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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까페 '호미'에서 만난 김미화 씨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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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까페 호미'에서 방송인 김미화씨를 만났다. 청바지에 비니를 눌러 쓴 그녀는 얼마 전 말쑥한 정장을 입고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당시와는 딴판이었다. 호미는 김미화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예전보다 훨씬 젊어진 듯한 모습으로 마치 20대 종업원처럼 주문을 받기 위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야 '방송인 김미화'가 아니라 '카페 주인 김미화'라는 것이 실감났다.

마침 이날 이곳에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백혈병환우회가 주최하는, 정기모임 '울타리' 회원 30여 명이 방문했다. 김미화씨는 2014년 8월부터 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하지만 백혈병환우회와 김미화씨의 특별한 인연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제 5회 헌혈톡톡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 씨(왼쪽)와 출연자인 가수 손승연 씨(오른쪽)
 제 5회 헌혈톡톡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방송인 김미화 씨(왼쪽)와 출연자인 가수 손승연 씨(오른쪽)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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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010년부터 백혈병환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여러 홍보 활동을 해왔다. 특히 백혈병환우회가 주최하는 헌혈톡톡콘서트를 1회부터 5회까지 모두 진행을 맡아오며 그 출연료를 모두 기부했다. 이제 그녀의 존재는 백혈병환우들에게 단지 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라는 것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지는 듯했다.

그녀는 울타리 회원들에게 "오늘 여러분들이 백혈병을 이겨내고 이 먼 곳까지 나들이 나오셨다는 것이 너무 감격스럽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단체주문이 들어오자 한동안 카운터 쪽에 머물러 있던 그녀는 잠시 뒤 간신히 짬을 내어 인터뷰에 응했다. 비록 정신없이 바쁜 와중이었지만 방송인답게 어느 새 정돈된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 카페가 편안한 분위기네요.
"편안해 보이지 않나요? 편안해 보이려고 일부러 좀 납작하게 지었어요."

- 카페 제작과정이 특이하다고 하던데요? 설계에도 참여를 하셨나요?
"설계라고 할 게 뭐가 있나요? 컨테이너로 만들었는데(웃음)? 설계라기보다는 '정성'을 많이 들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곳을 만들 때 도움을 주신 분은 설치미술하시는 선생님이었어요. 그러니까 컨테이너 위에 설치미술을 시도한 거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거 같아요. 제작은 컨테이너를 뜯고 자르고, 또 유리 가져와서 끼우고 저희 부부가 했어요. 테라스 바닥하고 난간까지 직접 칠을 했죠."

인터뷰 중인 김미화씨
 인터뷰 중인 김미화씨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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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가 살짝 한적한 곳에 있는데, 주로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나요?
"일단 여기는 '살짝' 한적한 곳이 아니라, '아주' 한적한! 완전 쌩!뚱! 맞은 곳이죠. 주위 보시면 아시겠지만 논밭 한가운데에요.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흙을 돋워서 만든 건데, 도심에서 오신 분들이 농촌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이렇게 한 거예요.

주로 도심에서 손님들이 많이 오세요. 여기가 아이들이 뛰어놀기가 좋잖아요. 많이들 가족끼리 와서 자연도 느끼고 편하게 쉬고 가요. 또 이곳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들을 도시 손님들에게 연결해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해요." 

- 그럼 여기에 찾아오면 항상 김미화씨를 볼 수 있나요?
"항상은 아니지만 계속 있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에 KBS 창원지역방송에서 시사프로그램 하나 맡아서 하는 중이에요. 또 곧 교통방송 라디오생방송도 시작하는데 그 외 시간에는 최대한 여기에 있을 겁니다."

- 요새 방송보다도 홍보대사 활동을 더 많이 하신다고 들었어요.
"홍보대사 활동을 한지는 꽤 됐죠. 백혈병환우회를 비롯해서 80여 군데하고 있어요. 원래 이렇게 많이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가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활동하면서 알게 됐어요. 현재는 시간과 능력이 되는 만큼 하고 있어요.

돕는다는 게 사실 서로 돕는 거예요. 어려운 형편의 분들이 저한테 따뜻한 마음을 주시고, 저는 대신 그분들에게 재능을 기부하는 거죠. 정말 즐거워요. 제가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억지로 안 하거든요. 이런 홍보대사 활동을 하면서 제가 위로 받는 것 같아요."

- 그 중에서도 백혈병환우회에 가지는 특별한 애정이 있으신가요?
"사실 저도 백혈병환우회 홍보대사고 정말 아프신 분들에게도 정이 많이 가지만, 아마 백혈병환우회(완치자) 회원분들이 쏟는 애정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자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손을 내밀고, 그걸로 보통 끝나잖아요. 하지만 여기 계신 분들은 자신이 받았던 고마움을 또 다른 이에게 베풀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셔서 감동 받았어요. '그냥 나 아파!'라고는 얘기하기 쉽지만 그 다음에 다른 아픈 사람 처지를 생각하기는 힘들텐데, 이런 장면은 쉽게 보기 힘든 것 같아요."

한국백혈병환우회 정기모임 울타리 회원 30여명이 용인시에 방송인 김미화 씨가 운영하는 까페 호미에 나들이를 나왔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정기모임 울타리 회원 30여명이 용인시에 방송인 김미화 씨가 운영하는 까페 호미에 나들이를 나왔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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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에서 김미화씨 만나서 힐링 받고 왔다!"는 인터넷 후기들을 자주 봤는데요. 그렇게 김미화씨 얼굴을 보러 온 손님들을 보면 기분이 어떠신가요?
"정말 좋아요! 그리고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제가 TV방송에서 한참 개그를 할 때에는 제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을 못했어요. 그런데 호미를 열고 나서는 정말 많은 분들이 이렇게 한적한 곳까지 찾아와 주시니까 제가 정말 사랑받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어요. 그렇다면 내가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계획은 없어요.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일 게을리 안 하고 열심히 살려고요. 그렇게 살면 그게 곧 계획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거든요. 무엇인가 계획을 세워놓고 그게 다 이뤄지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하지만 계획이 내 바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열심히 해보고 실패를 하면, 다시 도전해서 성공해 보겠다고 다짐을 하면 되는 거죠. 이렇게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면 좌절한 경험이든 성공한 경험이든 제 앞으로의 인생에 밑거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질문에 답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과거는 접어두고, 이제 앞만 보며 나아가겠다'라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녀의 말처럼 과거 방송생활을 하면서 좋거나 나빴던 모든 경험들은 이제 인생의 밑거름으로만 남은 것 같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잠시 뒤 울타리 회원들이 떠날 때가 되자, 김미화씨는 한 분 한 분 손을 잡으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자신을 보러 이렇게 먼 곳까지 왔는데 길게 얘기도 못하고 돌려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익숙해 보였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이곳에서 그런 아쉬움은 너무 당연한 듯, 그녀는 곧 기대감이 가득 찬 목소리로 울타리 회원들에게 작별의 인사를 남겼다.

"환우 여러분! 꼭 건강하게 다시 봅시다!"


태그:#김미화, #백혈병환우회, #울타리, #까페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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