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의정부=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경기도 포천에서 전·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맹독성 제초제를 먹여 살해한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자 이처럼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 여성이 전형적인 '이윤추구적 연쇄살인자'라며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3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노모(44·여)씨는 전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의 사망 보험금으로 약 10억원을 탔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친딸에게까지 조금씩 농약이 든 음식을 먹여 입원치료를 시키고 보험금 700만원을 받았다.

연쇄범죄를 연구해온 중앙경찰학교 김복준 외래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노씨는) 돈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살인을 연쇄적으로 저질렀다"면서 "자신의 안락함과 정서적·환경적 안정을 위해 범행한 경우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금전 목적이 있었기에 불특정 피해자를 해하는 '사이코패스'와는 기본적으로 다른 성향"이라고 덧붙였다.

노씨는 한때 잘 나가던 전 남편이 사업에 실패한 뒤 '위장 이혼'까지 하고 불화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이 자신에게 돈을 요구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무자비한 연쇄범죄의 시발점이었다.

이윤추구적 연쇄살인은 또 수법이 상당히 치밀한데다가 한정된 지역·공간에서 범행이 벌어져 사건이 잘 발각되지 않는 편이다.

노씨 역시 두 번째 남편을 살해할 때 맹독성 제초제를 조금씩 탄 국을 남편에게 먹여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해, 수사기관에서 이를 인지조차 못했다.

이러한 범행은 단순히 생활비가 필요해서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

노씨는 범행 후 백화점에서 하루 수백만원을 쓰고 자신의 취미생활에 수천만원을 투자하는 등 과소비적 성향을 보였다.

스스로는 제어할 수 없었던 걸까.

노씨는 검거된 뒤 "이제라도 잡혀서, (범행을) 멈출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했다.

금전 목적의 연쇄살인은 외국에서도 종종 발생했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 주부가 수십억원대 사망 보험금과 유산을 노리고 남편과 애인 등 6명을 연쇄 살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벌어져 세간을 충격에 빠트렸다.

1980년대 미국에서 일명 '정원의 살인마'로 불린 도로시아 푸엔테라는 여성이 노인 전용 하숙집을 운영하며 독극물로 노인 9명을 살해한 뒤 연금을 빼앗은 것으로 밝혀졌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비슷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은 보험범죄 형사판례집을 발간하며 자해나 살인 등 보험금 목적의 범죄가 점차 흉포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험범죄 처벌 강화 필요성도 지적했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사장이 여직원을 거액의 종신보험에 가입시킨 후 사무실 내 물품창고로 유인해 둔기로 뒤통수를 내리쳐 살해하고 보험료를 가로채려 한 사건 등을 소개했다.

또 사람의 생명을 해하는 보험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회사 지도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보험조사국 김소연 조사기획팀장은 "생명의 가치는 한정할 수 없기에 생명보험 가입한도를 제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그러나 가입자의 재산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지나친 중복 가입시 특별심사를 하는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보험범죄를 예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보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