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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하류 50m 지점의 사석보호공 세굴로 인해 수중 콘크리트 타설이 이루어지면서 폭 3~40m가량에 흙탕물처럼 번지고 있다.
 공주보 하류 50m 지점의 사석보호공 세굴로 인해 수중 콘크리트 타설이 이루어지면서 폭 3~40m가량에 흙탕물처럼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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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누수와 사석보호공에서 세굴(강물에 의해 강바닥이나 강둑이 파임)이 발생한 공주보에 대한 수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시작됐다. 보 상류에는 지난해 가라앉았던 조류 사체가 떠오르면서 금강의 1/3 정도를 뒤덮어 버렸다.

25일 오전 10시에 찾아간 충남 공주보 우안. 겉보기에는 평온했지만, 수중 콘크리트 타설을 위해 들여온 발전기에서는 윙윙거리는 소음이 울려퍼졌다. 어도(물고기길) 인근, 부표에 연결되어 노란 호스가 물속으로 사라진 지점에서는 흙탕물과 거품이 치솟았다.

▲ 공주보 세굴 보강 위한 시멘트 타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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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굴이 발생한 지점에 수중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관련기사: 금강에 시멘트 투입...'세굴' 공주보 땜질 보수 논란). 공주보 공도교에서 바라보니, 수중타설 작업이 이뤄지는 인근에는 상당수의 물고기가 있었다.

현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주변을 돌아봤지만 공사안내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공주보 입구 출입문 쪽으로 다가가자 한국수자원공사(아래 수공) 공주보 경비가 막아섰다. 공사 표지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물 안에서 하는데 무슨 필요가 있나, 길목을 막아 놓고 하는 것도 아닌데..."

수중 시멘트 타설을 위한 공사가 진행중인 출입문이 굳게 닫힌 공주보 안쪽 교각 밑에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수중 시멘트 타설을 위한 공사가 진행중인 출입문이 굳게 닫힌 공주보 안쪽 교각 밑에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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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 바닥보호공 일부 세굴 구간 보수를 3월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세굴 부분 콘크리트 채움(3개소 219㎡), 세굴부위에 대한 수중용탈·중금속 유출이 없는 친환경 Hi-FA몰탈을 사용할 계획으로 현장안전을 고려하여 필요시 공주보 수위조절 예정’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하류 바닥보호공 일부 세굴 구간 보수를 3월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세굴 부분 콘크리트 채움(3개소 219㎡), 세굴부위에 대한 수중용탈·중금속 유출이 없는 친환경 Hi-FA몰탈을 사용할 계획으로 현장안전을 고려하여 필요시 공주보 수위조절 예정’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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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표지판이 없다는 뜻이었다. 출입문 옆으로 들어가 보았다. 시끄러운 발전기 소음이 가득한 교각 밑에 공주보 바닥보호공 보수공사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하류 바닥보호공 일부 세굴 구간 보수를 3월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세굴 부분 콘크리트 채움(3개소 219㎡), 세굴부위에 대한 수중용탈·중금속 유출이 없는 친환경 Hi-FA몰탈을 사용할 계획으로 현장안전을 고려하여 필요시 공주보 수위조절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200m 떨어진 지점에 쳐 있는 오탁방지막 외에는 차단막이 없다. 수중에 시멘트를 타설할 경우 지속시간과 양에 의한 차이는 있지만, 시멘트가 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PH(용액의 산성도를 가늠하는 수치)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이는 수질오염과 물고기 및 수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공 환경담당자에게 '탁도가 심한 데 수질측정이라도 해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담당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동안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는데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란 부표와 긴 호스로 연결된 공주보 하류 50m 지점의 사석보호공 세굴로 인해 수중 콘크리트 타설이 이루어지면서 폭 3~40m가량에 흙탕물처럼 번지고 있다.
 노란 부표와 긴 호스로 연결된 공주보 하류 50m 지점의 사석보호공 세굴로 인해 수중 콘크리트 타설이 이루어지면서 폭 3~40m가량에 흙탕물처럼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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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시멘트 성분은 물고기의 아가미와 간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며 "시멘트에는 물고기의 아가미 작용 등에 저해되는 등 생리적 독성이 있어 수생태계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4대강 사업의 대형보로 인해 물의 흐름이 느려져 거의 멈추어진 것과 유사한 상황에서 유출된 시멘트 성분은 오래 머물게 될 것이고, 금강의 수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라며 "수시로 콘크리트 타설을 반복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은 보의 안전성은 물론 금강 수생태계의 건강성 문제에도 크게 우려되는 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물이 흐르는 상태에서 공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질오염이나 수생태계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며 "그런데 오탁방지막 하나만 달랑 설치하고... 대책이라는 것이 안일하고 부실하게 현장 관리가 진행된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보 시설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물을 빼고 담수 하는 과정에서 수생태계에 직접 위해를 가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구조물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은 금강 생태계를 파괴하고 훼손하는 일이다"라며 "땜질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가마우지, 물고기, 조류 사체로 뒤덮인 금강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 쌍신공원 인근에는 민물가마우지에서 잉어, 붕어, 눈불개까지 사체로 발견되고 있다.
 충남 공주시 공주보 상류 쌍신공원 인근에는 민물가마우지에서 잉어, 붕어, 눈불개까지 사체로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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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공사를 위해 30cm가량 물이 빠진 쌍신공원 인근도 돌아보았다. 날씨가 풀리면서 기온이 14도까지 치솟았다. 강변에는 죽은 붕어 사체가 눈에 들어온다. 50cm가 넘어 보이는 눈불개와 잉어 사체까지 몇 발짝 걸어 들어가자 민물가마우지까지 죽은 채 발견되었다(관련기사: 날 풀린 금강, 조류 사체 둥둥...낚시꾼도 손사래). 펄이 드러난 강변은 악취가 진동해 코를 찌른다.

인근에서 만난 한 낚시꾼은 "예전에는 칠어(끄리)가 그득할 정도로 강물이 맑고 유속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대한 늪지에 와 있는 것처럼 물 흐름이 전혀 없다"며 "조류 사체가 둥둥 떠다니고 악취만 진동하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다"고 아쉬워했다.

오늘 공주보 상류에 떠오른 조류 사체는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최악의 상태로 강변을 따라 1/3 정도까지 뒤덮고 있다.
 오늘 공주보 상류에 떠오른 조류 사체는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최악의 상태로 강변을 따라 1/3 정도까지 뒤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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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걸 교수는 "4대강 사업 대형보 때문에 실질적으로 물의 흐름이 멈추어진 저수지와 같다"라며 "갇혀서 썩은 번성한 녹조가 (공주보) 작업을 위해 수문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흉측한 모양으로 떠올랐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 교수는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사체 등 유기물이 부패하면서 유출된 영양염류가 하류로 흘러가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하수구와 같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라며 "한국수자원공사는 이미 실지렁이 등 극심한 수질오염을 나타내는 지표종이 올해 번성할 것을 예상하고 발표한 바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태그:#공주보, #4대강 사업, #세굴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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