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하다는 말은 틀린 것 같다.
천지에 이지러지는 꽃잎을 보며
시인은 말했다지만,
그는 놓친 것이 있다.
찬란한 태양이다.
노란 태앙빛이 뉘엿뉘엿 넘어가면서
뿜어내는 순백의 에너지는 결코 잔인하지 않다.
살아 있음이다.
사람간의 정을 확인하는 아름다움이다.
3월의 첫 주. 원동에 핀 매화가 투명하다.
낙동을 물들이며 넘어가는 노란 태양 빛이
어깨 너머로 슬며시 잦아든다.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제도 들어갔기 때문에 오늘도 들어가는 것이다.
노란 태양은 내일도 매화의 언저리를 비출 것이다.
낙동을 달리는 기차 또한 내일도 달릴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오의 노란 빛을 받는 삼랑진 철교.
녹슨 철길에 물든 아스라한 노스탤지어.
그 옛날, 민족의 아픔이 절절히 서려 있는 철교.
녹슨 철교는 내일도 태앙빛을 받을 것이다.
봄은 이렇게 찾아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