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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난빙 마태바데!"

비위가 약한 여행자라면 미얀마로 떠나기 전 이 말은 꼭 외우고 가야 굶지 않을 수 있다. '난난빙'은 많은 미얀마 음식에 약방에 감초처럼 들어간다. 자칫 당신의 비위를 건드려 여행 내내 한 숟가락의 밥도 먹지 못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수라고 하는 향신료이며 향이 강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 난난빙 우리나라에서는 고수라고 하는 향신료이며 향이 강해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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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난빙은 우리나라에서 고수라고 부르는 향이 강한 풀을 말한다. 특유의 강한 향 때문에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음식에 손도 대지 못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이런 사람들은 음식을 주문 할 때 반드시 "난난빙 마태바데(난난빙 넣지 마세요)"라고 해야 한다.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모르니 이 말을 해주면 못 먹을 일은 거의 없다.

'마테바데'가 어렵다면 '난난빙'이라는 이름만이라도 기억해 두어야 한다. 주문할 때 "노(NO) 난난빙" 하면 다 알아 듣기 때문이다. 알아듣는 것뿐만 아니라 좋아해준다. 친절한 미얀마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이 '난난빙'을 안다는 것만으로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것을 몇 번 경험했다. 혹시 아는가? 서비스로 맛난 음식 더 내어줄지. 잊지 말자. "난난빙 마태바데!"

음식문화를 알면 그 나라 사람들이 보인다

우연히 들여다본 주방, 안보는 편이 나을뻔했다.
▲ 미얀마 현지 일반적인 식당 우연히 들여다본 주방, 안보는 편이 나을뻔했다.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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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먹는 음식 속에는 그 곳 사람들의 삶이 들어 있다. 그 나라 음식을 먹어 보는 것은 그 나라 사람들 삶을 들여다보는 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여행시 현지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주의다. 옳고 그름을 떠나 늘 먹는 제 나라 음식을 굳이 여행지까지 와서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떠날 때는 항상 그 나라 모든 음식을 맛보리라 다짐하고 가지만 막상 현지 음식을 먹을라치면 코끝을 자극하는 강한 향이 식욕을 급격히 감퇴시킨다. 평생 제 나라 음식에 길들여진 탓에 처음 먹어보는 타국의 음식이 잘 맞을 리 없다. 입맛 때문에 계속 굶게 되어 여행을 포기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런 이유로 김·고추장·김치 등을 싸가지고 다니는 여행자도 가끔 보았다.

나는 비위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항상 조금이라도 먹어 보려고 시도하는 편이다. 입의 고통을 통해 그 나라의 음식과 사람들을 알아가는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낯선 맛에 대한 도전은 미얀마 여행 시에도 계속 되었다.

더운 나라 음식은 튀기거나 볶아 내는 음식이 많다. 날씨 탓에 쉽게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미얀마는 연평균 기온이 27~28도이다. 고온 다습한 열대성 몬순 기후다. 그래서 음식 대부분은 짜고 느끼하며, 자극적인 향이 강해 비위가 약한 사람은 목젖을 넘기기 힘들다. 날씨 때문에 대부분 볶거나 고아 내거나 강한 향신료를 첨가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식당들은 일반적으로 대부분 오픈형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식당처럼 시원한 에어컨이 켜진 세련되고 아늑한 실내 인테리어를 상상하면 안 된다. 물론 대도시에는 그런 세련된 식당도 있지만 음식값이 만만찮고 음식도 퓨전에 가까워서 진정한 여행자에게는 굳이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은 될 수 있으면 현지 식당에 들러 현지인들이 먹는 음식을 시켜 먹었다.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았지만 몇몇 음식은 비위에 거슬려 잘 먹지 못했다. 하지만 그 식당 안에서 미얀마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더 가까이 서 보게 되었다.

겉으로 보는 식당 모습은 우리와 확연하게 다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속에 우리가 있었다. 쌀을 주식으로 한다든지, 반찬의 개념이라든지, 푸짐하게 밥을 얹어 주는 정을 보면서 사람 살아가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미얀마 대표 음식들의 향연

맨위 시계방향으로 ‘모힝가’ ‘타민쪼’ ‘응아빠웅’, 아래 좌측은 화덕으로 타민쪼 만들기
▲ 미얀마 음식들 맨위 시계방향으로 ‘모힝가’ ‘타민쪼’ ‘응아빠웅’, 아래 좌측은 화덕으로 타민쪼 만들기
ⓒ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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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여행안내서에서 '모힝가'를 미얀마 대표음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미얀마에서의 첫날, 아침식사 겸 전날 가벼운 음주 속풀이 겸 호텔 식당에서 모힝가를 선택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맛이 아니었다. 비릿한 국물 맛이 타고 올라와 면을 씹을 수가 없었다.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니면 민물 메기로 우려낸 육수라 원래 이런 맛인지 입맛에 맞지 않았다.

모힝가와의 첫 대면은 그렇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모힝가의 진짜 맛을 알게 된 것은 양곤의 보족 아웅산 마켓에서였다. 지난 기사(관련 기사 : "소녀의 홀림에 넘어가 결국...그래도 이 도시에 끌린다")에서도 소개했지만 시장 구석에서 300짯을 내고 먹었던 모힝가는 차원이 달랐다.

우선 육수가 구수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것이 일품이었다. 진한 육수와 면발, 그 위에 삶은 계란과 함께 먹는 맛은 왜 모힝가가 미얀마 대표음식이라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처럼 "한국에도 미얀마 국수 전문점을 내면 대박나겠다"며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미얀마에 가면 반드시 모힝가를 맛보아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김치찌개가 맛있다고 한국 모든 식당의 김치찌개가 맛있는 것이 아니다. 모힝가도 맛없는 집이 있다는 점을 염두해 두길 바란다.

미얀마 여행 시 가장 많이 먹게 되는 음식 중에 하나가 바로 '타민쪼'일 것이다. '타민(Thamin)'은 쌀밥이고 '쪼'(Kyaw)는 기름에 튀기거나 볶은 것을 말하니 '타민쪼'는 볶음밥이다. 우리나라 중국 음식점의 볶음밥과 비슷해 먹기에 거부감이 덜하다. 실제 일행 중에 한 명은 다른 음식은 손도 못 대고 여행 내내 '타민쪼'만 시켰다.

미얀마 어느 곳 식당에 가나 가장 무난하게 시킬 수 있는 음식이며 볶음 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주로 돼지고기(웻 타민쪼), 치킨(쨋 타민쪼), 새우(버중 타민쪼) 등을 선택 할 수 있다.

응아빠웅은 맥주 한 잔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응아'는 생선을 뜻하고 '빠웅'(Paung)은 찜 종류를 의미한다. '응아빠웅'은 미얀마식 생선찜을 말한다. 만달레이에서 '코리아타운' 식당을 운영하는 최정열 사장의 안내로 '삔우린'(Pyin oo lwin)을 방문했을 때 들렀던 고급식당에서 먹어 보았다.

소스를 발라 먹는 맛이 탕수육을 먹는 느낌이었다. 미얀마 방문하기 전 미얀마어 선생님이 추천해준 음식이었는데 식사라기보다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안주였다.

미얀마에도 덮밥이 있다. 바로 타민빠웅(Thamin paung). 타민빠웅는 엄밀히 말하면 미얀마 전통음식은 아니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다. 각종 야채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을 볶아 전분가루와 함께 끓여 찐밥 위에 얹어 나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으며 중국집에서 먹는 덮밥 같은 맛을 낸다. 개인적으로 미얀마 여행 중 가장 많이 시켜 먹은 음식이다. 타민빠웅은 타민쪼와는 달리 안 하는 식당도 많았다.

고향의 맛이 느껴지는 미얀마 정식 커리

미얀마 정식이라고도 하는데 쌀밥에 국물과 각종 커리를 선택 할 수 있다.
▲ 커리(Curry) 미얀마 정식이라고도 하는데 쌀밥에 국물과 각종 커리를 선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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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각종 커리류
▲ 커리(Curry) 미얀마 각종 커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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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식사는 우리나라처럼 쌀밥과 반찬으로 차려진다. 이때 주메뉴가 '커리'(Curry)다. 우리나라에서 닭볶음탕을 시키면 밥과 반찬과 닭볶음탕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커리는 '미얀마 정식'이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주문하면 주 메뉴, 밥, 국, 소스, 채소볶음, 야채, 후식이 따라 나온다.

따라서 커리를 주문할 때는 메인 메뉴를 선택하면 된다. 식당마다 미리 만들어 진열해 놓은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새우 등 각종 커리를 직접 보고 주문하면 된다. 더운 날씨 탓에 대체적으로 기름기가 많고 짠맛이 강했다.

미얀마 여행 중에 두세 번 먹어 보았는데 먹을 때 마다 고향의 정을 느꼈다. 식당 아주머니가 다가와 자꾸 밥을 더 주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런 미얀마 아주머니를 보니 예전 고향친구 어머님이 고봉밥을 퍼주며 자꾸 더 먹으라고 권하던 생각이 났다. 음식에 대한 푸짐한 정은 우리나 미얀마나 매한가지였다.

미얀마의 길거리 음식... 다양한 꼬치

미얀마 젊은이들과 많은 관광객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쳤다.
▲ 양곤의 19번가(세꼬랑) 꼬치 골목 미얀마 젊은이들과 많은 관광객이 어우러져 활기가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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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꼬치류와 누들 등을 팔고 있었다.
▲ 미얀마 길거리 음식 각종 꼬치류와 누들 등을 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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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행 시 필수코스로 방문하는 곳이 양곤의 19번가(세꼬랑)거리이다. 꼬치골목이라고도 하는데 초저녁 그곳에는 각국의 관광객과 미얀마 젊은이들이 어우러져 여행자에게 이국의 정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는 집집마다 구워내는 각종 꼬치들이 손님들을 유혹하며 대기하고 있다. 원하는 꼬치를 직접 골라 시키면 갓 구워낸 꼬치가 미얀마 비어를 부른다. 이곳에서는 생맥주보다 병맥주를 시켜 병뚜껑 속의 행운을 찾아보는 재미를 맛보면 여행의 추억이 한 장 더 늘어난다.

미얀마 거리에서 나를 놀라게 한 엄청난 길거리 음식이 있었는데 바로 빠옛쪼(pa yik kyaw)였다. 양곤 빨래 콘도 옆 길거리에서 귀뚜라미인지 메뚜기인지 손가락만한 곤충을 튀겨 쌓아 놓고 팔고 있었는데 비주얼이 어마어마했다. 나중에 미얀마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귀뚜라미 튀김이라 했다.

거리에서 만난 충격적 비주얼의 미얀마 길거리 음식. 빠옛쪼(pa yik kyaw귀뚜라미 튀김)
▲ 이것이 무엇인고? 거리에서 만난 충격적 비주얼의 미얀마 길거리 음식. 빠옛쪼(pa yik kyaw귀뚜라미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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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다들 바라만 볼 뿐 누구 하나 도전자가 없었다. 여행할 때는 무조건 현지 사람들 생활습관을 따라야 한다는 '호기심 천국'인 나도 한 번 도전해볼까 말까 망설이다 포기했다. 눈 딱 감고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날 것 같기는 한데 아직 수양이 부족한 관계로 먹어보지 못했다. '다음 미얀마 방문 때에는 한 번쯤 도전해 보겠노라'는 변명에 가까운 다짐을 하고 돌아섰다.

밥은 생명이고, 밥은 삶이다. 짧은 여행인지라 미얀마 음식을 다 먹어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와 같이 쌀밥을 주식으로 살아가는 미얀마 사람들 속에서 우리의 정을 보았다. 끼니마다 먹는 쌀밥을 보니 미얀마가 또 그립다. 정겹게 인사를 건 내던 바간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싸웅씨의 아침인사가 밥상 위에서 들려온다.

"사찌 삐비라?(밥 먹었어요?)"

알고 가면 좋은 정보
미얀마 현지 식당의 음식 값은 현지인에게는 무척 저렴하다. 대부분 미얀마 현지 음식값은비싸야 1000짯 정도이다. 하지만 관광객이라면 달라진다. 일단 관광객에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까지 부른다. 주문하고 계산 할 때 얘기 해 봤자 소용없다. 주문하기 전 음식 값에 대해 물어 보는 게 좋다.

일행 중 한 명은 전날 1600짯으로 먹은 타민쪼(볶은밥)를 같은 식당에서 다음날 600짯을 냈다고 했다. 현지에 정착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더니 현지인 값을 받더라는 것이었다. 지난 연재에서 밝혔지만 따웅지 시장의 어느 현지 식당에서는 3명이 음식 다섯 종류를 시켰는데(이름 모를 튀김류는 서비스였음) 3500짯을 냈다. 미얀마에서는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을 이용하는 게 좋다.

찾아보면 외국인이라고 더 받지 않는 식당도 많다.

덧붙이는 글 | ※미얀마어 표기는 현지발음 중심으로 표기했으며 일부는 통상적인 표기법에 따랐습니다.



태그:#미얀마, #미얀마 음식, #미얀마 식당, #땅예친 미얀마, #전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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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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