의 이같은 반발을 보면서 지난 수년 간 경남을 비롯한 타 시도와 달리 무상급식 혜택을 받지 못했던 울산의 시민들은 왜 그동안 경남도민들처럼 강한 항의를 하지 않았는지, 궁금증을 품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적으로 그 이유는, 경남도가 무상급식 요구에 대해 '종북좌파'라고 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울산의 '무상급식 반대 세력들이 '무상급식 요구=종북'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해 온 것.

울산 주류세력, '무상급식 요구=종북' 프레임 짜기 성공 

4월 1일부터 급식비 지원이 끊기는 경남도민들이지만, 지난 몇 년 간은 대부분 초등학교와 중학생 자녀 급식비를 지원 받아왔다. 하지만 이와 달리 울산 시민들은 그 혜택을 받지 못했다.

민주통합당 박혜자 의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전국 초·중·고 학생 698만여 명 가운데 46%인 327만여 명이 무상급식을 받았지만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9.6%에 그쳤다. 3년 뒤인 2014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박 의원이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643만6000명 중 69.1%인 445만명이 무상급식 지원을 받았지만 울산은 36.3%로 전국 평균의 절반수준에 그쳤다.

이 수치는 울산의 5개 구군 중 울주군이 원전지원금을 바탕으로 초등학생 전부와 면지역 중학생에게, 진보구청장이 있던 동구와 북구에서 자체예산으로 초등 5~6학년에게 급식비를 지원한 점을 감안하면 울산은 사실상 무상급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울산시민들은 타 시도에서 급식비 혜택을 보는 것을 수년 간 직접 목격하면서도 왜 지금 들끓고 있는 경남도민들처럼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았던 것일까?

2014년 지방선거 때  울산 동구 남목 안효대 국회의원 사무실에 걸려 있는 현수막. 진보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진보진영=종북세력이라는 선거전략을 구사했고 울산 시민들에게 먹혀들어 진보당은 완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 울산 동구 남목 안효대 국회의원 사무실에 걸려 있는 현수막. 진보당을 종북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진보진영=종북세력이라는 선거전략을 구사했고 울산 시민들에게 먹혀들어 진보당은 완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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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이 이슈가 되기 5년전인 지난 2005년, 당시 이슈는 친환경 학교급식이었다. 당시 울산에서도 학교급식법이 개정돼 2005년 북구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동구, 울주군으로 친환경 급식 시범학교 지원이 확대되면서 울산시가 한 해 각 구군에 시비 3억 3600만 원, 구군비 3억 3600만 원 등 모두 6억 7200만 원의 친환경 학교급식 예산이 지원됐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 소속 김두겸 울산 남구청장은 구청 예산편성은커녕 울산시에서 지원하는 예산조차 거절했다. 특히 이를 항의하는 울산급식연대와의 면담에서 "친환경 학교급식비 지원은 공산주의자나 하는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그 속내를 드러냈다(관련기사 : "친환경 학교급식지원은 공산주의자나 하는 것").

이같은 남구청장의 의식은 당시 지역 정서로 봐서 그 혼자만의 독단적인 생각은 아니었다. 당시 울산 주류사회를 이끌던 보수성향의 울산 지자체장과 정치권 세력과 뜻을 같이 하는 것이었다.

지난 2010년, 3선에 성공한 박맹우 울산시장은 당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진보적 가치 실현을 구실로 현실적인 능력 범위를 벗어난 정책을 벌인다면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그해 당선된 진보구청장을 겨냥했다. 또한 "울산시와 협의 없이 100%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정책을 펴는 것은 곤란하다"고도 했다.

또한 박맹우 울산시장은 그해 9월 6일 시청 간부 공무원들과의 주간업무보고회에서 "공짜 바이러스가 횡행하고 있다. 포퓰리즘의 극치가 아닌가 할 정도"라며 "울산시는 원칙에 근거해 흔들림없는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당시 울산 정가를 좌지우지 하던 박 시장의 이같은 의중은 무상급식 정책입안자 등 관료 세계의 개념을 정립시켰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공약이라며 수십 억원의 장미를 지역 곳곳에 심도록 하는 데는 엄중한 모습을 보이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이같은 당시 박맹우 시장의 견해는 그해 경남도지사로 당선된 김두관 전 도지사가 "2014년까지 초·중학교 전체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며 매년 2387억 원을 마련키로 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처럼 울산시장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자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 이은영 울산시의원이 그해 11월, 20일 넘게 '친환경 무상급식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며 항의했지만, 허사였다.

그후 민주노동당으로 대변되던 진보세력은 울산지역 주류 세력으로부터 '종북 세력'으로 비토당했고, 지역사회에는 '무상급식 요구=종북'이라는 프레임이 형성됐다. 이 프레임은 4년 뒤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앞세운 진보진영에 전멸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10년 4월 발족한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울산연대는 그동안 "울산은 무상급식 전국꼴찌라는 오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친환경무상급식 요구가 한때의 시류나 인기 영합적 구호가 아니라 차별과 상처 없는 행복한 밥상과 화학물질 등에 오염되지 않는 친환경 밥상은 오랜 숙원이기 때문"이라고 호소했지만, 시민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 울산연대는 진보당과 뜻을 달리 하는 학부모단체 등 수십 개의 단체가 포함됐지만, 결국 종북 프레임에 함께 빠진 꼴이 된 것이다.  


태그:#울산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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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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