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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쿨 1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3강이 지난 2월 4일 열렸다. 이 날의 주제는 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이었다.
 오마이스쿨 1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3강이 지난 2월 4일 열렸다. 이 날의 주제는 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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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

웬만큼 책 좀 봤다는 사람에게도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법학 세계에서 '불멸의 고전'으로 통하는 책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국가 형벌권을 다루는 사람 즉 경찰 검찰 법원 직원들이 꼭 봐야할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이다".

지난 2월 4일 상암동 DMC 오마이뉴스 대강의실에서 열린 <법학고전읽기2> 3강에서 조국 교수는 벡카리아와 함께 근대 형법의 근본 원리를 깊이 파고들었고 국가 형벌권의 오남용을 억제하는 방법의 기초를 밝혀주었다. 오마이스쿨 강좌 프롤로그 영상에서 조국 교수는 "법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 벡카리아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라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루소, 볼테르, 몽테스키외 마저도 법이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지, 이런 얘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범죄와 형벌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벡카리아가 범죄와 형벌에 대해 가장 선도적 문제제기를 했고 그로 인해 유럽 전체가 지적 열풍에 휩싸였다."

조국 교수는 <범죄와 형법>의 혁신성을 짚은 후 벡카리아의 '법 개념'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벡카리아는 이렇게 말한다. '법은 자유로운 인간들 사이의 계약이며 그래야 마땅하다. 1강에서 공부한 루소의 <사회 계약론>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루소를 포함해 당시 위대한 지성들마저도 '형벌의 잔혹성과 형사절차의 난맥상을 연구하고 그와 싸워온 인간은 거의 없었다'는 게 벡카리아의 진단이다. 심지어 그는 '불멸의 법률가 몽테스키외도 이 문제를 대충 건드리고 말았다'며 아쉬워한다."

그렇다면 벡카리아는 왜 이런 지적 작업에 착수했을까? 단지 아무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서? 조국 교수는 <범죄와 형법>의 한 구절을 통해 이 물음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주었다.

"인류의 권리와 불굴의 진리를 옹호함으로써, 폭정과 무지에 희생되어온 불행한 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죽음의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구제해낼 수 있다면, 온 인류가 경멸하더라도 환희에 넘친 그 무고한 자의 감사와 눈물은 내게 충분한 위로가 될 것이다."(벡카리아)

'지식인의 사명'이란 바로 이런 것일 테다. 그 다음 벡카리아가 실현하고 싶었던 '현명한 법과 정의'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가장 현명한 법이란 사회의 이익을 자연스럽게 분배하는 종류의 법이다. 이러한 법은 특권적인 소수의 손에 권력과 행복을 집중시키고, 그 밖의 대다수 인간들을 무력하고 비참하게 만드는 힘에 저항한다."(벡카리아)

"강한 것을 억누르고 약한 것을 일으킨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 이 정신은 동서고금을 망론하고 현명한 법, 자연법, 정의로운 법에 모두 통하는 말이다. 루소, 몽테스키외, 벡카리아 모두 '참된 법이란 무엇이냐?라고 물었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고 답했던 셈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4일 열린 오마이스쿨 1월 오프라인 강좌 <법학 고전읽기2> 3강에서 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2월 4일 열린 오마이스쿨 1월 오프라인 강좌 <법학 고전읽기2> 3강에서 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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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는 '법', '현명한 법'을 살펴본 후 본격적으로 벡카리아의 책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중심 주제인 '형벌'과 '범죄'의 문제로 들어갔다.

"각자는 가능한 최소한의 몫을 공동저장소에 내놓을 것도 분명하다. 즉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자유를 지켜주도록 설득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로만 내놓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이 포기하고 공탁한 각자의 최소한의 몫의 총합이 형벌권을 구성하게 된다."(벡카리아)

"이 역시 사회계약론의 영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원시시대에 다른 부족 사람이 우리 가족을 죽였을 때 내가 하는 방법은 뭐냐? 나도 똑같이 가서 죽이는 것, 이러면 항상적 전쟁상태, 홉스식으로 말하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가 계속되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왜냐? 다 죽으니깐.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의 형벌권을 포기하고 국가에게 몰아 준 것이다."

뒤이어 조국 교수는 범죄에 대한 벡카리아의 또 다른 통찰을 살펴보았다.

"수많은 사소하고 무해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후속적인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범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벡카리아)

"'형벌만능사상'이라는 게 있다. 내가 무언가 맘에 안 든다. 그러면 범죄로 만들어 버리면 된다. 과거 우리나라 경범죄 처벌법 중에서 '끔찍한 벌레를 전시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게 있었다. 입법자가 이 법을 만든 이유가 뭐냐면 바로 뱀장사를 처벌하기 위해서다. 옛날 뱀장사는 일종의 엔터테이너였다. 재밌는 말, 에로틱한 말로 동네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남성들에게는 뱀을 팔고 여성들에게는 지네를 팔았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뱀장사를 좋아했는데, 국가는 그것을 처벌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형벌로 모든 걸 처리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 형법의 간섭과 개입을 줄이자는 게 벡카리아의 중요한 사상 중 하나다."

범죄를 꼭 형벌로써 다스려야 할 경우에도 범죄와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지키는 것은 또한 중요하다.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장애물의 크기는 그 범죄가 공익에 반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그리고 범죄로 이끄는 유혹에 비례하여 설정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벡카리아의 주장이다.

조국 교수는 이에 대해 "이게 사실 아무 말도 아닌 것 같지만, 전 세계 형법을 관철하는 원칙이다"라며 "1만큼 해악을 저질렀는데, 괘씸하다고 5만큼 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사회만 보더라도 잔혹한 범죄가 일어나면, '저 놈 재판도 필요 없어, 때려 죽여야 해'라고 말하기도 한다"면서 "그러한 분노의 감정 자체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래서는 또한 안 되는 것이고, 범죄의 등급을 최고에서 최하까지 세분화해서 배치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오마이스쿨 1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3강 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이 지난 2월 4일 열렸다.
 오마이스쿨 1월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3강 체사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이 지난 2월 4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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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카리아는 범죄와 형벌의 비례성을 주장한 것에서 더 진일보하여 형벌 자체의 관대성을 주장했다. 조국 교수는 "이것도 놀라운 얘기이고 지금도 힘을 발휘하는 주장"이라면서 "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형벌의 잔혹성이 아니라 형벌의 확실성에 있다"(벡카리아)의 의미를 자세히 풀어주었다.

"예컨대 살인 사건이 났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범죄 줄이는 방법은 간단해, 저 녀석 목을 잘라서 광화문에 걸어놓자. 그러면 겁이 나서 범죄를 안 저지르겠지. 그런데 실제 전혀 그렇지 않다. 사회적 통계에서도 밝혀졌을 뿐만 아니라 베카리아도 말했듯이 '예비적 범죄자들이 범죄를 안 저지도록 하는 것은 형벌이 잔혹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런 짓하면 반드시 경찰에게 잡힌다'는 형벌 확신성의 영향이다."

더 나아가 벡카리아는 사형 폐지를 주장했다. 사회계약론의 측면에서 우선 그는 "자신의 생명을 빼앗을 권능을 타인에게 기꺼이 양도할 자가 세상에 있겠는가?"라고 반문할 뿐만 아니라, "사형을 대체한 종신 노역형만으로도 가장 완강한 자의 마음을 억제시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엄격성을 지니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김대중 정부 이후로 사형을 선고만 할 뿐 집행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의 사형집행 폐지국이다. 우선 사형의 경우 재판에서의 잘못된 판결을 되돌릴 수 있는 여지가 원천적으로 봉쇄된다. 뿐만 아니라 통념과는 달리 사형 제도를 폐지하면, 잠재적 살인범들이 이제 내 세상이다 라며 이제 막 죽이자 할 거 같은데, 살인범의 실제 숫자는 사형제를 없애더라도 거의 변화가 없다. '살인'이라는 범죄는 사형제도의 유무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시민 정서가 사형 제도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서 불안해하기 때문에 당장 사형을 법조문에서 빼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사형집행 유예제도 정도는 도입하는 게 맞을 듯하다."

<조국 '법학고전읽기 2> 마지막 강의는 오는 2월 11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리며 함께 배우고 익힐 고전은 20세기 철학계의 거목 존 롤스 <정의론>이다.

▲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프롤로그 오마이스쿨 오프라인 강좌 조국 <법학 고전읽기2>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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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조국, #벡카리아, #범좌와 형벌, #오마이스쿨,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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