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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고 그 예산을 전용해 사용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에 대해 새누리당 소속 경남 기초의원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경남지역 18개 시·군의회는 새누리당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시·군의회는 3~5월 사이 임시회를 열어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안'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이 조례안이 제정되지 못하면 해당 시·군은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고, 홍준표 지사의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제동이 걸리게 된다.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열며 풍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열며 풍물놀이를 선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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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는 올해부터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 지원을 끊고, 도비 257억 원과 시·군비 386억 원 총 643억 원을 들여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250% 이하(4인 가구 기준, 월실제소득 250만원 정도) 가정의 초·중·고생에게 학력 향상과 교육경기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되는 학생은 방학기간 동안 영어·수학·과학·논술 등 주요과목 학습 캠프에 참여할 수 있고, '진로 프로그램'과 '명사특강'에 참여할 수 있으며, 대학생 멘토링을 통해 부진학습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것 등이다.

경남도는 지난 3월 16일부터 읍면동사무소를 통해 신청을 받고 있으며, 오는 4월 3일 마감한다. 이 사업 신청을 하려면 임금․재산 상황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가난 신고'라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이 사업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경남도와 시군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례가 제정된 곳은 경남도청뿐이다. 아직 18개 시군의회 가운데 이 조례안을 제정한 데는 한 군데도 없다.

김해시의회 사회산업위원회는 지난 23일 열린 회의에서 이 조례안을 처리하지 않고 보류 결정했다.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정당분포를 보면 새누리당 4명, 새정치민주연합 3명이다. 새누리당 의원까지 관련 조례안 보류에 동의한 결과다. 홍준표 지사의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이 시군의회에서 처음으로 제동이 걸렸던 것이다.

이기준·이찬호·김헌일·이홍희 의원, '조례 반대' 입장

앞으로 열리는 시군의회에서 이 조례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관심이 높다. 이런 가운데 몇몇 새누리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전용해 사용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에 대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 경남도당 소속 두 당원이 '학교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카톡대화방에서 주고 받은 내용으로, 이들은 4월부터 급식비를 내야 하는 상황을 걱정했다.
 새누리당 경남도당 소속 두 당원이 '학교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해 카톡대화방에서 주고 받은 내용으로, 이들은 4월부터 급식비를 내야 하는 상황을 걱정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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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소속 이기준 양산시의원, 이찬호·김헌일 창원시의원, 이홍희 거창군의원이 대표적으로, 이들은 2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조례안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기준 의원은 "조례에 문제가 많다"라면서 "무상급식 대체용으로 하다 보니 급조돼 나왔다"라고 평했다.

그는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이미 교육청에서 하고 있는 사업과 중복도 많고, 학교급식법 개정 이야기가 나오고 아직 최종 결론도 나지 않았다"라면서 "개인적으로 선별복지 입장이지만, 무상급식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돼 시행돼왔는데 다시 흔들려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도지사와 시장이 한다고 해서 일방적으로 쫓아가서는 안되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 공개토론 등 여론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찬호 의원은 "개인적으로 그 조례안에 반대한다, 기존에 경남은 무상급식을 해왔는데 지금은 경남만 안하는 것으로 돼 학부모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라면서 "무상급식 예산이 없다면 더 확대는 아니더라도 기존에 하던 대로 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김헌일 의원은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 쓰일 돈이 무상급식 예산이고, 그 돈으로 조례를 만들어서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려고 하는데,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라면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만 본다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무상급식에 쓰여야 할 돈을 다른 방안으로 강구해서 쓰겠다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자체가 새로운 불씨를 야기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홍희 의원은 지난 3월 9일 거창군의회 임시회 본회의 때 5분발언을 통해 "학교 무상급식을 무력화하는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제정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거창군의회는 오는 4월 9일 임시회를 열 예정이다.

이 의원은 전화통화에서 "저는 이미 무상급식을 하라고 고함을 질렀다, 현재 거창군의회 의원들의 분위기는 그 조례안 찬성과 반대 분위기가 반반인 것 같다"라면서 "지난 주에 주례회의 때 담당 과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는데, 의원 10명 가운데 5명은 가만히 있었고 나머지 5명은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것에 불만적으로 질의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지역은 무상급식을 하는데 왜 경남만 하지 않느냐, 조례가 아직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읍·면사무소에서 신청을 받는 것도 문제이고, 보건복지부장관 승인도 나지 않았는데 경남도의회에서 조례를 통과시민 것도 문제라 본다"라면서 "홍준표 지사는 취임 때 무상급식 예산을 깎지 않을 것이라 했고, 군수도 무상급식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또한 일부 시·군의회 분위기가 심상찮다. 창원시의회에는 아직 관련 조례안이 발의되지 않았고 집행부에서 관련 예산안을 제출하지 않았다. 창원시의회 야당 소속 원내교섭단체인 민주의정협의회는 이 조례안에 반대하며 농성도 계획하고 있다. 거제시의회는 5월에 열리는 임시회 때 관련 조례안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장·의원 면담부터 1인시위까지... 시민사회 '분주'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열며 한 학생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4월부터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가운데, 하동 쌍계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27일 '무상급식 정상화'를 요구하며 등교거부했고, 이날 오전 학생들이 하동 화개면 녹차문화센터 앞 주차장에서 간단한 집회를 열며 한 학생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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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의회 분위기도 심상찮다. 전체 13명 의원 중에 새누리당 4명, 새정치민주연합 1명, 무소속 8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무소속 의원들은 오는 31일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입장을 낼 예정이다. 지역 한 학부모는 "의원들과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조례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된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열린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 때 관련 조례안은 전체 55명 가운데 찬성 44명, 반대 7명, 기권 4명으로 통과됐다. 야당 소속 여영국·전현숙·김지수 의원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소속 이상철(비례)·황대열(고성2)·하선영(김해5)·옥영문(거제1)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는 시군의회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가 제정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학부모 대표들은 의장·의원 면담을 벌이고 있으며, 의회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남운동본부는 이 조례가 절차와 내용이 위법하다면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재의 요구를 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법원에 '서민자녀교육지원조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태그:#무상급식,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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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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