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초등방과후 우리마을학교
 우리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초등방과후 우리마을학교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본격 입학시즌을 앞두고 학부모들은 고민이 많다. 특히 초등 예비 학부모들은 고민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처음 겪는 학교 생활 모든 게 생소한데, 정작 더 큰 고민은 당장 하교 후 생활을 어떻게 채워야 할 것인가에 있다.

사실 지금의 부모 세대들은 대개 어린시절 이런 걱정을 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학교 다녀와 집을 나서면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노는 공터도 있었고, 동네 사람들 누구나 이웃이고, 늘 인사를 나눴다. 실컷 놀다가 적당히 해질 무렵이면 집으로 들어가면 됐다.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마을이 '방과후 학교'인 셈이다. 지난 28일 방문한 마을기업 탐방은 바로 지금도 그 같은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을 꿈꾸는 '우리마을협동조합'이다.

10년 역사 가진 방과후 학교

요리수업 중 피자를 만들고 있는 우리마을학교 아이들
 요리수업 중 피자를 만들고 있는 우리마을학교 아이들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대구 북구 국우동에 위치한 우리마을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현재 2년 간의 지원 사업을 마치고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 스스로 힘으로 자립해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모든 마을기업이 겪는 3년차 딜레마다.

하지만 우리마을협동조합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마을기업 이전에 이미 오랫 동안 운영해온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마을협동조합은 2005년 설립된 저소득층 무상 방과후 시설 '우리마을학교'에서 출발했다. 현재도 협동조합 명칭과 함께 이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따지자면 우리마을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방과후 시설이 우리마을학교인 셈이다.

설립 당시부터 우리마을학교는 지역민의 후원금을 기반으로 운영해 왔다. 지역 내 다른 방과후 시설과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다른 곳들은 아이를 함께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한데 비해 우리마을학교는 사회적 공공 시설로서의 의미를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당시보다 저소득층 아이들의 비율은 조금 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운영 기준이다.

그래서 협동조합 구성도 다른 곳은 부모들이 조합원인데 반해 우리마을학교는 교사를 중심으로 운영진이 사업자로 참여하는 협동조합 형태를 가지고 있다. 조합원도 현재 6명이 전부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황은주(45)씨는 이에 대해 "사실상 마을기업 지원을 위해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는데 다른 곳처럼 부모들의 협동조합으로 가는 것은 우리의 방향이 아니라고 봤다. 좀 더 단출한 구성을 원하기도 했고, 우리마을학교의 특성이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현재 우리마을학교는 이사장 1명, 교사2명이 상근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15명이 다니고 있다. 조만간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적으로도 그렇고 아이들의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일단 인원이 좀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초등 방과후에 대한 인식으로 쉽지는 않다. 현재 저소득층이 아닌 아이의 경우 20만 원 정도의 보육비를 받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간식 등을 생각하면 큰 금액이 아닌데 아무래도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마을협동조합은 곧 다시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바로 협동조합 총회에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일반적인 기업과 비교된다면 사회적협동조합은 사회적기업과 비교되는 법인의 한 형태다. 이익금에 대한 배당이나 외부 유출이 금지된다.

"사실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당장 달라지는 점은 별로 없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별도로 지원하는 제도도 현재로썬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마을협동조합의 지향이 보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인 만큼 비영리법인 형태인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됐다."

물론 앞으로의 사업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시화 된 것은 아니지만 교육청과의 각종 위탁 사업 등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시도해 볼 만한 여러 새로운 사업들은 나름 고민 중이다. 특히 현재 초등학교에서 하고 있는 돌봄교실 위탁 등의 사업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각종 체험, 나들이 프로그램 중심 운영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책과 각종 교구들
 아이들을 위해 준비된 책과 각종 교구들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우리마을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역시 외부 활동이나 각종 체험이 많았다.

"현재 방학 프로그램 운영 중인데 역시 방학에는 야외 활동이 많다. 실내 활동도 주로 만들기, 요리, 뜨개질 등 직접 해보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기 중에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난 학기에는 목공, 도예 수업도 함께 진행 했는데 아이들의 호응이 참 좋았다. 오는 4월부터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연극 수업도 진행 할 예정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고학년(5~6학년) 학생들을 위한 락밴드 수업이다. 처음엔 경험 삼아 마을기업 기획 사업으로 3개월 간 진행했는데, 아이들도 부모님도 너무 좋아해서 자발적으로 계속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꽤 실력이 늘어서 지난 연말에는 부모님들을 모시고 자체 공연도 가졌다. 현재 추가 인원을 모집하는 중이다. 마을기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소감도 들어봤다.

주방에서는 매일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직접 만든다
 주방에서는 매일 아이들을 위한 간식을 직접 만든다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우선 초기 시설 투자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2년 전 이사하는 시기와 맞물려 공간 확보나 인테리어, 기자재 확보에 적절히 활용한 것 같다. 마을기업 지원사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반면 서류 업무가 너무 많다.

규모도 작은 협동조합 임에도 필요한 자료도 너무 많고 마을기업 관련 서류도 넘친다. 지금 돌아보면 마을기업 지원을 받기 위해 규모에 비해 너무 큰 옷을 입은 느낌이다. 소규모 협동조합에 특화된 제도 간소화 등이 필요하다. 어쨌든 이제 커진 규모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우리마을학교는 현재 강북지역의 다른 민간 방과후 시설 두 곳과 함께 공동 활동도 하고 있다. 각 시설 교사들이 함께 모여 공부도 하고 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전체 시설 아이들이 모여 공동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 만드는 것이 꿈

우리마을협동조합 마을기업 지정서와 협동조합 설립필증
 우리마을협동조합 마을기업 지정서와 협동조합 설립필증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전망이나 고민거리를 물어봤더니, 앞서 방문했던 또래 마을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에 관한 것이었다. 초등학생들이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고민도 하게 되고 아이들만의 공간과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장은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고민에서 지난해부터 조합원 자녀 중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인생 학교'라는 이름의 인문학, 진로 수업을 열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만든 피자를 기자도 맛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만든 피자를 기자도 맛볼 수 있었다.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목공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원목 벤치
 목공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직접 만든 원목 벤치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현재도 6명이 모임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시도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많아져야 한다. 그렇게 좀 더 마음들이 모인다면 우리마을학교가 처음 생겼을 때처럼 뭔가 또 새로운 것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마을학교가 문을 연지 올해로 만 10년이다. 그동안 마을은 좀 더 성장했고 우리마을학교가 해낸 몫이 적지 않다. 앞으로도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늘 그 자리에 든든히 자리잡고 있길 기대해 본다.

여기저기서 놀던 아이들이 간식 시간이 되자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여기저기서 놀던 아이들이 간식 시간이 되자 모두 한자리에 모인다
ⓒ 김지형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대구 강북지역 언론인 강북신문(www.kbinews.com)에 함께 실렸습니다.



태그:#마을기업, #협동조합, #우리마을협동조합, #방과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에 살고 있는 두아이의 아빠, 세상과 마을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