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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OO 병장의 폭행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 중순부터였다. 그전까지 의무반은 화목한 가정적인 분위기였는데, 이OO 병장이 최고선임이 되고 나서 공포 분위기로 바뀌었다. 하OO 병장은 분대장 견장만 찼을 뿐 아무런 힘이 없었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대법정, 28사단 집단폭행·사망사건 항소심 3차공판에 출석한 피고인 이아무개 상병은 윤 일병이 가혹한 폭행을 당하다 숨져간 과정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이 상병의 진술에 따르면 윤 일병에 대한 폭행을 주도했던 이 병장이 최고선임이 되기 전까지 의무반의 분위기는 화목했다고 한다. 구타와 가혹행위는 물론이고 군 당국이 금지하고 있는 암기강요 등의 행위도 없었다는 것.

하지만 지난해 1월 16일 정아무개 병장이 전역한 후 앰뷸런스 운전병이었던 이 병장이 의무반 내 최고참이 되면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윤 일병을 숨지게 하는데 동참했던 가해병사들 중 분대장 하 병장을 제외한 이 상병, 지 상병도 이 병장에게 구타당했다.

이 병장, 자신의 애인 이름과 생일까지 외우게 해

또 이 병장은 의무대가 소속된 3포대 간부들뿐 아니라 130명에 달하는 선임 병사들의 입대일자, 성명, 선후임 관계 등을 모두 외우도록 강요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귀고 있는 애인 이름과 생일 등 개인사에 관한 50여 개의 문제를 낸 후 의무반 병사들에게 시험까지 보게 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의무반의 유일한 간부였던 의무지원관 유아무개 하사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이 병장을 '형'이라고 부르며 윤 일병에게 가해진 가혹행위를 방조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윤 일병을 폭행하기까지 했다.

이 상병의 진술에 따르면 이 병장이 의무반에서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며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의 강도를 나날이 높여가고 있었음에도 해당 부대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부대의 아침, 저녁 점호에는 의무대 병사들도 참석했지만 간부들은 윤 일병에게 가해졌던 폭행과 가혹행위의 흔적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상병은 피해자 윤 일병과 같이 샤워를 하다가 '이렇게 몸 전체에 멍이 들 수도 있구나'라고 놀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윤 일병의 몸에 난 상처를 군 당국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상병은 의무반에 당직사관이 와도 "그냥 한 번 쓱 둘러보고 갔다"고 말했다. 한 병사가 전입후 석 달 만에 목숨을 잃기까지 지속적이고 집요한 폭행을 당해왔음에도 이를 감시하고 적발했어야 할 군의 경보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내내 울먹이면서 공판을 지켜보던 윤 일병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끝내 실신했다.


태그:#윤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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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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