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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가 매서웠지만 식탁 위에 놓인 히야신스는 꽃을 활짝 피워 아름다운 향기를 집안에 가득 채우고, 따뜻한 베란다에 놓인 고추 모종은 잘 자라고 있다. 농사철이 시작되었다. 강변에는 자전거들이 가득하다.

시골에서 전기자전거가 과연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 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농사 짓느라 피곤한 몸으로 자전거를 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6년간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기자의 경험으로 보면 전기자전거는 시골에 어울리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 수단이다. 선입견을 버리고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인 전기자전거를 이렇게 한 번 바라보자.

시골에서 전기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을까

2년 전 화재로 타고 다니던 전기자전거가 소실되었는데, 올해 다시 구입하였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속도계와 배터리 잔량 표시 등 편리한 기능들이 적용되어 있다.
▲ 국내 S사에서 판매하는 전기자전거 2년 전 화재로 타고 다니던 전기자전거가 소실되었는데, 올해 다시 구입하였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속도계와 배터리 잔량 표시 등 편리한 기능들이 적용되어 있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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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은 20~30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에 살고 있고, 시장이나 은행, 보건소, 행정기관을 비롯한 생활편의시설들은 읍내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가 제법 길다. 주 단위의 이동 상황을 기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매주 월요일은 음성군으로 가서 지역 활동을 한다. 가장 먼 거리로 왕복 45km다. 시장을 보거나 은행 업무, 행정일을 처리하기 위해 금왕읍에는 주 2회 정도 나가야 한다. 왕복 20km씩 40km다. 인근 마을인 삼성면으로 풍물패 활동을 위해 두 번을 가야 한다. 역시 왕복 20km씩 40km다. 보건소도 한 번 정도는 다녀온다. 왕복 5km다. 이렇게만 잡아도 130km다. 기자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많은 농부들이 도시에 비해서 결코 짧지 않은 거리를 매일같이 이동하고 있다.

농부들의 교통수단은 경차, 1톤 트럭, 오토바이가 있다. 전기자전거는 거의 없고, 연로하신 농부들이 주로 애용하던 경운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농부들의 화물차에 면세유가 지급되면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1톤 트럭이다. 트럭이 없으면 시골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필수품으로 대부분의 농부들이 가지고 있는 데다가 연료비 면세 혜택까지 받으니 트럭의 인기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집 저 집 새 트럭을 구입해서 마을 회관에 모임이 있는 날이면 회관 마당이 반짝반짝 빛난다.

농부들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하면 좋은 첫 번째 이유는 연료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부들의 평균 이동거리를 주당 100km씩 잡고 연간 50주로 해서 계산하면 연간 5천km가 된다(연료비 연간 15만 원). 효율은 좋지만 위험성이 높아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오토바이의 연료비보다 연간 25만 원이 저렴하고, 1톤 트럭과 경차와 비교해 보면 각각 45만 원과 65만 원을 절감할 수 있다(아래 표에 나오는 오토바이, 경차, 1톤 트럭의 연비는 기자의 이용 경험을 토대로 하였다).

구 분
전기자전거
오토바이
경  차
1톤 트  럭
연 비
 
20km/ℓ
10km/ℓ
10km/ℓ
연 료 비
15만원
40만원
80만원
60만원
평균 속도
20km/h
40km/h
60km/h
60km/h
위 험 성
약간 높다
매우 높다
거의 없다
거의 없다
운동 효과
매우 크다
거의 없다
없다
없다

주) 1. 전기자전거의 연료비는 배터리 구입비용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는 2년을 사용할 수  있으며, 구입비는 30만 원이다. 따라서 1년 연료비는 15만 원.
       2. 오토바이와 경차의 연료는 휘발유로 ℓ당 1600원으로 계산하였다.
       3. 트럭의 연료는 경유인데, 면세유가 일부 지원되는 것을 고려하여 ℓ당 1200원으로 계산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운동효과다. 요즘 농부들은 거의 운수 노동자가 되어 버렸다. 트랙터와 콤바인으로 대부분의 농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좁은 차량 안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한다. 농번기 때는 새벽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무려 12시간을 꼬박 일하는 부지런한 농부들도 있다. 답답한 운전석에서 오랫동안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하고, 몸의 균형이 깨질 수밖에 없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자전거는 5km를 달리면 가볍게 땀이 나는 정도여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부담없는 운동이다.

세 번째는 언덕이 많은 우리나라 지형에서 일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기자전거가 유용하다. 기자의 경우만 해도 10km 거리의 읍내까지 가는 데도 4개의 고개를 넘어야 한다. 전기자전거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언덕길에서도 시속 15km/h는 유지할 수 있다. 일반 자전거를 타고 장이나 읍내를 가는 모습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대중교통이 과거에 비해 많이 발달해서다. 그렇지만 버스는 하루 4~5대가 고작이고, 택시비는 왕복 2만 원이 넘는다. 많은 불편이 따르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전기자전거의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배터리는 초기에 비해 무게와 부피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배터리 두 개가 A4 용지 한 장 위에 올려지고도 남는다. 배터리 하나로 70km를 달릴 수 있다.
▲ 전기자전거용 리튬이온 배터리 전기자전거의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배터리는 초기에 비해 무게와 부피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배터리 두 개가 A4 용지 한 장 위에 올려지고도 남는다. 배터리 하나로 70km를 달릴 수 있다.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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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전거도 도로를 달리다 보니 교통사고의 위험성은 있다. 그렇지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오토바이에 비해 위험성은 훨씬 떨어진다. 헬멧과 장갑, 가벼운 배낭을 메고 달리면 부상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기자가 오랫동안 자전거를 이용하여 도시와 시골의 도로들을 달려 본 경험으로는 자전거처럼 안전한 이동 수단은 없다.

시골에서 전기자전거 이용 활성화하려면...

그렇다면 시골에서의 전기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까.

먼저, 운전자들이 자전거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의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 농부들이 자전거를 타지 않는 이유는 도로에 차량이 늘면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자전거 이용자의 90cm 이내로 차량이 접근해 달리면 운전자를 처벌할 정도로 자전거 보호의식이 매우 강하다.

이런 문화만 정착된다면 자전거 이용은 훨씬 확대될 것이다. 운전자는 자전거 이용자를 불안한 눈으로만 바라보지 보호하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운전자를 처벌한다는 목표보다는 경각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유럽과 같은 접근 주행 금지 법규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전거 때문이 아니라 농부들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2차선 도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지방도로들은 노견이 없는 왕복 2차선이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걷는 사람들도 보행로가 없다 보니 매우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모든 도로들을 큰 돈을 들여 4차선으로 확장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기존 도로를 정비하여 자전거를 위한 도로를 확보한다면 보행자들도 훨씬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고 재정투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돈을 들여 건설된 지방의 4차선 도로를 보면, 이용하는 차량에 비해 과도한 투자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나라 전기자전거의 역사도 어느 덧 20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보다 개선된 전기자전거가 생산되기를 기대한다. 비오는 날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수성능이 향상되어야 하고, 배터리의 효율을 더욱 높여서 중장거리 이동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전기자전거 이용이 활발해지면 언덕이 많은 우리 지형에 적합하므로 자동차 중심의 교통 정책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특히 대중교통이 덜 발달되어 있는 시골에서 많은 농부들이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깨끗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을 되살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기자전거를 타고 조합장을 뽑는 투표를 하기 위해 농협으로 갔다. 겨우내 찌뿌듯했던 몸이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활짝 기지개를 켠다. 살아있는 느낌이 난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인 무일농원 http://blog.daum.net/muildg 에 이 기사의 초안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태그:#전기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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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이 살아도 나태하지 않는다. 무일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고, 시도 쓰며, 몸을 쓰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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