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늘 천(天)은 원래 팔을 벌리고 선 사람을 나타내는 큰 대(大)에 머리 부분을 더해서 사람의 정수리를 나타내는 의미였다.
▲ 天 하늘 천(天)은 원래 팔을 벌리고 선 사람을 나타내는 큰 대(大)에 머리 부분을 더해서 사람의 정수리를 나타내는 의미였다.
ⓒ 漢典

관련사진보기


깜짝 놀랐을 때 우리는 보통 "엄마야!" 하고 엄마를 찾는다. 반면, 영어에서는 "오 마이 갓(Oh my god)"처럼 하나님을 찾는다. 중국어에서는 "톈나(天哪!)"하고 하늘을 찾는다. 왜 하늘일까? 어쩌면 하늘에 엄마나 신의 의미가 모두 담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명이 우주의 기(氣)가 모인 것이라면, 인간은 하늘에서 왔고 그래서 하늘은 곧 엄마다.

인간의 모든 일, 특히 고대의 농사는 가뭄이나 홍수 등 하늘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에 하늘은 신처럼 인간사를 지배하는 존재로 여겨졌을 것이다. 하늘은 해, 달, 별, 구름, 비, 바람, 번개 등이 사는 집이니 말이다.

하늘 천(天, tiān)은 원래 팔을 벌리고 선 사람을 나타내는 큰 대(大)에 머리 부분을 더해서 사람의 머리꼭대기, 정수리를 나타내는 의미였다. 그런데 점차 하늘이란 의미로 더 많이 쓰이자 꼭대기라는 원래 의미는 전(顚)에게 맡겼다. 중국어 발음 '톈'이 구개음화되어 '천'으로 바뀐 것은 한자음의 전형적인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늘을 보면 파란데, 하늘 천(天)자는 아무리 봐도 파랗지 않으니, 재미가 없어요(視天蒼蒼, 天字不碧, 是以厭耳)."

이는 연암 박지원의 <답창애(答蒼厓)>에 나오는, 천자문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의 귀여운 변명이다. 하지만 하늘색이 꼭 파란색만은 아닐 것이다. 여명의 하늘은 보랏빛으로 밝아오기도 하고, 석양녘은 익은 감처럼 붉기도 하다. 우주가 생긴 이래로 단 하루도 똑같은 하늘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하늘의 얼굴은 다양하고 다변한다. 일기예보에서는 그 변덕 심한 그날그날의 표정을 날씨(天氣, 하늘의 기운, 날씨라는 의미)라는 이름으로 매일 이모티콘과 함께 알려주기까지 한다.

노자와 같이 하늘과 땅이 만물을 생육함에 꼭 어진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을 주장하며 하늘을 그저 객관적인 자연물로 인식하는 이도 없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제천(祭天)의식이 보여주듯 인간에게 하늘은 대체로 신과 같은 경배의 대상이거나 도덕적 표상 혹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도(道)의 근원이었다.

제갈량이 적벽대전 직후 관우에게 조조를 화용도(華容道)에 매복했다가 죽이라고 명한다. 그러나 관우는 과거 조조와의 인연 때문에 놓아주고 만다. 이때 제갈량이 한 말이 바로 유명한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다. 이 말은 하늘과 인간의 관계가 일방적인 숭배가 아닌 쌍방향의 소통에 기반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맹자는 하늘이 인간에게 큰일을 맡길 때는(天將降大任於人也) 사람의 마음을 괴롭히고 몸을 힘들게 한다고 했다. 하늘이 인간 스스로 모든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 평소에 할 수 없던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던가(天何言哉)"라던 공자의 말처럼 하늘은 말이 없지만, 우주를 운행하고 만물을 생육한다. 그리고 그저 묵묵히 인간의 머리 위에서 인간의 분발을 지켜본다. 천명(天命)을 한 손에 쥐고서.


태그:#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