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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기소돼 실형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경기청장 재임 당시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옥쇄파업에 대한 강경 진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중립으로 대처했다"며 "초기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건 당시 한상균 쌍용차 노조위원장도 인정할 거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기소돼 실형을 받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경기청장 재임 당시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옥쇄파업에 대한 강경 진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 전 청장은 "쌍용자동차 사태 당시 중립으로 대처했다"며 "초기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건 당시 한상균 쌍용차 노조위원장도 인정할 거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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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청장 재임 당시 보람 있었던 일로 "전·의경 가혹행위 근절"을 꼽았다. 실제 그는 40여 년 지속돼온 전·의경에 대한 상습적인 가혹행위를 근절시켜 기피대상이었던 전·의경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군대 내 끊이지 않는 가혹행위에 대해서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지만 남북이 대치하는 비상 상황에서 군기 유지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어떤 시책을 펴도 근절이 안 된다"며 군 지휘부의 의식 전환을 강조하기도 했다.

경기경찰청장 재임 당시 평택 쌍용자동차 진압 논란에 대해서는  "이런 상황을 빨리 청산시켜서 해고 근로자들을 복직시키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회사가 정상화 됐는데도 사측이 해고근로자를 복직시키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깝다"며 "빨리 복직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정책기획실장과 김정욱 사무국장은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를 무효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지난해 12월 13일부터 평택공장 70m 높이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장 시절 직을 걸고 '수사권 독립'을 외쳤던 그는 인터뷰에서도 시종 경찰 수사권 독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들을 위해 수사권 조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검찰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행정부 소속으로 사법기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외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나가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전의경 가혹행위 가해자 전원 형사입건...희생없인 불가능했다"

- 조 청장 재임 당시 논란이 된 사건이 유난히 많았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촛불집회라는 엄청난 국가적 대사건이 있었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도 있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갈라졌지 않았나. 그 부담을 길거리에서 경찰이 받아내야 했다. 쌍용차 사건도 그 연장이다. 또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고 칭했던 G20도 열렸다."

- 과거 전·의경에 대한 상습적인 가혹행위와 구타로 자살이 끊이지 않았는데?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인권보호기관이다. 그런데 1971년 창설이래 40년간 기혹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이 이런 가혹행위를 할 때는 형사 입건해서 당연 처벌한다. 그러면서 경찰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혹행위를 방치를 시켜두면 그게 말이 안 되지 않나."

- 경찰청장 재임 때 이를 척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경찰에 몸담아 오면서 오랫동안 고민해 오던 문제였다. 경찰청장 때(2011년) 강원지방경찰청 전 경대에서 선임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한 이경 6명이 부대를 집단 이탈했다. 해당 부대 중대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사건이 터지자마자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307전 경대는 창설 28년 만에 전격 해체됐다. 해당 전경대장을 포함한 부대 지휘요원 5명과 가해자 15명이 전원 형사입건시켰다. 그 사람들 전과자 만들면 내 마음이 편하겠나? 하지만 매년 여러 명이 뛰어내려서 죽거나 탈영하게 만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면 어떤 걸 선택해야 하겠나? 이런 희생도 치르지 않고서 가혹행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했나?
"전·의경들이 오죽 견디기 힘들면 목숨까지 끊고 그러겠냐. 그 때 논산훈련소에서 전경 차출당하면 본인은 물론이고 부모형제들이 울고불고 난리를 칠 정도였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점호를 취하더라. 최소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만 점호를 하도록 했다. 하루 10시간, 주당 65시간 근무시간도 45~50시간으로 대폭 줄였다. 남는 시간은 개인발전을 위한 일에 사용하도록 했다. 주 1회 외출, 2개월 마다 정기외박 등 영외활동을 보장했다. 현장지휘요원의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도 많이 했다. 밑에서 엄청나게 반대했지만 내가 전부 다 책임진다고 했다.

- 군대 내 성폭력,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어떤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나?
"군에 대해서는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다. 지금 양극화 현상이 더욱 더 심화되고 있다. 중산층이 10%가 줄어들고 하층은 더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내 목숨 바치겠다는 생각이 들겠나. 그래서 다원적으로 접근해야 될 그런 문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간단하게 말하자면 의식의 문제다. 비록 인권침해 소지가 있지만 남북 대치하는 비상 상황에서 군기 유지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어떤 시책을 펴도 근절이 안 된다.

전쟁이 발생할 경우 진짜 내 한 몸 기꺼이 바쳐서 내 동료를 위해서 희생을 하는 부대를 만들려고 하면 부대의 공기가 어때야 하겠나, 군인 개개인 입장에서 내 목숨, 내 가족, 내 동료, 내 이웃, 우리 국민을 지켜내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가야 하는 거다. 군 지휘관들이 군인 개개인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최대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 공감한다면 하루아침에  근절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재임 당시 '인사 청탁하면 이름을 공개하고 승진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인사 청탁을 이유로 승진에서 제외시킨 적 있나?
"그렇다. 서울경찰청장 시절 실명 다 공개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하니까 조현오 있을 때는 청탁하면 죽는다. 이렇게 퍼져서 감히 청탁을 안 했다."

- 청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나?
"그런데도 여야 정치인들이 청탁을 하곤 했다. 그러면 청탁하는 건 자유지만 공개 안 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여당 국회의원들까지도 나를 아주 싫어했다. 심지어 청와대 쪽 인사가 요청을 해와도 안 들어줬다. 지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느냐 경찰청장 평생할 거냐 이런 이야기도 나왔다."

- 경기청장 재임 때 노동자들의 평택 쌍용차 점거농성 진압을 놓고 과잉진압 목소리가 여전하다?
"잘못 알려진 거다. 경기경찰청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쌍용차 사측과 협력업체 쪽에서 찾아와 경찰 투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엄정 중립을 지켰다.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사설을 통해 '노조가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는데 경찰이 아무런 조치를 안 하고 있다'고 썼을 정도였다. 오히려 사측에 '경찰 힘을 빌려 사태를 해결하려는 생각은 아예 버리라'고 말했다. 해고자와 비해고 근로자간 충돌도 있었지만 중립적으로 대했다. 초기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던 건 당시 노조위원장도 인정 할 거다.

회사는 사실 어려웠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법정관리상태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급기야 파산위기에 까지 갔다. 회사 측을 대화장에 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가 결렬됐다. 그래서 마찰이 커졌다. 내가 작전을 한 것은 파산이 곧 임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약 10만 명이 거리로 나 앉게 생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최소한의 질서 유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런 상황을 빨리 청산시켜서 해고 근로자들을 빨리 복직시키면 될 것으로 판단한 거다."

"쌍용차 과잉진압? 초기엔 엄정중립 지켰었는데..."

조현오 전 경찰청장
 조현오 전 경찰청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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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사측은 정상화됐는데도 해고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지 않나?
"5년이 지났으니 내가 생각한 기간이 지났다. 아직 복직 안 되고 있다. 안타깝다. 빨리 복직을 시켜야 한다. 사측은 물론 해고근로자와 비해고 근로자간 불신이 깊다. 서로 흔쾌히 마음을 열고 같이 가자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다 한발 물러나서 서로 양보하고 감정 털어내고 함께 가야한다"

- 디도스 수사당시 사건을 축소, 은폐하기 위해 수사 발표문을 축소 조정했다는 의혹도 있었는데?
"경찰은 (박원순 서울시장 홈페이지를 디도스 공격한) 주범으로 최구식 한나라당 국회의원 비서 공아무개씨를 지목하고 단독범행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자 검찰 쪽에서 수사팀 대폭 보강하고 난리를 쳤다. 경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점을 크게 드러냈다. 그때는 검·경 간 수사권 조정 문제로 한참 논란이 있던 직후였다. 검찰이 경찰은 수사 자질이나 능력이 안 돼 수사권을 주면 안 된다는 인상을 주려 했던 거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국회의장 전 비서를 구속했다. 하지만 검찰이 구속 시킨 국회의장 전 비서는 무죄판결이 나왔다. 결국 경찰이 수사한대로 된 것이다."

- 당시 청와대 관계자와 수시로 전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었는데?
"전화 몇 번 했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수사했다. 누구의 지시이건 법률에 위배되는 지시는 따르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말했다.

- 경찰청장으로 일하며 보람 있던 일을 꼽자면?
"쌍용차 진압과 관련해서는 그때는 10만 명이 거리에 나 앉게 될 상황을 모면하게 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해고근로자들이 복직이 아직도 안 되니까 (지금은) 내세우고 싶진 않다. 전·의경 가혹행의 근절의 경우 상당히 보람을 느낀다. 언젠가는 군 가혹행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찰내 인사기준을 제대로 세운 것도 보람 있었던 일로 생각한다. 직원들의 성과 평가지표 항목에 정량적 평가 외에 정성적 평가(수치화하기 어려운 역량 평가) 요소를 많이 도입했다. 지역주민을 평가하는데 참여시키기도 했다. 시간외 근무수당도 청장이 되기 전 6400억 원에서 1조 600억 원으로 70%를 올렸다. 명절과 주말에도 쉴 수 있게 했다. 명절 때 투입하는 인력을 20% 줄였는데 범인 검거는 오히려 45% 증가했다."

- 경찰청장 재임때 검·경 간 수사권 조정 문제를 놓고 검찰과 맞붙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담은 대통령령 제정안도 국회를 통과됐다. 내사 단계에서는 검찰 지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수사개시권을 갖게 된 것인데?
"당시 이명박 대통령께서 검찰에 경찰에 최대한 양보하는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한 일이 있음에도 잘 추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통령 실장 주재로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검찰총장, 저까지 6인 회의가 열렸다. 그래서 개정이 이뤄진 거다."

-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 당시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약속했다. 수사권 독립에 대한 의견은?
"경찰만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면 내가 앞장서서 반대하겠다고 해 왔다. 국민들을 위한 그런 수사권 조정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생각에 변함없다. 검·경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수사지휘권에 있다. 경찰이 수사를 할 때 검찰로부터 지휘를 받는 것이 현행 제도다. 경찰은 수사권, 검찰은 기소권으로 분리돼야 한다. 이게 세계적 추세다. 게다가 프랑스의 경우 검찰이 법원 소속이다. 그래서 준 사법기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검찰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행정부 소속이다. 사법기관이 아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왜 경찰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는 건가. 전 세계 유례가 없다. 누가 손해인가. 국민들이 손해 보는 거다. 국민들이 경찰에 힘을 실어 주고 경찰이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정치권 눈치도 안보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가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수 있다."

- 향후 계획은?
"현직에 있을 때 로펌이나 일반회사 고문으로는 안 가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걸 끝까지 지키고 싶다. 우선 외국 대학이나 연구기관에 나가 지낼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갈등 해소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 중산층 엷어지고 하층이 두터워 지고 있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가진 자, 기득권층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 일반 국민들도 투쟁하겠다는 생각보다 설득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 그런데 외국 연구기관에서 전과자라 받아 줄지 모르겠다.(웃음)"


태그:#조현오, #이명박, #검경 수사권, #전의경 가혹행위,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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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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