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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권(63)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수명 다한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와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했다. 요즘 박 대표는 노후원전 폐쇄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방재복과 마스크를 입고 거리행진을 하는가 하면, 교수와 변호사 등 뜻있는 시민들을 찾아 '노후원전 폐쇄 선언'을 조직하고 있다. 또 부산 기장 고리원전과 경북 경주 월성원전에서 가까운 경남 양산, 김해뿐만 아니라 창원 등을 다니며 갖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4년째 되는 날이다. 박종권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은 사람들이 사는 지역과 굉장히 떨어져 있었는데, 고리원전은 부산시내에 있는 셈이다"라며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기업체도 노후원전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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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전 수명(30년)이 지난 고리원전1호기의 재연장을 결정한 데 이어, 지난 2월 27일 새벽 1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그것도 표결 처리로 결정했다. 환경단체들은 이와 관련해 법적 대응 등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박종권 대표는 "시민들이 원전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강의료를 받지 않고 공짜로 강의해 줄 수도 있으니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든지 연락해 달라"고 말할 정도다. 다음은 박종권 대표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정부가 노후원전 폐쇄하지 않는 이유는..."

- 월성1호기는 왜 문제인가?
"일반 시민들은 잘 모른다. 기술적 문제도 심각하고 기술외적 문제도 있다. 세계 각국은 1991년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난 뒤부터 기준을 강화했다. 그때부터 안전설비를 격납용기 수준으로 하도록 했다. 그런데 정부는 월성1호기는 그 이전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안전기준을 강화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정부는 소급적용을 하지 않은 것이다. 형법에서 소급적용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성립할지 모르지만, 안전은 현재의 기준이 돼야 한다. 안전에 소급적용할 수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

- 지진이 발생할 경우, 월성1호기 피해도 있다고 보는가. 
"지진과 관련 있다. 월성원전 주변에 활성단층이 62개 있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번에 원자력안전위는 2개만 체크했다. 나머지 활성단층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았던 것이다. 나머지 활성단층에 대해 이번에 체크하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묵살된 것이다."

- 월성원전 주민들도 걱정이 많은 모양이던데?
"원전 가동이나 수명연장에는 '주민수용성'이라는 게 있다. 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주민토론회나 공청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민여론수렴을 해서 그 내용을 보고서에 넣어야 한다고 했지만 생략된 것이다."

- 노후 원전은 왜 위험한가?
"원전은 초기와 말기가 다 위험하다. 체르노빌은 3년만에, 스리마일은 3개월만에 대형사고가 났다. 후쿠시마는 30~40년만에 난 것이다. 초기에는 안전대책을 다 세우지 못해 나는 것이고, 말기는 기계 노후가 원인이다.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는 원전 수명인 30년이 다 넘었다."

- 그래도 정부는 원전이 괜찮다고 하는데?
"수명이 지난 소시지를 검사했더니 괜찮다고 해서 먹을 거냐. 누구나 꺼림책해서 먹지 않을 것이다. 원전도 마찬가지다.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암 발병률이 높다. 사고가 나지 않아도 방사능 액체와 기체를 희석시켜 방출시킨다. 그리고 원전과 관련해 각종 사고가 나는데도 정부는 은폐해 왔다."

- 월성1호기 수명연장 결정에 대해 법적 대응한다던데?
"자격이 없는 위원이 표결처리에 참여했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에 관여했던 사람은 3년간 원자력안전위 위원 결격사유다. 그런데 그 위원은 경력을 숨기고 참여한 것이다. 문제 제기를 했는데도 묵살 당했다. 무엇보다 안전을 갖고 표결처리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그것도 새벽에 날치기 처리했다. 그래서 법원에 '결정무효소송'을 내고, '효력정지가처분신청'할 예정이다."

- 정부는 왜 노후 원전을 폐쇄하지 않는다고 보는지?
"정부는 원전을 폐쇄하면 에너지 전력난이 우려된다고 한다. 그런데 노후 원전을 폐쇄해도 전력 수급이 괜찮다고 할 경우, 앞으로 다가올 노후원전의 폐쇄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정부는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원전 폐쇄 결정을 한 적이 없다고 보면 된다."

- 우리 정부의 원전 폐쇄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지?
"원전 폐쇄할 경우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걱정이다. 그 문제를 논의하다 보면 돈도 많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원전 '폐로'의 핵심기술이 38개라고 하는데, 우리는 17개만 완료한 상태라고 한다. 나머지 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원전 폐쇄할 경우 '폐로'의 나머지 기술을 외국에서 가져와야 한다. 그것에 돈이 들어갈 것이다. 정부가 원전을 우리 기술로 짓는다고 해놓고 폐쇄에는 외국 기술을 가져온다고 하면 국민들이 무어라고 하겠느냐. 그동안 우리 정부가 주장했던 게 허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원전 폐쇄를 꺼린다는 생각도 든다."

- 노후원전 폐쇄에 대한 시민 여론은?
"좋다. 노후원전 폐쇄와 관련한 갖가지 활동을 벌이면 시민들이 호의적이고 도와주기도 한다. 가령 며칠 전 부산경남 교수들의 '선언'을 받아 신문에 광고를 냈는데, 불과 며칠만에 자기 돈을 내면서 참여를 많이 했다. 시민들이 직접 활동을 벌이지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 원전 사고가 나면 어디까지 피해를 끼친다고 보는지?
"피해 지역은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원전사고가 나면 반경 90km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초속 3m의 바람이 분다면, 고리원전 사고가 날 경우 창원까지 5시간 안에 방사능 오염 바람이 날아오게 된다. 90km 거리면 고리원전에서 거제와 고성까지다."

- 원전사고와 관련해 경남도와 창원시 등 자치단체의 대책은 어떠하다고 보는지?
"지금 자치단체는 원전사고에 대해 자기들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다. 경남지사나 창원시장이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최고 책임자 아닌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방제대책 매뉴얼대로 한다는데, 그것이 허점투성이다. 가령 사고가 나면 수돗물이 아니라 우물을 이용한다는데 도시지역에 우물이 어디 있나. 그리고 피폭이 되었을 경우 치료할 의료기관은 진주 경상대병원인데, 그곳까지 가야한다. 이런 정도의 수준이라면, 방제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 기업도 대책을 세워야 할 거 같은데?
"원전사고가 나면 기업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다. 울산은 고리원전에서 25km 거리다. 원전사고가 나면 공장은 가동 중단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그랬다. 울산에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자동차 등 부품생산 위주인 창원지역의 공장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고리원전에서 부산항만까지 거리가 28km인데, 사고가 나면 항만도 폐쇄다. 학교 폐쇄는 물론이다. 세금 나올 곳이 없는데 공무원 월급은 무엇으로 주나."

-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원전사고 대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데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본에서 그랬다. 원전 사고가 나면 돈 많은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갈 것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도망도 가지 못하고 피폭될 것이다. 시민들은 위험한 노후원전을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야 한다."


태그:#박종권 대표,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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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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