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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기 전에 일본에 사죄를 꼭 받고 싶다. 사죄 받으면 편히 눈을 감을 것 같고, 그러면 훨훨 날아갈 것 같다."

최근 97번째 생일을 맞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득(1918년~ ) 할머니가 한 말이다. 김 할머니는 현재 일본군위안부피해 생존자 53명 가운데 전국에서 두 번째로 고령이고, 경남에서는 최고령이다.

97번째 생일 맞은 김복득 할머니... 학생들이 케이크 들고 찾아와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통영노인병원에 입원해 계신 가운데, 통영여고와 충렬여고 학생들이 7일 병실을 찾아 할머니 생일축하 모임을 가졌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통영노인병원에 입원해 계신 가운데, 통영여고와 충렬여고 학생들이 7일 병실을 찾아 할머니 생일축하 모임을 가졌다.
ⓒ 송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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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일본군위부할머니와 함께하는 통영거제시민모임'의 송도자 대표가 김복득 할머니의 근황을 전했다. 송 대표는 하루 전날인 7일, 통영여고·충렬여고 학생들과 함께 경남도립 통영노인전문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할머니를 찾아 생일축하를 해드렸다. 할머니 생일날은 나흘 전(4일)이었는데 학생들이 쉬는 날을 맞아 케이크를 들고 이날 병실을 찾은 것이다.

현재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김 할머니는 정신상태가 좋아졌다가도 다시 나빠지기도 한다. 할머니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데, 간병인과 송도자 대표 등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은 기억한다.

할머니는 어깨와 손목 등을 다쳤지만 연세가 많아 수술을 못할 정도다.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하루에 몇 대씩 맞으면서 버티고 있다. 거동은 거의 하지 못하고 늘 침대에 누워만 계신다.

송도자 대표는 8일 인터뷰에서 "통영여고·충렬여고 자원봉사 학생 10여 명이 어머니(할머니)를 뵙고 싶어 해서 생일 축하도 해드릴 겸 어제(7일) 병실에 모였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요즘 정신이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를 반복하는데, 좋을 때면 늘 말씀 하신다, 일본에 사죄를 꼭 받고 눈을 감고 싶고 그러면 훨훨 날아갈 것이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또 그는 "제가 없었을 때 어머니께서 간병인한테 말했다고 한다, 저 보고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다는 것이다, 그 말을 전해 들어서 그런지 요즘 마음이 더 무겁다"며 "어머니를 위해 못해드리는 게 더 많은데 그런 말씀을 하시니 더 그렇고, 옆에서 진통제를 맞는 모습을 보니 더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제 53명밖에 남지 않았는데... 일본 사과는 '요원'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어 통영노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김복득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어 통영노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 송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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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자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은 오랫동안 김복득 할머니를 비롯한 지역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왔고,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며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송 대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있었고, 저희 어머니께서 돌아가시는 일이 벌어졌다"며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자주 김복득 어머니를 찾아뵙지 못하기도 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든 어머니께서 건강을 회복하고, 어머니의 평생소원인 일본의 사죄를 빨리 받아내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복득 할머니는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여성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갖가지 활동을 벌여 왔다. 할머니는 일본에서 열린 증언집회 등에 참석하기도 했다. 경남도교육청은 김 할머니의 일대기를 담은 자료집 <나를 잊지 마세요>를 펴내기도 했다.

할머니는 위안부 생계비지원금 등으로 모은 재산을 피해자 통영 남망산공원에 세워진 추모비 '정의비' 건립비용으로 200만 원, 경남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기금 2000만 원,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을 위해 장학금 2000만 원 등을 기부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말 정부로부터 국민추천포상의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시상식은 지난해 12월 19일 열렸으나 김 할머니의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다. 김동진 통영시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같은 달 31일 대신 전달했다.

지난 2011년에 도입된 국민추천포상은 우리사회 곳곳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묵묵히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헌신한 숨은 공로자를 국민들로부터 직접 추천받아 포상하는 제도다.

통영에서 태어난 김복득 할머니는 22살 되던 해인 1939년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에 속아(취업사기) 통영 강구안에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간 뒤, 다시 중국으로 갔다. 이후 할머니는 대련에서 3년, 필리핀에서 4년 동안 '후미코'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강요 당했다.

한국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총 238명이었다. 올해만 2명이 세상을 떴으며, 현재 생존자는 53명뿐이다.


태그:#일본군위안부, #김복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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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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