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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방(方, f?ng)은 아우를 병(竝)의 윗부분과 배 주(舟)의 아랫부분이 결합된 형태이다.
▲ 方 모 방(方, f?ng)은 아우를 병(竝)의 윗부분과 배 주(舟)의 아랫부분이 결합된 형태이다.
ⓒ 漢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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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형문자인 한자에는 동그라미가 없다. 세상에는 분명 둥근 사물이 많고, 상형문자라면 그것을 보고 그렸을 텐데 왜 한자에 동그라미가 사라졌을까. 둥글 원(圓), 동그라미 권(圈) 조차도 명실상부하지 못하게도 그 모양이 모두 네모 안에 갇혀 있다.

한자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이나 금문까지만 해도 동그라미가 많이 남아 있었으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진나라의 재상 이사(李斯)가 문자의 통일을 추진하며 한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순화, 규격화 작업을 단행하여 직사각형의 틀 안에 한자를 규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동그라미는 모두 사라지고 네모난 방괴자(方塊字)의 체계를 잡은 걸로 보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자체를 소전(小篆)이라고 하는데, 이후에 출현하는 예서(隸書), 해서(楷書), 행서(行書)에서는 방형의 경향이 더욱 심화되어 동그라미는 한자에서 설 자리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

네모는 권위의 상징... 질서 체계를 강조하는 모양

모 방(方, fāng)은 아우를 병(竝)의 윗부분과 배 주(舟)의 아랫부분이 결합된 형태로 본뜻은 두 척의 배가 나란히 나아가다는 의미였다. 여기에서 두 배가 합쳐진 모양이 네모처럼 보여 모서리의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방향이나 방법이란 말에서는 나아가다는 의미가 여전히 남아 있고, 지방을 나타날 때는 모서리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강력한 통치체제를 위해 자유분방한 그림 형태의 한자가 방괴자로 각이 잡힌 것처럼 네모는 어떤 권력의 위엄을 극대화하기 용이한 형태이다. 모든 궁궐이 네모난 것도, 또 권위적 질서를 강조하는 군대에서 속옷도 각을 잡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조직의 권위를 나타내는 인장이 네모난 형태인 반면 개인의 도장은 둥근 형태인 것도 네모가 가지는 상징적 위엄 때문일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상을 지니고 있었다. 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단(天壇)공원의 구조가 땅을 나타내는 남쪽은 네모나고 하늘을 상징하는 북쪽은 둥근 형태로 설계된 것이 이런 사상을 잘 보여준다.

하늘의 아들인 천자(天子)가 다스리는 땅이 네모난 것은 그 질서 체계를 강조하기에 적합하다. 명나라 때 정화(鄭和)의 대항해가 천자에게 위험하게 여겨져 폐기된 것도 어쩌면 그 네모난 질서 체계 밖의 세계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과거 학창시절 상장 문구가 늘 "품행이 방정하고"로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방정지사(方正之士)'에서 유래한 이 말은 제사상의 밤톨처럼 반듯하고 바른 이미지는 떠오르지만,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모가 난 네모는 구르지는 못하지만, 조금만 모서리를 다듬으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원래 모서리에는 '나아가다'는 유전자도 내재되어 있으니 말이다.


태그:#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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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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