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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건축 기술과 현대 목조주택 건축 기술을 접목하여 지은 집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 능선들
▲ 거실에서 바라보는 노고단 한옥 건축 기술과 현대 목조주택 건축 기술을 접목하여 지은 집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 능선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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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3천 원 입장료를 받는 체험 공간이 되었다. 사는 공간에서 구경하는 공간이 되었다는 얘기다. 한복도 그렇다. 명절 때나 기분 전환용으로 잠시 걸쳐보는 노리개로 전락했다. 전쟁 후 배고픈 시절, 서구문화의 환상을 좇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도 모른 체 근본인 영혼까지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뤤지"를 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반만년 쌓아온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잃었다. 은퇴한 아버지가 귀찮기만 하고 아무 쓸 짝도 없는'가을비에 젖은 낙엽'이 되었다. '재산을 일찍 상속하면 굶어 죽고, 안 하면 맞아 죽고, 머뭇거리면 보대껴 죽는다' 는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넘기기엔 뭔가 켕기는 게 있다.

"어머님을 이런 시골의 초라한 장례식장에서 모실 수 없으니 서울로 모시고 가겠습니다"고 말한 아들 내외를 혼을 내서 쫓아버렸다는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있노라니 분노보다 차라리 슬픈 감정이 인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온 할머니의 아들 내외는 외견상 부족함이 없는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단다.

'무연고 독거 노인'이라 보호 대상으로 돌아가신 할머니는 서울에 사는 아들의 존재가 탈로 날까 봐 두려워하셨단다. 성당에서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서울 아들이 나타난 것이다. 생전에 부모를 버린 자식이 어머님의 시체 앞에서 부조 돈을 받아 챙기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 현실이란다.

품앗이를 통해 상부상조 생활이 몸에 벤 우리가 생존 경쟁만을 위한 인정이 메마른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과한 비약일 지 모르겠지만 자연 속에서 구름과 바람, 달과 별, 꽃 그리고 벌과 더불어 살아온 삶의 터전인 고향의 집을 버리고 대 도시에 모여 아파트에 살면서 각박한 사회가 되었다.

소통의 공간인 우리들의 집을 살리려면

한옥은 불편하다. 춥다 그리고 건축비가 비싸다는 것이 통상적인 개념이다. 그러나 한옥을 깊이 들여다보면 편리하면서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한 집을 저렴한 가격에 지을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가옥 형태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한옥의 건축재료인 목재는 다른 어떤 건축재료보다 단열효과가 우수하다. 불편하고 추운 것은 한옥의 건축기술 수준이 100년 200년 전의 상태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편리하게 만들지 않은 탓이다. 한옥은 2000년 전부터 발전해 왔으며 1930년대 오늘날 사용하는 한옥 짓는 기술은 완성되었다.

그 뒤 아파트 대세에 밀리면서 우리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100년이나 200년 전의 우리 한옥은 같은 시대 지구상의 어떤 가옥과 비교하더라도 불편하지도 춥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대과학과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기술은 한옥을 비껴간다. 한옥은 변화를 싫어한다. 어쩌면 한옥건축에 관련된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자연의 선택압력은 항상 생명을 담보로 한다.

한옥의 건축 방식은 낱개 부재들을 만드는 치목 과정을 거쳐 조립하고 마감한다. 한옥은 철거하면서 엄청난 폐기물이 생기는 집들과 다르다. 철거라는 말보다 해체라는 말이 적당하다. 건물 해체로 얻은 자재는 재활용이 가능하고 변형될 염려가 없어 신품 자재보다 귀하고 비싸다. 한옥 한 체를 짓기 위한 준비는 목수 한 사람이 2~3개월 정도 치목하면 된다. 혼자서 틈틈이 나무와 대화하면서 할 수 있다.

집 짓는 총 경비의 30%는 인건비이다. 혼자서 기둥과 도리, 보와 서까래가 될 부재를 준비하고 먹을 놓고, 장부를 판다면 인건비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다. 다른 30%는 건축회사의 영업이익이다. 이 경비는 산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머지 30%는 재료비다. 원목을 구입하여 자신이 직접 재제한다면 재료비의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10% 정도가 필요한 행정 처리비이다. 이러한 내용을 감안한다면 총 건축비의 80%경비 절감이 가능하다.

건축비의 20% 경비로 집을 지으려고 기둥과 보(Post and Beam)방식인 한옥 짓는 기술을 배웠고,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경량목구조 방식의 목조 주택 짓는 방법도 배워 응용했다. 경량목구조 방식은 미국 서부개척 시대부터 편리하고 좋은 집을 쉽게 짓기 위해 자재의 크기와 질을 표준화· 규격화 시킨 건축 방식이다.

집을 짓고 나서는 내부장식을 해야 한다. 개인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지므로 일률적인 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경비를 줄이고 내 취향에 맞게 꾸미려면 내가 손수 만들어 장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효과적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퇴근 후에 목공방을 다니면서 기초지식을 배웠다. 나이 들어서도 '젖은 낙엽'이 아닌 곱게 물든 단풍잎이 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향기를 전해 줄 수 있는 꽃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납도리는 기둥, 도리, 보로 구성되는 중요 부재를 방형(사각형)으로 사용하는 일반적 형태의 집이다. 납도리 구조를 이해한 후 실습을 통해 내 것으로 만들었다. 굴도리(원기둥)는 멋이 넘쳐나고 납도리에 비해 고급스런 형태이다. 누각이나 정자 형태의 풍류를 즐기는 집으로 더 좋을 것 같다.

누구나 자연과 더불어 살며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누각(정자보다 규모가 크고 간단한 생활공간이 마련된 집)을 갖고 싶은 꿈이 있단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마음속에 묻어 놓고 임시처방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주말에 서울-춘천, 서울-강릉 고속도로는 왜 그리 교통 체증이 심한가를 생각해보면 더욱 자명해지는 사실이다.

여윳돈은 많지 않고, 짓고 싶은 집이 있으니 경비 절감을 위해 내 손으로 짓는 수 밖에 없다. 여유와 멋을 부리고 싶으니 굴도리 형태로 지을 것이다. 할 얘기가 있어야 하고, 갖고 싶은 사람 누구나 시도할 수 있도록 집 짓는 과정을 3차원 설계 과정과 같이 공개하면서 대화의 장을 마련해 볼 생각이다.

티벳의 영적지도자 달라이라마는 불교경전일지라도 현대과학과 불일치하는 부분은 수정되어야한다고 했다.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한옥과 한복이 그렇다.

나는 나에게 맞는 집을 한옥 건축 기술을 이용하여 지었고, 그 집에서 생활한복을 입고, 300평 텃밭에서 집사람과 가꾼 곡식과 채소를 먹으며 잘 살고 있다.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태그:#한옥, #귀촌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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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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