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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평일에도 4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평일에도 4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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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 '2015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가 개막했다. 개최 5일인 1월 15일 현재, 40만6826명의 관광객이 참여했다. 지난해 33만9800명 대비 19%가 증가한 숫자다. 외국인 관광객도 8252명이 다녀갔다.

지난 13일 미국의 CNN에서는 최근 지구촌 이슈가 되는 사진 37선 중 산천어축제를 14번째로 선정했다. 겨울철 세계4대 축제로 알려진 탓일까, 외신보도 건수도 76건에 이른다. 국내 언론 또한 연일 취재열기로 뜨겁다. 방송, 일간지, 인터넷 뉴스 등 이미 2095건이 넘는 보도를 했다.  

"공무원이 좀 힘들면 관광객들은 그만큼 편해진다. 다소 힘들더라도 관광객들이 민원인 또는 내 부모, 형제라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해야 한다."

매일 9시면 축제장에서는 일일상황 보고회가 열린다. 전날 문제가 되었던 부분에 대한 정보공유와 미진한 부분의 즉각적인 대처를 위한 자리다. 최문순 화천군수(축제 조직위원장)는 실과장들에게 관광객들에게 대표축제에 걸맞는 최고의 서비스를 주문했다.

이론적 전문가형, 산천어 못 잡는 유형 중 하나다

축제장에서 만난 꼬마 강태공 아가씨. 정통 방법으로 순식간에 한마리를 낚았다.
 축제장에서 만난 꼬마 강태공 아가씨. 정통 방법으로 순식간에 한마리를 낚았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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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투입량 또한 대폭 늘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9%가 증가한 40.8톤의 산천어를 축제장에 방양했다. 무려 18만4천 마리의 산천어가 축제장 낚시터에 유영한다는 의미다. 공치는(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관광객들이 대폭 줄었다. 불만 민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본인은 한 마리도 못 잡았지만, 옆에선 계속 잡아 올리기 때문에 불만을 제기할 구실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 마리도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눈에 뜨인다. 이에 조직위원회에서는 기존 민간인(30명) 낚시 가이드 외에 공무원들로 특별팀(26명)을 구성했다. 이름 하여 '낚시 도우미'들이다. 낚시터 질서유지와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못 잡는 사람은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낚시 도우미로 선발된 화천군청 주민생활지원과 황인성 주문관의 말은 이렇다. 낚시 기법을 설명하면 처음엔 그대로 따라 하다가 채 10분도 안 되어서 자신만의 폼으로 각색을 하는데 문제가 있단다. 그의 말에 따라 못 잡는 사람 유형을 정리해 봤다.

첫 번째 '무성의형'. 산천어 낚시는 바늘을 바닥에 드리운 후 규칙적으로 낚시대를 들었다 놓았다가를 반복해야 하는데, 그것이 귀찮은지, 대충 무성의로 하는 스타일이란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내가 산천어라도 안 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란다. 다시 말해서 어떻게 할 때 미끼인줄 알고 속을까를 한 번쯤 산천어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는 '바닥 상황 궁금형'이다. 그 사람들은 오직 얼음 구멍을 통해 바닥만 내려 다 본단다. 산천어는 공격성을 띠기 때문에 활발하게 움직이는 물체에 달려드는데, 지나갈 때 흔들면 과연 소용이 있겠냐는 설명이다.

세 번째는 '남의 낚시 관심형'. 이 유형은 자신의 낚시에는 관심없다. 오직 관람이 목적인 듯한 사람들이다. 왜 들어왔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류란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이론적 전문가 형'이다. 산천어낚시는 이렇게 하는 거다. 바닥에서 얼마를 띄우고 챔질은 강하게 하면 된다. 등 옆 사람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 주려 무진 애를 쓴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이론엔 전문가일지 모르나 실전에 쓸모없는 스타일이란다.

관객들이 더 즐거운 곳, 산천어 맨손잡기

평일 하루에 네번 개최되는 맨손잡기 프로그램에는 매회 100여명의 관람객들로 넘침다.
 평일 하루에 네번 개최되는 맨손잡기 프로그램에는 매회 100여명의 관람객들로 넘침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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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맨손잡기. 최대 80여명이 참여할 수 있는 규모. 평일엔 4회, 주말과 일요일은 여섯번 운영된다. 축제 초반기인 2004년, 조직위는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 과연 누가 물속에 들어갈까' 반신반의 했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상황은 달랐다. 많은 사람들이 물 속에 들어가기 위해 수십 미터 줄을 서야한다. 수많은 관중들을 보면 흡사 프로야구장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진행자의 징소리에 맞추어 물 속에 뛰어든 사람들은 각양각색 진풍경을 연출한다. 각본에 의한 것도 아닌데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즐겁다.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다. 맨손으로 잡는 시간은 5분 한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5분 동안 남아있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진행자의 말이다. 빨리 나오는 사람은 산천어고 뭐고 딱 2초면 나온단다.

"의외로 남성들보다 여성분들이 더 용감해요. 꼭 잡겠다는 의지 하나로 호홉까지 참았다가 서너마리 잡고는 허겁지겁 나오는 분들을 뵈었을 때 이런 억척스런 불굴의 정신이 우리나라를 이만큼 발전시켰다는 존경심 마져 들구요."

맨손잡기 진행을 맡은 김경철 씨의 입담은 많은 사람들을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가운데 있지 말고 모서리를 막아".

최대 30명 수용 가능한 어린이 맨손잡기도 재미있다. 밖에서 부모들의 응원 열기도 뜨겁다. 산천어가 뭔지 추우니 빨리 나오란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는 게 진행자 김경철씨의 말이다.

어떤 아이가 울면서 나오려고 하자, 부모인 듯한 분이 더 잡고 나오라고 큰 소리를 친다. 순간 친부모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니다. 그 아이 부모는 순간 따뜻한 외투를 걸친 자신의 입장만 생각을 했던 거다. 또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심 유발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찬물에서 나온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따뜻한 물이 준비된 족욕탕이다. 규모와 시설이 마치 대중 목욕탕처럼 생겼다. 그곳에서 몸을 녹인 사람들 표정은 의기양양하다. 힘든 도전을 마친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만족감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이다.

"관광객 위주의 축제 완성도를 높여, 누구나 만족하는 축제로 지향해 나갈 것입니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많은 겨울축제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전국적으로 30여개에 이른다. 산천어축제가 겨울축제의 선두주자인 셈이다. '경쟁을 해야 하는데, 부담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한 최문순 산천어축제 조직위원장은 그렇게 대답했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오는 2월 1일까지 3만5천여평 규모의 화천천에서 열린다.

외국인 전용 낚시터엔 연일 동남아 관광객들로 성황이다.
 외국인 전용 낚시터엔 연일 동남아 관광객들로 성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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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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