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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푼힐

오늘은 이번 트레킹의 첫 번째 목표인 푼힐 전망대로 올라가서 일출을 보는 날이다. 살아 생전 꼭 한번 봐야 하는 곳 100곳 중의 하나인 푼힐 일출을보기 위해 이틀간 올라왔고 다시 이틀간 ABC(Annapurna Base Camp)로 향하는 길목인촘롱까지 내려 갈 것이다. 

마음이 설레서인지, 오전 4시부터 일어나서 서성거린다. 젊은 사람들은 오전 5시에 출발하면 충분하다는데 우리는 엑셀을 밟아야쉽게 가속되지 않은 낡은 자동차 같은 6학년 5반이다. 30여 분은 일찍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전 4시 30분경에 거실로 내려갔다. 성껄이 보온병에 온수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있다.

헤드랜턴에 의지하여 앞사람 등만 보고 올라가는데 줄이 갑자기 정체되어 알아보니 입산료를 징수하기 때문이었다. 어제는 분명 그냥 올라갔었는데……. 등산객이 많은 시간에만 입산료를받는 모양이다. 네팔에서는 화장실도 돈을 받으니 유명 관광지에서 돈을 받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할지도모르겠다.

고라빠니에서 타다빠니까지 가는 길의 궤적이다. GPS 수신이 원활하지 못해 제대로 기록하지 못할 만큼 외진 곳이다.
▲ 트레킹 궤적 고라빠니에서 타다빠니까지 가는 길의 궤적이다. GPS 수신이 원활하지 못해 제대로 기록하지 못할 만큼 외진 곳이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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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힐 전망대에 올라섰으나 아직은 사방이 어둡고 쌀쌀하다. 따뜻한 커피한 잔이 생각나 준비해 간 버나를 지피고 물을 끊이고 있는데 관리인이 와서 제지한다. 성껄은 우리가어려워 불 지피는 행동을 말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제서야 커피는 사 마실 수 있으니 주문하란다. 일출을 기다리며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최고의 호사였다.  이곳에 모인 이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려고 불을 피운다면? 얼굴이 후끈거린다.

일출을 보기 위해 산을 오르는 일은 새해를 맞이하는 첫날에 으레 하는 행사이지만 이곳의 일출은 달랐다.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는 것이 여느 일출이라면 이곳 일출은 만년설을 뒤집어 쓰고 있는 영봉들이 황금빛으로 변해가는매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다.

김남희씨는 <슬픔도 소리 없이 언다는 설산으로 가는 길>에서 히말라야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혹시라도 남몰래 품은 이름 하나가 있다면 히말라야에는 오지 말기를. 아름다운것들 앞에서 더 간절해지는 이름이라면 히말라야는 끝끝내 피하기를. 바다의 물결이 달을 살찌우듯 안나푸르나는당신의 그리움을 키우고 또 키워 마침내 울게 만들지도 모르니까."

타다빠니 가는 길

국내외 어느 산을 가든지 꼭 챙겨가는 것이 지도와 나침반이었다. 언재부턴가전자지도로 바뀌면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사용한다. '여기가 어디?'물어보면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전자지도였지만, 이곳은 너무 외진 곳이라그런지 위성항법장치(Global Positioning System) 신호가 수신되지 않아 전자지도를사용할 수 없다.  

푼힐에서 하산하여 타다빠니를 향해 출발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났다. 고산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3000m가 넘는 데우넬리 고개에접어들자 숨이 차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에 다녀온 푼일 탓도 있는 것 같다.

고라빠니에서 타다빠니 가는 길의 3200 고지인 데우랄리에서 본 다울라기리
▲ 데우랄리 고개에서 본 다울라기리 고라빠니에서 타다빠니 가는 길의 3200 고지인 데우랄리에서 본 다울라기리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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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껄이가 타다빠니 롯지에 방이 5개 밖에 안 남았으니 지금 전화로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채근한다. 전자지도를 사용할 수 없는 나는 타다빠니까지코스의 난이도와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 성껄에게 위임하려고 했지만, 우리 컨디션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방을 예약했다가 이행하지 못하면 2000루피 벌금을 물어야 하는 것이 이곳 가이드들 간에 통용되는 법이란다.

타다빠니 2km 못 미친 지점까지로 목표를 줄였다가, 날이 저물면 랜턴을 사용해서라도 롯지가 몰려있는 타다빠니까지 가겠다는 당초 계획을 고수할 생각으로 바꿨다. 성껄에게 타다빠니 롯지를 예약하라고 주문했다. '방이 5개 남았다'고 말 한 지 채 5분도안됐다. 성껄이가 한참 동안 전화로 실랑이하더니 포기하는 눈치다. 방이없다며 포터 사걸을 먼저 타다빠니로 보내야겠단다.

이 때까지만 해도 롯지에 방이 없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인 줄 잘 몰랐다. 베테랑급 가이드인 성껄이가 알아서 하는 일 정도로 생각했다. 데우렐리를 지나서는 서서히 내려가는 길이다.  오늘 숙소로 정할까 했던 롯지에 도착해보니외지고 시설도 너무 낡았다. 이 곳에 숙소로 정하지 않기를 잘한 것 같았다. 고라빠니부터 같이 오던 팀들 모두 타다빠니까지 간다.

타다빠니까지 거리는 2 km이지만 깊은 계곡을 건너야 하는 길이다. 오전에 3200m 고지의 데우렐리 고개를 오르면서 힘들었지만, 오후엔 내리막길이라 기운을 차린 상태다.  계곡에서 올라서자 사걸이 마중 나와있다. 사걸의 얘기를 들은 성껄이 얼굴은 당혹스런 빛이 역력하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간다. 

이제야 로지에 방을 예약하지 못한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성껄이는돼지우리 같은 곳으로 안내하며 가이드나 포터들의 숙소란다. 성껄과 사걸의 잠자리를 우리가 차지한 것같다. 침구는 새로 마련한 것 같았으나 습기가 많아 물이 흐를 것 같았고 견디기 힘든 악취 때문에 참으로곤욕스런 밤이었다.

자유여행 때는 모든 결정을 내가 판단하고 그 결과 역시 나의 몫이다. 매순간 처음 겪는 일이라 지식이나 정보가 무용지물이다. 번쩍이는 지혜만이 절실히 요구되는 기간이다.

덧붙이는 글 | 동영상을 여기에 넣고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CPu2q0goow



태그:#네팔, #트레킹, #히말라야, #정부흥,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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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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