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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일본, 한국, 더 나아가 지구상 그 어떤 곳이 되었건, 이 지구상에 핵 산업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푸른 하늘 아래 설 수 없다. 70년을 이어온 인간과 핵의 전쟁에서 우리는 인간의 편에 설 것이며, 동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핵에 맞서는 청년들의 연대를 모아갈 것을 선언한다."

한국, 일본, 대만 청년들이 '탈핵'을 선언했다. 지난 15일부터 청년초록네트워크 등이 마련한 '2015 푸른하늘 겨울캠프'에 참여한 3개국 청년활동가들이 캠프 마지막 날,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찾아 '푸른하늘 밀양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일본, 대만 청년활동가들은 18일 오후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에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찾아 '푸른하늘 밀양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국, 일본, 대만 청년활동가들은 18일 오후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에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농성장을 찾아 '푸른하늘 밀양선언문'을 발표했다.
ⓒ 청년초록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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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국 청년 활동가 10여 명은 18일 오후 밀양 상동면 고정리 고답마을 과수원에 있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115번 철탑 아래 천막농성장을 찾았다. 송전탑 반대 밀양주민들은 지난해 말부터 이날로 24일째 '한국전력공사 사장의 공개 사과' 등을 요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3개국 청년들은 한·일·대만 청년층 600여 명이 서명한 '푸른하늘 밀양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밀양 방문에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 당시 후쿠시마에 거주했던 대학생 3명과 대만의 청년 2명도 함께 했다.

이들은 "우리는 핵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 핵의 위협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 전 지구적 탈핵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푸른하늘 밀양선언문' 전문이다.

푸른하늘 밀양선언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핵이 자신의 위용을 드러낸 지 70년이 되었다. 그 70년간 인류는 2000번 이상의 핵 실험을 진행했고, 435기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70개의 핵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는 더 이상 단순한 지명이 아니게 되었다.

70년간, 인간은 핵을 제어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수차례의 핵발전소 사고는 지역의 이름을 지옥의 이름으로 만들었으며, 사고가 나지 않은 발전소들은 주변지역에 암 발생률을 높이고 있다. 초고압 송전탑과 같은 부대시설의 건설 과정에서도 지역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 10만 년의 수명을 자랑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검증된 처리방법이 없음에도 매년 수만 톤씩 이 지구에 생산되고 있다. 인간이 성공적으로 해낸 "제어"는 고작, 핵발전소를 수도에서 멀리 떨어뜨려 도시민 대신 지역민들을 제물 삼은 것뿐이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핵 사고 이후 핵 발전 폐기를 요구하며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왔고, 모든 핵발전소가 중단된 상황에서도 전 국민의 에너지 절감 노력으로 문제없는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지금, 다시 제어할 수 없는 핵발전소 재가동을 선택하려 한다. 후쿠시마의 교훈은 채 5년도 되기 전에 잊히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대만에서도 22만 명의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들은 경찰의 탄압을 뚫고 공정률 98%의 룽먼 핵발전소 건설을 잠정 중단시켰다. 룽먼 핵발전소의 향방은 국민투표에 부쳐지게 되었다. 대만의 여론은 핵발전소 폐쇄를 원하고 있다. 원하지 않는 자들은 소수의 이권자들이다.

한국에서는 설계수명이 지난 고리 핵발전소가 아직도 가동되고 있고, 이미 가동 중지된 월성 핵발전소도 재가동이 추진되고 있다. 삼척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85%의 주민이 핵발전소에 반대한다는 것이 밝혀졌으나, 정부는 신규 핵발전소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밀양에서는 70~80대 원주민들을 폭력진압하고 때로는 죽음으로 몰아넣으면서 초고압 송전탑 건설이 강행되고 있다. 위험천만한 원전 비리가 발각되어, 준공도 되지 못한 신고리 3, 4호기를 위해서 말이다.

소수의 부유한 자들, 그들의 부당한 이익만을 위해, 도시의 불야성과, 노동자를 제물로 삼아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의 정부는 국제시민들에게 핵의 위협 속에 살 것을 강요하고 있다.

오늘, 그 폭력의 현장 중 하나인 밀양에 일본과 대만, 그리고 한국의 청년들이 모였다. 인간과 핵의 전쟁 70년을 맞아 여기 선 우리는, 이윤을 위해 인간을 도외시하는 핵 성장주의에 단호한 반대를 선언한다. "핵의 안전한 이용" 따위는 없다. 그것은 오로지 지배층의 경제적이고 사적인 안전을 의미할 뿐이다. "착한 핵"도 없고 "나쁜 핵"도 없다. 핵에는 인격이 없다. 우리는 모든 곳에서, 모든 종족의 평화와 화해를 원하지만, 핵과 인간의 화해만은 있을 수 없다. 핵 산업을 존재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폐기할 것인가는 인간에게 있어서도 존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핵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 핵의 위협으로부터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인 전 지구적 탈핵을 요구한다.

대만, 일본, 한국, 더 나아가 지구상 그 어떤 곳이 되었건, 이 지구상에 핵 산업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푸른하늘 아래 설 수 없다. 70년을 이어온 인간과 핵의 전쟁에서 우리는 인간의 편에 설 것이며, 동아시아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핵에 맞서는 청년들의 연대를 모아갈 것을 선언한다.

2015년 1월 18일. 밀양에서, 동아시아 청년 일동.


태그:#말양 송전탑, #청년초록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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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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