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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 청사포에 가면 전설이 있지.
푸른 뱀의 포구인 그곳에 가면 제의의 향연이 펼쳐지지.
그 어느날이었던가.
곱디 고운 색시는 배타고 떠난 남편을 그리며
푸른 바위위에서,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서
망망의 대해를 바라보며 눈물 흘렸지.

칼바람 몰아치고 삼각파도 온통 포구를 물들일 때,
굴은 비바람 뚥고 찾아온 푸른 뱀.
청룡은 고운 색시를 등에 태우고
남편이 있는 용궁의 심연으로 데려갔다네.
허나 어찌 알리. 그 푸른 뱀이 실은 색시를 사모했던
동네 어느 총각일지.
신화와 전설은 그 이면의 내용이 더 재미있는 법이지.
그 색시의 혼은 이제 작은 초가집 안에 머물러 있구나.
 
청사포 제당
 청사포 제당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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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느날이었던가.
청사포 마을이 만들어지고 수십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푸르딩딩한 육신 하나 파도에 떠밀려 청사의 포구를 찾았지.
나는 예전에 장군이었다오.
나는 예전에 만경창파 누비던 바다의 사나이였다오.
눈알 굵은 명태의 애잔함을 사랑했던......

손공장군을 기리며
 손공장군을 기리며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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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의의 날들은 이어진다.
그 어느 願이 있어 여인네들은 입에 밧줄을 물고 있는가.
머리에 인 깡쇠는 억겁의 고통이런가.
가세 가세, 여인의 한들이여. 푸른 바다와 더불어 가세.

어느 여인들의 한이 맺혀 있는고.
 어느 여인들의 한이 맺혀 있는고.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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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은 나부낀다.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을 짊어지고
먼 희망과 꿈을 안고 화려하게 펄럭인다.
제의의 날들은 깃발과 더불어 화려하게 마무리짓고,
이제 청사의 포구에는 다시 어둠이 내려온다.
잘 가시게. 잘 있으오. 푸른 바다를 떠돌던 원혼의 아픔이여.

펄럭이는 제의의 깃발이여
 펄럭이는 제의의 깃발이여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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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에 깃든 깃발의 향연
 포구에 깃든 깃발의 향연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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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깃발은 내려가고 장승의 두 눈만이 청사포를 바라보는 구나.
   바람은 차디찬데 장승의 이마에는 왜 땀이 맺혔는고.
   그건 아마도 바람일 것이다.
   청사의 포구에 맺힌 수많은 원혼들을 달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누가 말했던가,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그 실현을 도와준다고.
  
장승은 항상 청사포를 본다.
 장승은 항상 청사포를 본다.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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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청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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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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