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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도시철도 3호선 대구 동천역에서 재난 대비 현장대응훈련을 실시했다. 4월로 예정된 도시철도 3호선 개통에 대비하여 실시한 이번 훈련은 4개역(동천·만평·신남·어린이회관)에서 동시 진행한 것이다. 또한 동천·만평·신남 역에서는 대구도시철도공사와 서부·북 부·중부소방서가 각각 합동으로 진행했다.

동천역 역사 내로 대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 훈련 시작 동천역 역사 내로 대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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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도시철도공사는 "이날 소방, 도시 철도공사, 경찰 등 6개 기관·단체 소속 94명과 소방차 등 장비 16대를 동원하여 방화에 의한 도시철도 역사와 열차의 화재진압 훈련뿐만 아니라 본선 구간 열차 정차상황에 대비하여 굴절사 다리차를 이용한 승객 구조훈련도 병행 실시했다"고 밝혔다. 대중교통에 있어서 재난대비 및 대응이 가장 중요한 만큼 안전을 위해 유관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당일 기자가 찾은 동천역 현장은 훈련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역사 외부에서는 출동 훈련을 하고 내부에서는 낙 상사고 등에 대비한 인명구조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의 시나리오는 이러했다. 승객 1명이 역사에 불을 지르고 다른 승객 2명을 스크린도어 아래로 밀어서 철도로 떨어뜨린 후, 본인은 분신 자살을 하는 것이다. 대원들은 분신자살 후 1층에 쓰러진 피의자 승객 한 명을 응급차로 이송하고, 전기가 끊기자 철 도로 내려가서 두 승객을 구조하였다.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이 단전을 확인 후, 소방서 대원들이 피해자를 구조하고 있다.
▲ 구조 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이 단전을 확인 후, 소방서 대원들이 피해자를 구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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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지켜보던 본 기자는 몇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첫 번째는 고압이 흐르는 선로이다. 2시 50분, 3시부터인 훈련을 위해 대원들은 고압이 흐르는 선 로의 전기를 끊고 기다렸다. 안전한 훈련을 위해 완전히 전기가 차단되기를 기다린 것이다. 단전에 걸리는 시간은 약 10분.

이날 훈련은 4군데에서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전체 단전을 해서 시간이 더 걸린 것을 감안하면, 구간 단전에는 약 5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실제상황에서 단전이 없이 고압이 흐르는 철도로 승객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도시철도 3호선은 전압 전선이 철로를 따라 한 쪽은 +, 한 쪽은 -로 동시에 전류가 흐른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 들은 "저압이면 문제가 없지만 고압이 다 보니까 전압이 사람을 잡아당겨서 화 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1, 2호선같은 경 우에는 떨어지더라도 일반 시민이 들어 가서 구할 수 있는데 3호선같은 경우에 는 일반인이 절대로 들어가면 안 된다. 역사 내에서 안전조치가 되기 전에는 소 방관도 못 들어간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스크린도어의 높이다. 모 노레일형이 아닌 지하로 달리는 도시철 도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 천장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철도로 떨어 질 걱정이 없다. 3호선에 설치된 스크린 도어는 실내가 아닌 탓에 천장이 없으니 전체를 막아주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 다지만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다소 낮아 보인다.

스크린도어의 높이는 120cm로, 175cm 성인 남성 기준 가슴 아래 정도, 160cm 성인 여성기준 어깨 정도의 높이다. 이러한 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사람을 밀었을 때 떨어질 수 있다는 가정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높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왜, 120cm로 설치했는지 에 대한 물음에 도시철도공사 측에서는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1, 2호선과 달리 3호선은 고압이 바닥에 깔려 있다보니 고압선 주변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닿으면 화상 혹은 사망할 수 있다. 일반 인이 허가 없이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원들이 피해자를 구조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 이송1 대원들이 피해자를 구조한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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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동천역은 무인 역사라는 점 이다. 도시철도 3호선은 전체 노선 30개 역사에 고정 역무원이 배치되지 않는다. 대신 거점역 5곳을 정해 역무원 6명이 2인 1조로 나머지 역을 순회할 예정이 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구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다. 실제로 상황 이 벌어진다면 바로 고압이 흐르는 철도 를 단전하고 응급차를 부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만약 실제 상황에 목격자가 없거나 겁을 먹은 목격자가 상황을 피한다면 어떻게 될까. 다행히 누군가 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구조 대원들이 역으로 도착하는 사이에 생사에 기로에 놓인 승객은 살 수 있을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민의 신고로 119상황실에서 접수가되면 도시철도공사로 사고 위치를 이 야기하고 단전을 요청한다. 단전은 전체 단전과 구간 단전으로 나뉘는데, 도시철 도공사 상황실에서 판단해서 단전 조치 를 취하고 순회하는 안전관리자가 현장 에 와서 단전을 확인한 후 잔류를 제거 하면 그때서야 대원들이 투입될 수 있다.

동천역에서 가장 가까운 119안전센터인 동천119안전센터에서 동천역까지는 약 5분, 서부소방서에서 동천역까지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약 15분 거리.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외진 강북 지역에서는 다른 역에 비해 구조 인력이 부족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1, 2호선의 경 우 현장 투입에 3~6분이 걸린다면 3호 선은 최대한 빨라도 약 10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 서문시장 역으로 출근하는 이아무개씨는(25·여) "너무 위험해서 못 타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역사에 상근 하는 역무원이 없다는 건 몰랐다. 지속적인 안전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 건 어디까지나 실이용자가 없는 시범운 행에서의 안전성이 보장되었을뿐이지 승객이 실제로 이용하는 상황이나 돌발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대처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구에 거주하는 최아무개씨(3·남) 는 "역사와 역사 중간에서 멈추거나 화재가 나면 탈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된다. 지상으로 내려오는 스파이럴 슈트라는 비상탈출 장치가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 하더라도 비교적 몸이 약한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이 장치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대원들이 피해자를 구조한 후 응급차로 이동하고 있다.
▲ 이송 2 대원들이 피해자를 구조한 후 응급차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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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관계자는 "서부소방서 구조 대가 출동하는게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까 강북구조대를 창설해 동천센터에 배치하고, 읍내 센터에 고가 사다리차를 배치했다. 하지만 역사와 역사 사이에서 사고가 나서 조치하려면 관할서와 동 시에 가까운 구조대 최소 3곳에서도 출동해야 한다.

철도의 앞, 뒤, 옆 모두에서 조치를 해야 빨리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동천역에서 사고가 난다면 올 수 있는 곳은 서부구조대, 강북구조대 정도다. 시내의 경우, 협력서 3군데 가 빠르게 지원이 가능하다.

강북 지역은 한 군데로 치우쳐 있다보니, 협력서에서 오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른 지역 에 비해서 불리한 건 사실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강북소방서 개설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작년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가 대구 시내 택시·화물 등 운전기사 248명을 대상으로 도시철도 3호선의 문제 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상시 승객대피로 미확보 등으로 인한 안 전문제'가 39.8%로 가장 높았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의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대구, #도시철도, #3호선, #동천역, #안전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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