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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쿠르트 회사 직원이 교직원들 앞에서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리쿠르트 회사 직원이 교직원들 앞에서 조사 결과를 분석하여 발표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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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일본 류코쿠대학 세타 캠퍼스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리쿠르트 대학 진학 담당자(照井 健太郞)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은 일본 고등학생이 선망하는 대학이나 지망하는 학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과 더불어 일본 역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생들을 모집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고교를 졸업하는 학생들 역시 여러 가지 선택 앞에서 자신의 적성이나 기호, 희망에 따라서 여러 대학을 지원합니다.

일본에는 대략 대학(2년제 대학 포함)이 750곳 정도가 있습니다. 최근 시골에 있는 중소 도시에 있는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고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역시 지역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도쿄나 오사카, 교토 따위 교육열이 높은 도시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서는 진학률이 100 퍼센트를 기록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골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30퍼센트에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본에서 고교 졸업 뒤 대학 진학률은 평균 60퍼센트 정도라고 합니다.

공부를 좋아하거나 부모님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는 경우 대학에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 취업을 하거나 '프리타'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학력을 중요시 하는 사회이지만 한국만큼 진학률이 높지는 않습니다.

일본 역시 한국처럼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국공립대학은 사립대학보다 반 정도로 수업료가 싸기 때문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특히 간사이 지역에서는 고교 졸업생의 45퍼센트가 국공립대학을 희망합니다.

일본 대학 역시 한국 대학처럼 이과와 문과를 나누어서 대학을 지원합니다. 최근 지원자들은 문계보다는 이과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최근 일본 정부에서는 국공립대학은 비용이 많이 드는 이공계를 확대하고, 인문 사회계는 사립대학이 감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일본 고등학생이 지원하는 대학은 첫 번째가 배우고 싶은 대학 학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회적인 요구인지 개인적인 이유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대학을 지원하는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대학을 선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명대학, 집에서 가까운 대학, 취직하기 유리한 대학, 교풍이나 분위기가 좋은 대학 순이었습니다. 대학은 비용이 많이 들고, 공부에 관심이 없으면 공부하기가 힘듭니다. 최근 대학은 취직 소개소나 직업 알선소로 변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대학에서 비싼 돈을 내고 공부를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대학은 직업을 소개하는 곳이 아닙니다.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입니다. 학문을 통해서 진리의 본질, 인간의 존재 이유와 목적, 인간과 더불어 우주의 생성과 신비의 의문을 찾아 연구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공부를 통해서 생각하는 힘,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이나 일본 대학은 최근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간, 회사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전락한 느낌입니다. 대학 역시 사회의 요구에 따라서 대학에 취업을 위한 수업이나 직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학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 즉 진리, 인간, 가치의 문제는 대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고교생들이 대학을 지망하는 이유나 희망 따위를 조사하여 정리, 분석, 발표하는 자리 역시 대학의 본질과는 떨어져 있습니다.

사립대학의 존재 자체가 학생들의 수업료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점에서 교육 소비자로서 학생들의 의견이나 돈을 대주는 부모님들의 희망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점차 그들의 의견을 좇아서 대학이 존재의 본질에서 멀어지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입니다.     

참고 자료, 리쿠르트(recruit) 마케팅 파트나스 소루션 추진 그룹, 진학 브랜드 역량 조사 2014 보고서, 2015.2.20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리쿠르트, #대학, #고교, #진학률,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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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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