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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목사란 누구인가? 개신교의 목회자를 지칭하는 이 표현에 대하여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기독교가 '개독교'라 불리고, 목사가 '먹사'를 넘어 '목레기(목사+쓰레기)'로 불리는 이 시대에 목사란 누구인가? 목사·신부·승려, 이렇게 각각의 종교를 대표하는 지도자들이라는 것은 모두 안다.

그러나 유독 목사는 세상의 거친 시선을 많이 받는다. 혹자는 개신교의 직제 자체가 가톨릭이나 불교의 그것에 비하여 개방적이기 때문에 흠이 더 많이 드러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목사만큼 천국과 지옥을 치닫는 평가에 시달리는 종교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31일자 신문에는 나란히 두 목사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하나는 진짜 목사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가짜 목사 이야기이다. 진짜 목사는 안타깝게 죽었다는 소식이고, 가짜 목사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는데 항소한다는 소식이다.

진짜 목사? '노숙인의 아버지' 김범곤 목사 별세

'노숙인의 아버지'라 불리던 김범곤 목사가 소천했다. 사진은 예수사랑선교회의 노숙인 쉼터 사랑의등대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내용이다.
▲ 김범곤 목사 '노숙인의 아버지'라 불리던 김범곤 목사가 소천했다. 사진은 예수사랑선교회의 노숙인 쉼터 사랑의등대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내용이다.
ⓒ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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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역 노숙인들의 아버지'로 불려온 김범곤 목사가 64세의 나이로 소천했다. 김 목사는 지난해 12월 14일, 뇌출혈로 쓰러져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왔다. 의식을 잃은 지 한 달 반 만에 소생하지 못한 채 결국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적십자병원에 마련되어 있고, 유족으로는 부인 강정남씨, 아들 동훈씨와 동욱씨가 있다.

고 김범곤 목사가 '노숙인의 아버지'란 별명을 듣고 있는 것은 그의 노숙인 사랑 때문이다. 김 목사는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를 졸업하고 198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역이나 남산 등지에서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왔다. 1992년부터는 예수사랑선교회(2013년 '참좋은친구들'로 개칭)를 설립하여 서울 전역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여 노숙인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김 목사의 한결같은 25년 노숙인 사랑이 그를 '노숙인의 아버지' '노숙인의 대부' '노숙인의 친구' '노숙인의 형제' 등으로 부르게 했다. 노숙인의 무료급식에 그치지 않고, 재활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이나 직업알선 등도 적극적으로 힘썼다. 고인은 자신도 사업실패를 경험했던 터라 노숙인들을 향한 사랑이 각별했다.

고인은 해외에서 재난·재해가 발생해도 달려가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2005년에 파키스탄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달려가 구호활동을 폈다. 2013년에는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타하자 그곳으로 달려가 사랑을 펼쳤다.

주변에서는 김 목사가 건강이 악화된 것이 필리핀 구호활동 때 건강을 돌보지 않은 탓이라고 말하고 있다. 항상 국밥을 퍼주며 노숙인들에게 예수의 사랑을 전했던 김 목사의 죽음은 노숙인들과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인의 부인 강정남 사모는 30일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기 몸은 아끼지 않고 이웃 사람을 정말 좋아했어요. 사람을..."이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김 목사야말로 예수정신을 제대로 보여준 진짜 목사라고 말할 수 있다.

가짜 목사? <나는 서울의 거지였다> 주인공... 징역 8년

<나는 서울의 거지였다> 표지
 <나는 서울의 거지였다> 표지
ⓒ 나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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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세상에는 '진짜 목사'로 알려졌는데 알고 보니 '가짜 목사'인 복지시설 원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홍천 실로암 연못의집 원장 한아무개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는 30일 유기치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기소 된 한 목사에 대하여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는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면서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5억8000여 원의 장애인 연금 및 기초생활수급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 되었다. 또한 시설에 들어온 욕창 환자인 A씨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해 패혈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강원도 지역신문들에 따르면, 강성수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자신도 장애인이면서 장애인이 장애인을 가장 잘 안다는 말로 장애인 가족들을 안심시킨 뒤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원생 1명이 숨졌다"고 말해 유기치사죄를 인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애인 피해자들을 악의적으로 차별했다"며 "장애인 연금을 가로채 카드 대금 결제 등으로 사용하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시함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로 ▲ 유기치사 ▲ 유기 ▲ 감금 ▲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위반 ▲ 사기 ▲ 업무상 횡령 ▲ 장애인복지법 위반 ▲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위반의 혐의 등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검찰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한 전 원장은 지난해 8월 춘천지방검찰청(검사장 공상훈)에 의해 구속기소 됐었다.

당시 언론에 드러난 실로암 연못의 집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40여명의 장애인들을 곰팡이가 핀 침구류를 덮고 자게 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을 끓여주기도 했다. 한 목사의 악행이 알려져 2013년 9월 시설이 폐쇄되면서 다른 시설로 옮길 때, 건강이 안 좋아 병원으로 이송된 이가 3명이고, 치아 관리가 되지 않아 발치한 이들이 많았다. 한 원생은 당뇨 합병증으로 발이 썩기도 했다.

한 전 원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욕창 환자는 가족 등이 수술을 거부했기 때문에 손쓸 수 없었고, 자신이 운영하던 시설에서 제공한 음식도 결코 다른 시설의 음식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전 원장측은 항소하겠다고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장애인으로 고무튜브 다리를 이끌며 장사하다 전도를 받고 목사가 되어 살게 된 내용인 <나는 서울의 거지였다>라는 실화소설의 저자라는 것이다. 하남시 초이동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시작한 목회는 강원도 홍천에 실로암 연못의 집을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죄인이 되어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시대에 목사란 누구인가? 앞의 고 김범곤 목사와 뒤의 한 목사, 그들은 진짜 목사와 가짜 목사인가? 둘 다 교회 목회가 아닌 소위 특수목회인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목회를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르다. 끝까지 목사로 남느냐, 아니냐가 목사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예수정신을 잃지 않는 이가 진짜 목사다. 이는 성도도 마찬가지다.

덧붙이는 글 | 글쓴 이는 현재 목사로 연서교회에서 사역하고 있습니다. '목사 수난시대'를 살아내는 목사로 쓴 글입니다. 언론에 비친 두 목사는 현재를 사는 목사의 불편하면서도 행복한 삶의 자화상입니다. 끝까지 목사로 남기를 기도합니다.



태그:#진짜 목사, #가짜 목사, #개신교, #기독교, #김범곤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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