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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4일 오후 1시 11분]

창간 15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창간 15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한데 모여 단체사진을 찍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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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유성애 <오마이뉴스> 사회팀 기자는 수첩 대신 잼을 들고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앞을 찾았습니다. 이날만큼은 기자가 아닌 같은 노동자로서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62일째 70m 굴뚝 위에 올라있는 이창근·김정욱씨의 점심을 챙기는 일을 거들며 갖고 온 잼과 손편지를 도시락 가방에 넣었습니다. 도시락은 정문 앞 공장경비원의 검수를 거치고, 굴뚝 밑에서 배달을 맡은 해고노동자가 부지런히 밧줄을 당긴 끝에 70m 굴뚝 위에 닿았습니다. 식사를 마친 이창근씨는 "잘 먹었다"며 문자 메시지로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이날 유 기자가 들고 간 잼은 <오마이뉴스> 직원들이 직접 만든 것입니다. 지난 10일 10만인클럽팀과 경영기획실, 오마이스쿨팀 직원 20여 명이 꼬박 8시간 동안 정성을 쏟은 결과물입니다. 엄격하게 고른 유기농 땅콩과 귤을 하루 종일 끓이느라 서교동 사옥이 한때 한증막으로 변하기도 했습니다. 완성된 잼을 일일이 포장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방산시장에서 직접 사온 유리병에 담고 레이스와 스티커를 덧대니 파는 것 못지않았습니다. 이날 직원들이 고생을 자처한 이유는, 바로 이 잼이 고마운 분들께 배달되기 때문입니다.

유성애 기자가 평택에 간 날은 <오마이뉴스>의 15번째 생일 잔칫날이었습니다. 약 한달 전부터 "오마이뉴스다운" 생일잔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한 직원들은 이 날을 '감사의 날'로 정했습니다. 시민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주 오래 전에 사라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성대한 기념식을 열고 '손님'을 초대하는 것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의 창간기념일은 모든 시민의 축젯날이 돼야 마땅합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이 한마디에 응축된 <오마이뉴스>의 가치를 지켜준 시민들 말이죠.

그래서 114명의 직원들이 감사한 분을 찾아 전국으로 떠났습니다. 오전에 모여 '프리허그'로 서로 격려한 직원들은 최소 인력만 사무실에 남기고 모두 떠났습니다.

직원들이 전국으로 감사인사... "당신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12일 오연호 대표는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시작으로 참여연대, 평화재단 등 총 10곳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 대표의 방문에, 가는 곳마다 "참신하다", "오마이뉴스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네요.
▲ '찾아가는 창간기념일' 오연호 대표의 하루 지난 12일 오연호 대표는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시작으로 참여연대, 평화재단 등 총 10곳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 대표의 방문에, 가는 곳마다 "참신하다", "오마이뉴스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네요.
ⓒ '모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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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대표는 이날 하루 서울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시작으로 참여연대, 평화재단 등 총 10곳에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 여정에서 최초 사이트 기획자와 첫 제호 디자이너와 만나 점심도 먹고, 오 대표의 '창간준비위원장' 시절 명함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창간주주도 만났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 대표의 방문에, 가는 곳마다 "참신하다", "오마이뉴스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네요. 참여연대 활동가들은 "우리도 그렇게 할 걸"이라며 아쉬움(?) 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편집부 기자들은 우리의 버팀목인 시민기자들을 찾아갔습니다. 조영미·홍현진·김지현 기자는 10년 넘게 스포츠, 국제 분야 전문 기자로 활동해 온 윤현 시민기자와 만났습니다. 글로만 만나던 윤 기자와 직접 얼굴을 맞댄 기쁜 날이었습니다. 최규화·곽우신 기자는 '임재춘의 농성일기'를 연재 중인 콜트·콜텍 해고노동자 임재춘 시민기자와 만났습니다.

애초 농성장의 겨울 필수품인 장작을 팰 계획이었으나 임 시민기자의 만류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고 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들과 만난 최은경·조혜지 기자는 '여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느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하네요.

정치팀의 구영식·최지용·이경태 기자는 국회 청소노동자인 환경노동조합원들을 찾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주시는 그 분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기자들과 만난 김영숙 국회환경 노동조합 위원장은 "대화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반겼습니다. 또 "의원만 신경 쓰지 마라", "등잔 밑이 어둡다"라며 가장 가까이 있는 국회 출입 기자들이 국회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기자들은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라"며 함께 하겠다는 뜻을 전했지요.

진도와 안산을 오가며 세월호 참사를 취재했던 강민수 기자는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을 찾았습니다. 강 기자와 만난 '광화문 지킴이' 영석아빠 오병환씨는 "여름에 농성 시작할 때부터 고생해줘서 고맙다"며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같이 하자"고 말했습니다. 교육을 담당하는 선대식 기자는 사학비리를 제보한 뒤 파면당한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와 만났습니다. 안 교사는 <오마이뉴스>의 창간 15주년을 축하하며 "제자들이 항상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고 전했습니다.

방송팀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과 만났습니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 2012년 오마이TV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에 출연해 MB정부의 불법 민간인 사찰 은폐 사실을 폭로한 인물입니다. 준비해간 잼을 전달하자 "가족과 잘 먹겠다"며 기뻐했습니다. 이어 방송팀은 용산전자상가에서 일하는 안호덕 시민기자를 찾았습니다. 안 시민기자는 오마이TV의 영상 장비 선택에 여러 조언을 해주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당직자들 "음료수 사온 기자는 '오마이뉴스'가 처음" 

지난 10일 십만인클럽팀과 경영기획실, 오마이스쿨팀 직원 20여명은 창간기념일 감사선물인 유기농 잼을 만들기 위해 꼬박 8시간을 보냈습니다.
▲ 유기농 수제잼 만든 <오마이뉴스> 직원들 지난 10일 십만인클럽팀과 경영기획실, 오마이스쿨팀 직원 20여명은 창간기념일 감사선물인 유기농 잼을 만들기 위해 꼬박 8시간을 보냈습니다.
ⓒ '모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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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색다른 만남도 있었습니다. 조정훈 대구·경북 주재기자는 새누리당 당직자들을 찾아갔습니다. 평소 조 기자가 "제일 많이 까는 곳"이라 분위기가 냉랭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그 반대였습니다. 당직자들은 "음료수를 사온 기자는 <오마이뉴스>가 처음이다"라며 흔쾌히 '인증샷'도 찍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날카롭게 보도해도 지역발전에 필요한 것이니 섭섭해하지 말라"는 조 기자의 인사말에 당직자들은 "어떤 기사를 쓰든지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인간 진공청소기'를 자처한 직원들도 있습니다. 개발팀 황장연·이기종·최용민·박준규 직원은 서울지하철 3·6호선 불광역 2번 출구 부터 북한산 둘레길까지 약 2km를 걸으며 등산객들이 무심코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참고로 이날 서울의 낮 최고 온도는 영하1도였습니다. '인간 진공청소기' 중 하나인 박준규 직원은 "생각했던 것보다 주울 게 많지 않아서 등산객들의 시민의식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전략기획팀 직원들은 <오마이뉴스>의 애플리케이션과 소셜댓글 등을 만드는 거래 업체를 찾았습니다. 장유정 팀장은 "메일과 전화로 일하다가 직접 얼굴을 마주하니 몰랐던 개인사도 조금을 알게 되는 등 따뜻한 자리였다"며 "그동안 애써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시민들은 예상보다 크게 호응했습니다. 이날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오연호 대표와 만난 이명옥 시민기자는 13일 기자와 통화에서 "오마이뉴스가 창간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특히 "전 직원이 전국 곳곳의 현장을 찾아갔다"는 점을 인상 깊어 했습니다. 사회 곳곳에 알려지지 않는 문제를 시민이 스스로 알리자는 창간 정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병기 10만인클럽 국장과 만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도 15살을 맞은 <오마이뉴스>에게 다음과 같은 덕담 한마디를 해주셨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아니다'를 외치는 아우성이기를 바라. 자본주의의 썩은 문명을 깨는 아우성 말이야. 회원을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게 중요해." 

이날 직원들의 모습은 <오마이뉴스>의 소설네트워크 서비스인 '모이'와 '썸'에 실시간으로 공개됐습니다. 분량의 한계로 언급하지 못한 수많은 만남은 그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여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태그:#창간기념일, #오마이뉴스, #백기완, #오연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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