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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3일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오스 재단' 출범식에서 기초과학 대중화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이 3일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오스 재단' 출범식에서 기초과학 대중화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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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창조성'을 계획할 순 없지만 영화 한 편이 대중을 움직일 수도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가 카오스재단을 만들어 기초과학 대중화 지원에 나섰다. 이기형 인터파크 회장을 움직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아닌, <인터스텔라>라는 영화 한 편이었다.

기초과학 대중화와 과학지식 공유를 위해 지난해 11월 26일 설립된 비영리재단 '카오스(KAOS, 이사장 이기형)'의 출범식이 3일 오전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카오스 과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참석했다.

과학자 꿈꾸던 이기형, '기초과학 대중화' 지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출신이기도 한 이기형 회장은 "과학을 하려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그 길을 걷지 못했다"라면서 "사업을 하면서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고 진화와 유전, 우주론, 양자역학 등에 대해 아마추어 수준에서 관심을 갖고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한 나라 입장에서도 과학에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정책이나 학자의 의지만으로 부족하다"라면서 "과학 발전에 대중적 지지와 공감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카오스재단을 만들고 전 단계로 지식 콘서트를 기획했다"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인터스텔라 현상'에 주목했다. 그는 "사람들이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우주와 상대성 이론을 생각하는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두고 있고, 누군가 잘 전달해 주길 바라는 대중이 많다는 걸 확인했다"라면서 "좋은 콘텐츠나 강의는 많지만 개인이 다가가도록 관심을 촉발하는 건 어렵다,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메신저가 필요하다"고 재단 설립 이유를 밝혔다.

인터파크는 이미 지난 2012년부터 이공계 석학들을 불러 과학 강연과 문화 공연을 접목한 '카오스 콘서트'를 여섯 차례 열었다. 카오스 재단은 한발 더 나아가 물리천문학, 지구과학, 화학, 생명공학, 수학, 인문사회 등 각 분야 학자들로 과학위원회를 구성해 일반 대중을 위한 지식 콘서트를 계속 진행하는 한편, 일정 수준 지식을 갖춘 이들을 위한 10주짜리 과학 강연 프로그램도 만들기로 했다.

이에 앞서 재단은 올해 22회째를 맞는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도 후원한다. 오는 5일과 6일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공개 강연 참석차 한국에 온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팀 헌트경도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초과학 대중화'와 이른바 '창조경제'에 대해 조언했다. 

팀 헌트 "서열화된 구조에선 창의성이 죽을 수도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 참석 차 한국에 온 팀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경(오른쪽에서 3번째)이 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오스 재단' 출범식에서 카오스 과학위원회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 참석 차 한국에 온 팀 200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팀 헌트 경(오른쪽에서 3번째)이 3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카오스 재단' 출범식에서 카오스 과학위원회 위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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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헌트경은 15세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라파엘로 같은 위대한 예술가이자 과학자를 탄생시킨 피렌체를 예로 들며 "과연 피렌체 통치자들이 건축가와 시인을 모두 아우르는 학제간 조직을 만들었나, 그래서 위대한 예술이 탄생했나"라고 묻고는 "과학에서 창의성은 개인의 재능에서 뿜어 나오는 것이지 서열화된 구조에선 오히려 재능이 죽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박근혜 정부 주도 '창조경제'에 대한 쓴소리인 셈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로 있으면서 '세포 주기' 개념을 만들고 암 발생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노벨상에 기사 작위까지 받은 팀 헌트경은 "내가 노벨상을 받은 것도 운이 좋았을 뿐"이라면서 "과학에서 '발견'은 절대 계획적으로 이뤄질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이나 후원도 필요하지만 연구를 어떤 스타일로 진행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또 '과학 교육'에 대해서도 그는 "발명할 수 있는 아이들은 주도적으로 공부하는데 주입식 교육을 하면 이런 게 부족해진다"라면서 "기술을 배우는 건 중요하지만 혼자 자유롭게 노력한 끝에 필요를 느끼는 게 선행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결국 '창조성'은 '재능'이나 '자발성'에 맡겨야지 누군가 계획할 수 없다는 의미다.

'카오스(KAOS)'가 '무대 위에서 깨어난 지식(Knowledge Awakening On Stage)'이란 말 앞 글자이듯, 카오스재단 재단의 목표도 당장 눈앞의 '경제적 이익'보다는 어려운 과학과 수학 지식을 문화 공연처럼 쉽고 재밌게 대중에게 전달해 저변을 넓히는 데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재단에서 주최하는 강연과 동영상은 모두 무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서울대 주최 공개 강연은 학교장 추천을 받은 고등학생과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외에는 참가비 3만 원을 받아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육연구발전기금으로 모두 기부할 예정이다.   

카오스 과학위원으로 참여한 정하웅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기존 과학 강연과 다른 걸 하려면 비용도 들고, 깊이 있으면서 재미도 있으려면 시간도 많이 투자해야 한다"라면서 "기업이 후원하면 강연료도 넉넉하고 공연적 측면도 첨가해 대중성도 높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창조성'을 계획할 순 없지만, 대중화를 통해 '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투자'는 계속 필요한 셈이다.


태그:#카오스재단, #인터파크, #인터스텔라, #창조경제, #팀 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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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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