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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세 번째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정원장이 임명됐다.

대선 개입으로 전직 수장이 실형을 선고 받고, 간첩 사건을 조작하는 등 현 국정원의 수장이 국정의 실질적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된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하라는 요구를 겨우 받아들인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역사의 시계를 50년 전으로 돌려 놓았다.

박근혜 정부 인사, 이젠 어떤 비판도...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내정했다.
▲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이병기 국정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내정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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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장 출신의 청와대 비서실장 등장은 박정희 대통령 당시 중앙정보부장 출신이었던 이후락(1963∼1969), 김계원(1978∼1979) 이후 3번째다. 제3공화국 막후 실세이자, 제갈공명과 조조를 합친 책략가라는 뜻으로 '제갈조조'라고 불렸던 이후락. 그가 돌아온 셈이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어떤 말로도 소감을 표현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에 대해선 이제 비판하기도 귀찮다. 여당 원내 대표 출신 이완구 국무총리, 이완구 총리가 원내대표에 선출될 당시 여당 대표였던 황우여 사회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가 당 대표일 때 원내대표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 이 배배 꼬인 관계야말로 바로 '박근혜 대통령 곁에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기획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국내 정보를 총괄하며 재벌과 정치인, 유명 인사들의 사생활까지 꿰뚫으며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막강한 권력으로 황장엽의 망명을 기획했던 안기부 2차장 출신 이병기 국정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이후락 만큼은 아니더라도 이병기 역시 국민보다는 권력을 위해 다 바칠 책략가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내정했다.
▲ 청와대 비서실장에 내정된 이병기 국정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사진)을 내정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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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자기가 일하기 편한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왜 그리 말이 많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는 국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은 사실상 국무총리보다 훨씬 많은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검찰과 경찰, 국세청과 국정원 등 사정 기관들과 권력 기관들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와 국내·외 정책을 비롯해 온갖 부처들의 인사를 쥐고 있는 엄청난 자리다. 그래서 대통령이 비서실장을 교체한다는 것은 국정 전반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야당이나 시민 사회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끊임없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교체하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던 것이다. 그런데 뭔가. 박근혜 대통령은 모두가 아니라는 신임 총리 임명에 이어 대통령 비서 실장으로 국정원장을 임명했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3년차, 그 시작은 점수를 주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참담하다. 꼭 3년 남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참 길고 두렵게 느껴진다. 멀어지는 스무 살의 꿈처럼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과 평화도 점점 멀어져 간다.


태그:#비서실장, #국정원장, #이후락, #중앙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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