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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동안 두유 2개를 먹고 견뎌온 70대 노인이 경찰에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노인은(73·남성)은 거동이 불편한 딸과 함께 생활하며 폐지를 모아 생활해 왔지만, 최근 폐지 값이 떨어지면서 극심한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평균 개인소득이 1916만 원, 전국 평균 보다 월등히 높은 부자도시 울산에서 발생한 일이다.

112에 걸려온 흐릿한 목소리의 전화

지난 3일 오전 9시 36분, 112에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112 담당자는 신고자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 어떤 상태인지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울산 중구의 한 다세대 빌라에서 걸려온 전화임을 확인한 112측은 관할 울산중부경찰서 태화지구대에 신속한 현장 방문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태화지구대는 신고자의 정확한 빌라 호수를 파악하기 위해 걸려온 전화로 여러차례 전화를 했지만, 신고자는 더 이상 전화를 받지 않았다.

울산중부경찰서 관계자는 "아프다는 소리만 어렴풋이 확인됐을 뿐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며 "혹시 약물 복용이 아닌지 등의 온갖 추측이 들었다"고 말했다.

태화지구대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탐문수사를 벌였다. 근처를 수소문 해 신고자의 호수를 파악한 경찰은 해당 집 앞에서 신고자를 불러도 인기척이 없자 곧바로 119에 지원 요청을 했다. 출동한 119와 경찰은 출입문을 강제로 열고 신음 중인 이 노인을 발견, 인근 병원으로 급히 후송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집에는 거동이 불편한 딸과 함께 누워서 신음중인 노인이 있었다. 노인의 집에는 길에서 모은 폐지가 가득 했다고 한다. 노인은 신음소리로 "10일간 먹지 못했다, 두유만 2개 먹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한 허영철 경사는 "112 전화를 확인할 때 났던 신음하는 소리가 계속 귓속에 맴돌아 빨리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생명에 지장이 없고 무사히 구조해 기쁘지만, 신음소리로 '10일간 먹지 못했다'는 했던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연락이 닿은 노인의 조카는 "전화를 할 때 마다 욕을 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10일간 두유 2개 정도만 먹었다는 말에 너무 죄송했다"며 "경찰이 신속히 출입문을 강제 개방해 무사할 수 있어 고맙다"고 밝혔다.

울산중부경찰서는 "우리 사회에 소외된 이웃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현장경찰관들이 이들을 돕는데 신속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외계층 증가하는 울산시... 빈부격차 해소 급선무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1916만 원으로 전국평균 1585만 원을 크게 앞섰다. 울산에 이어 서울(1860만 원), 부산(1618만 원), 대전(1576만 원), 제주(1564만 원) 등이 2∼5위를 기록한 반면 전북(1453만 원), 경북(1439만 원), 강원(1370만 원), 전남(1353만 원) 등이 13∼16위 순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평균소득이며 여전히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많다. 울산시에 따르면 2013년 2658가구가 13억5200만 원의 생계·의료·주거 등 긴급복지지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1년 750가구, 9억2600만 원과 비교하면 가구 수는 3배 이상, 지원금은 4억 원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울산이 이처럼 높은 소득에도 여전히 생계에 허덕이는 소외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빈부의 차가 크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태그:#울산중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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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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