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년 연초, 그해 한국사회의 흐름을 짚어보는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전망보고서>는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발간되며, 새사연의 연구원들이 한 분야씩을 맡아 보고서를 집필합니다. <2015 전망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총 8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번 기사는 세계 경제의 나아갈 길을 각각 미국, 중국, 유럽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 지역의 현 상황이나 정책기조를 면밀히 살펴본 후 예측한 것입니다. - 기자 말

미국 경제 전망, '대체로 낙관적'이라지만

IMF, OECD를 비롯해 대부분 경제연구소들은 2015년 미국경기를 대체로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 세계경제 침체의 진원지는 미국이었지만, 그동안 미국은 유럽보다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을 보였고 내년에도 유럽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경기가 예측대로 좋아진다고 해도 주류경제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GDP갭(잠재적 GDP와 실질 GDP간 차이)을 메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판단은 주로 실업률 지표와 주택가격 지수의 호전에 근거를 두고 있다. 미국 연준은 이러한 경제개선 지표들을 바탕으로 2014년 10월, 양적완화 정책을 완전히 종료했다.

속내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실업률은 큰 폭으로 호전되었지만, 고용률은 아직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업률과 고용률 사이의 비대칭적 변화는 그만큼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최근 원자재 가격의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연준(연방준비은행)이 서둘러 금리인상에 나설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시장이 정책의 실질적 변화를 선반영하여 움직인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2015년에 달러의 환류가 가속화되고, 그로 인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미국 정부의 수습책은 양적완화 정책으로 대변된다. 이와 같은 양적완화 정책은 금융기관들의 유동성 위기를 막고, 투자자들의 패닉을 '치유'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6년간 시중에 막대한 자금을 풀어 모기지담보증권을 사들였음에도 이는 금융기관을 위한 정책이었을 뿐, 그 혜택이 가계로까지 내려가진 않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차압당하고, 결국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양적완화 정책의 진정한 수혜자는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은 단지 위기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위기 이전의 최고 수준을 넘어 역사적 고점을 계속 갱신하고 있다. 현재 주가지수는 위기이전 최고기록보다 약 30% 가량 높아져있는 상태이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현상이다. 경기는 불황이라고 하는데,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 자연히 버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커지고 있다.

<포브스> 컬럼니스트로 유명한 제시 콜롬보는 "주식시장이 엄청난 폭락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23가지 차트"란 글을 통해 그 '버블붕괴'의 위험성을 알렸다. 기업의 주가·이윤 비율은 IT버블 붕괴 직전과 대공황 직전 다음으로 높은 역사적 고점에 도달해 있으며, 시가총액·GDP비율도 1950년 이후 두 배 수준에 와 있다. 미국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나, 이런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미 연준' 손에 달린 세계경제 향방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외환시장의 흐름을 규정지은 주요 변수로는 미국의 양적완화, 유럽재정위기, 아베노믹스를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직후에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달러와 엔이 동반상승했다.

세계경제가 패닉에서 벗어나고 미국이 본격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일본 엔화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유로화도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로화는 급등락을 반복했다. 2012년 하반기부터 유럽의 재정위기가 수습단계에 들어가자 유로화 가치는 안정을 다시 찾았지만, 엔화의 변동성이 심화되었다. 일본의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발표하자 엔화의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또 다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

경제지들은 '강 달러 시대의 도래'라고 현재의 외환시장 흐름을 명명하고 있다. 하지만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장기 지속성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본국으로 환류되는 해외 투자자금이 단기적으로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달러들은 다 어디로 갈까? 금융기관들이 수익률이 낮은 연준의 모기지담보증권과 재무성 채권을 다시 사들일 리도 없거니와 버블 논란 탓에 주식시장에 투자될 가능성 또한 낮다.

또 한 가지 살펴볼 점은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고 판단하기 이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가치가 너무 많이 올라간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 달러 환율 변화를 살펴보면 유로는 2005년 수준을 회복했고, 중국이야말로 '강 위안' 시대를 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요 통화의 대 달러 환율 변화
(2005년 기준 1달러당 각 통화의 환율을 100으로 보았을 때의 지수변화 표시)
 주요 통화의 대 달러 환율 변화 (2005년 기준 1달러당 각 통화의 환율을 100으로 보았을 때의 지수변화 표시)
ⓒ 한국은행

관련사진보기


최근 국제 원유가격의 급락과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 하락으로 러시아, 브라질,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석유와 광물 수출을 바탕으로 경제를 이끌어 가는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부채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갑작스런 가격변동은 최근의 달러가치 변화와 직결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프리 프랑켈 하버드대 교수는 유가의 급등은 미국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최근의 유가와 원자재 가격 변화를 달러가치 변화의 맥락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5년 현재의 글로벌 경제가 뚜렷한 방향성 없이 미국의 금융통화정책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유가 하락이 침체의 심화로 이어질지, 침체에서 벗어나는 신호탄이 될지도 미국의 금융통화 정책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증권시장, 외환시장, 상품시장, 실물 무역시장 등 모든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 미국 연준의 정책변화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국제시장의 주된 동향은 미국 연준 의장 재닛 옐런의 입에서 언제 금리인상이란 말이 나오는가에 따라 규정될 것이다.  

여전히 실업률 높은 유럽, 성장 둔화되는 중국

미국, 독일, 유로 존의 성장률 비교.
 미국, 독일, 유로 존의 성장률 비교.
ⓒ IMF

관련사진보기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의 빠른 경기회복은 자본주의 다양성론을 주장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유럽모델이 미국모델보다 상대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예로 많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경향이 뒤바뀌었다.

최근 언론에 많이 회자되듯, 미국의 2014년 3분기 성장률이 5%로, 11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에 독일은 0.1%, 프랑스는 0.3%, 영국은 0.7%의 성장을 기록했다. IMF에 따르면 2015년에 미국은 올해보다 높은 3% GDP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지만, 독일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1.5% 미진한 회복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는 이보다 낮은 1%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유로존 전체를 봐도 1.3% 성장률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로존 쪽의 가장 큰 문제는 실업률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페인과 그리스는 실업률이 매우 심각한 상태다. 청년실업률은 더 큰 문제다. EU와 유로존의 평균 실업률이 각각 22%, 23%에 이른다. 스페인과 그리스의 청년실업률은 이 수치의 두 배 수준이다. 유럽위원회(EU Commission)와 유럽이사회(EU Council) 모두 최근 대규모 실업사태의 상시화로 유럽의 경제가 점점 활력을 잃고 있다고 우려를 표방하며, 적극적인 대처를 천명했다.

하지만 EU는 미국과는 달리 정치적 통합 수준이 낮아, EU차원의 경제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쉽지 않다. EU 중앙은행이 있기는 하지만, 회원국마다 경제현실이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정책기제의 제한이 커, 지역차원에서의 경기부양 효과는 미진한 상태다.

EU는 최근 들어서야 미진한 경제성장률 회복과 높은 실업률에 대응하기 위해 약 1조 유로 수준의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 EU가 그동안 재정안정 우선 정책에서 다소 탈피해 과감한 경기부양책 쪽으로 선회하고, 동시에 재정위기의 재발을 막는 '신의 한수'를 둘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의 GDP와 무역량 변화.
 중국의 GDP와 무역량 변화.
ⓒ IMF

관련사진보기


마지막으로 살펴볼 2015년 세계경제의 주요변수는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이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을 계기로 하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대외 경제여건이 안 좋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중국 국가당국이 정책적으로 수출주도 고도성장 체제에서 내수의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기조를 선회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를 경제언론에서는 보통 중국의 리밸런싱(re-balancing) 정책이라 부르고 있다. IMF는 내년에도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리밸런싱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2000년대 세계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중국이 정책적으로 감속기조로 선회하면서, 지구적 차원의 디플레이션 공포를 심화시킬 수 있다. 최근의 석유와 원자재 가격하락이 중국의 정책선회와 맞물리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플레이션 문제는 중국 내부에서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동안 중국의 고도성장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해 왔던 부동산 경기가 급속히 식으면서 부동산 버블의 붕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가계자산의 70퍼센트 정도가 부동산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또한 아닐지라도 소비심리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또 한 가지 지속적으로 우려되고 있는 문제로 계속 축적되는 중국 금융권의 악성부채를 들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부실부채 비율은 1%에 불과하지만, 서구 경제연구기관들은 이보다 10배 이상 높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전반적인 경제성장의 감속 기조 속에서 '리밸런싱'과 함께 부동산 '버블', '부실부채'의 문제에 얼마나 잘 대응하느냐가 2015년 세계경제정세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란 사실은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박형준 기자는 현 새사연 선임연구위원이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세계경제, #새사연, #전망보고서
댓글1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