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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 열린 13일 오전,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와 여성 등이 정정길 이사장이 파업문제를 해결하라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사장은 졸업식에 오지 않았다
 졸업식이 열린 13일 오전,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 앞에서 청소노동자와 여성 등이 정정길 이사장이 파업문제를 해결하라는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사장은 졸업식에 오지 않았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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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제41회 울산과학대 학위수여식(졸업식)이 열린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학교 동부캠프스. 이날 졸업생들은 매년 그랬듯이 학위증을 받기 위해 이사장을 기다렸지만 이사장은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사장을 기다린 것은 졸업생뿐만이 아니었다. 243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소노동자들과, 지난 10일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청소노동자의 요구를 해결하라"고 촉구하며 '100인 선언'을 한 지역 여성들과 노동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날 울산과학대 졸업식은 이사장이 참석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졸업식도 매년 열리던 중앙광장이 아닌 대학 강당에서 열어야 했다. 중앙광장에는 청소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이 있기 때문이었다.

졸업식을 앞두고 지역 여성들이 100인 선언으로, 기초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풀리지 않는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사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해결은 요원해졌다. 이같은 행보로 볼 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문제는 더 꼬여만 갈 것으로 전망된다.

졸업식에 나타나지 않은 정정길 이사장, 파업 해결할 수 있을까?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사태는 왜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일까.

현재 이 대학 이사장은 정정길씨. 울산과학대와 같은 재단에 속한 울산대 총장을 지내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돼 2010년까지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어 지난해 울산공업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정정길 이사장이 실세는 아니다. 울산대와 울산과학대가 소속된 울산공업학원은 울산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를 세운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설립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은 울산에 공장의 터를 닦을 즈음인 지난 1969년 4월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의 설립인가를 받았고, 1973년 3월 울산공과대학 병설공업전문학교로 울산과학대를 개교했다.

이어 1983년부터 이사장에 오른 정몽준 의원은 지난 2001년 현재 청소노동자 파업농성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과학대학 동부캠퍼스를 준공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정길 전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정몽준 전 이사장은 명예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이런 까닭에 지역에서는 청소노동자 파업의 해결 열쇠는 정몽준 전 이사장이 쥐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몽준 이사장은 청소노동자들 문제에 단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에 출마할 당시 현재 파업농성을 이끌고 있는 김순자 울산과학대 청소노조 지부장 등이 서울로 올라가 유세장에서 피켓 농성을 벌이면서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등 양측간 감정이 악화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몽준 이사장과 청소노동자들 간에 쌓인 감정을 푸는 특단의 화해가 있어야 청소노동자 파업 사태도 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소노동자 "자식 같은 학생들 졸업, 좋은 추억만 있게 해주려 했지만..." 

한편 청소노동자들과 여성 100인 선언을 한 여성들, 지역노동계, 타지에서 온 대학생 등은 졸업식이 열린 오전 10시 30분보다 앞선 오전 9시부터 울산과학대 정문 앞에 모여 주민들에게 호소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특히 이날 청소노동자들은 "모두가 자식 같은 학생들의 졸업이라 좋은 추억만 있게 해주고 싶었다"며 "하지만 우리의 상황이 너무 열악해 파업 문제를 알리려면 이럴 수밖에 없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울산여성회의 한 회원은 "정정길 이사장님은 왜 이렇게 사태를 만들어가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책임져야 할 분이 졸업식에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소노동자 지지에 나선 울산지역 장애인부모회 회원은 "한 아이의 엄마로 마음이 아파 선전전에 동참하게 되었다"며 "우리 아이들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5000원 남짓 최저임금을 받는데, 최저임금 받는 청소노동자를 보니 아이들 생각이 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한 학생은 "울산과학대 총학생회가 청소노동자들을 둘러싸고 졸업식장에 들어오지 말라고 항의한 것을 봤다"며 "모두가 즐겁게 보내고 싶은 졸업식인데 우리가 나타나 혼란스러운 것이 아닌가 우려를 한 듯하다. 우리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살 수가 없어 이렇게 나온 것이고, 취업이 힘든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대학 졸업장을 위해 여기 나온 것"이라며 "청소노동자들과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경비노동자들은 학교가 시키는 대로 해야 임금을 받을 수 있기에 여기 나온 것"이라고 했다.


태그:#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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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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