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도(홍준표 지사)와 시·군청이 무상급식 식품비 예산지원을 끊은 대신에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하자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도민 요구 외면한 일방통행식 행정", "무상급식 중단 명분으로 당장 폐기하라"고,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은 "조삼모사식 도정"이라고 지적했다.

9일 경남도는 도비 257억 원과 시군비 386억 원(총 643억 원)을 들여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벌이겠다고 발표했다. 경남도는 "전국 최초로 서민계층의 학력격차 해소와 동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위해,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에 집중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사업은 서민자녀의 학력향상과 교육경비 지원을 위한 바우처사업, 맞춤형 교육지원사업, 교육여건 개선사업 등이다. 지원대상자 범위는 소득인정액 기준 최저생계비 250% 이하(4인 가구 기군, 월 실제 소득이 250만 원 정도) 가정의 초중고생 자녀다.

경남도는 오는 16일부터 4월 3일까지 읍면동사무소에서 신청받는다. 학부모가 소득·재산, 금융재산, 자동차 등 관련 증빙서류를 지참해 주소지 읍면사무소와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하면 된다.

경남도가 발표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은 아직 경남도의회를 통과하지 않았다. 경남도의회는 오는 12~19일 사이 제324회 임시회를 열어 입법예고한 '경남도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박종훈 교육감 "교육적 가치 무시한 졸속적 사업"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경남도교육청

관련사진보기


경남도와 시·군청은 지난해까지 지원해오던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 예산을 올해부터 끊었다. 올해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 식품비는 경남도교육청 예산만 확보된 셈이다. 경남도·시·군청은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으로 돌린 셈이고, 경남도교육청은 4월부터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유상급식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박종훈 교육감은 이 사업에 대해 "교육적 가치를 무시한 졸속적인 사업"이라 지적했다. 박 교육감은 10일 오후 경남도교육청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경남도가 올해 무상급식 지원 예산으로 편성했던 643억 원 전액이 서민지원사업이라는 졸속적인 사업으로 둔갑하여 발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로써 사실상 무상급식비 지원은 무산된 것이며 그동안 전 도민과 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버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상급식비 지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남 교육가족은 끊임없는 노력을 해 왔으며 도지사의 전향적인 해결책을 기대하였다"며 "그러나 기대는 허무하게 무너졌다, 아이들의 밥 한 끼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학부모님의 경제적 부담 가중에 대한 문제를 전 도민이 호소하였음에도 경남도의 대처 방식은 불통과 일방적 주장으로 계속되어 왔다"고 밝혔다.

또 그는 "경남도에서 복지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마다할 리는 없다"며 "교육에 대한 지원 사업을 계획하면서 교육청이나 학교를 철저히 배제시킨 채 추진된 이번 사업은 무상급식비를 지원하지 않기 위해 땜질식으로 진행된다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박 교육감은 "이번 서민자녀교육지원 사업은 전 도민이 간절히 원하고 있는 무상급식비 지원을 철저히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것"이라며 "유독 경남만이 급식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불공평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종훈 교육감은 "다시 한번 경남도지사께 요청하고, 두 사람이 만나서 해결책을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며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그 고통을 도민께 드리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도민을 위해 책임있는 사람이 만나서 해결 방법을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남지부 "홍준표 지사의 안하무인식 행정"

전교조 경남지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남도의 이 사업 추진계획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아직 도의회에 통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자신감하에 진행되는 것으로 기본적인 도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무시하는 홍준표 지사의 안하무인식 행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에 대해, 전교조 경남지부는 "이미 학교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교육복지사업들이다"며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입학금·수업료 감면, 학교운영지원비, 수학여행비 등이 지원되고 있으며, 고등학교 저소득층 및 특수교육대상자 교과서 구입비, 초중고신입생체육복무상지원 등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교육경비지원이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전교조 경남지부는 "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진로캠프나 진로진학센터, 방과후자유수강권 지원, 대학생 멘토링, 농어촌방과후학교운영지원, 유명강사초청 특강 등 경남도청에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으로 제안하고 있는 내용들과 거의 유사한 내용들이다"며 "예를 들어 도청에서 유명강사 초청 특강지원으로 25억여 원이 책정되어 있는데 도교육청에서 동일한 사업으로 12억여 원이 책정되어 있는 식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소득층 자녀들 대상 지원사업을 더욱더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남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도교육청과 의논해야 할 것이 당연할 것인데, 교육청과 사전 협의없이 단독 추진해 예산중복 집행이 불보듯 뻔한 것"이라며 "계획안에 제출되고 있는 교육여건 개선사업은 시설개선을 위한 사업으로 서민자녀를 위한 사업이라고 볼 수가 없다"고 밝혔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진정 소외계층 자녀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눈치받는 선별적 혜택이 아니라, 오히려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여 누구에게나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보다 교육적이다"며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을 중단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한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회와 상의없이 일방적 진행"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은 논평을 통해 "경남도가 추진하려는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에 대한 타당성이 우선 검토돼야 한다"며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임에도 경남도는 경남도교육청, 경남도의회와 상의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사업을 계획하고 시행하기 전 관련 기관과 함께 타당성을 살펴보기 마련이고, 의회는 이를 다시 한 번 심의한다"며 "도민과 시민의 세금을 소중하게 생각해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재정건전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도의회의 기능과 역할마저 무시한 홍준표 도정의 밀어붙이기식 행보다"며 "이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경우 졸속사업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더구나 무상급식 예산삭감액을 이 사업에 고스란히 옮긴 것은 조삼모사식 도정일 뿐"이라고 밝혔다.


태그:#무상급식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