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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 황선대표는 북을 찬양했다는 혐의로 13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토크 콘서트를 진행한 황선대표는 북을 찬양했다는 혐의로 13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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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그녀는 보수세력들에겐 '대표적인 종북 인사'다. 1998년 범청학련 남측본부 방북대표로 북한 땅을 밟아 2년 6월형을 선고받았다. 2001년에는 방북 당시의 수기를 모은 <어머니, 여기도 조국입니다>를 제작·판매한 혐의로 다시 구속됐다.

그녀의 남편은 한총련 의장을 역임한 윤기진씨다. 윤씨는 2008년 구속돼 3년을 꼬박 채우고 나오자마자, 옥중에서 쓴 글들이 문제가 되어서 다시 구속됐다. 항소심에서는 관련 혐의가 모두 무죄로 판결났지만, 보수층은 그들을 '종북 부부'로 부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지난해 12월 10일, 한 고등학생은 황선씨와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장에 사제폭탄을 집어던졌다. 하루 뒤, 검찰은 테러를 벌인 학생의 집 대신 황선씨의 집을 압수수색 했다. 그리고 올해 1월 10일, 신은미씨는 결국 강제출국 됐고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황선씨는 13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한 종편방송은 검찰 관계자의 입을 빌려 황선씨와 신은미씨가 북의 '영향공작'을 받았으며, 토크콘서트가 북한에게 환대받은 문화선전공작원들이 벌인 대남선전극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과연 사실일까? 신은미씨가 강제출국 당한 다음 날인 11일, 황선씨를 자택에서 만났다.

"북의 영향공작? 우리를 이용한 건 종편이다"

- 먼저 문제가 된 토크콘서트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듣고 싶다.
"내가 기획한 것은 아니고, 나도 제안받아서 진행한 행사다. 통일운동 하는 사람들은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풀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있었다. 잔치에 흥 한 번 돋워보자는 취지로 토크콘서트가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신은미 선생님 집안 일정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좀 미뤄져서 11월 19일 조계사에서 첫 토크쇼를 했다.

그런데 그날이 마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논의하는 날이었다. 보수언론이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인권문제로 논의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종북 콘서트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렇지만 일정을 확정할 당시엔 유엔인권위 회의를 알지도 못했다. 오히려 뉴스가 그렇게 나가는 걸 보고 '유엔이 우리 토크쇼에 맞춘 것 아니냐'고 농담하기도 했다."

- 종편 등 보수언론에서는 북의 영향공작에 노출된 두 사람의 대남선전극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토크콘서트에서 '지상낙원', '3대 세습' 이야기를 했다고도 하고, 왜 이 시기에 했냐는 분도 있었다. 그런데 토크콘서트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북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오인동 박사나 류미리 작가의 토크콘서트를 진행했고, 그때마다 내가 자연스럽게 사회를 봤다. 그동안의 토크콘서트에도 북의 지도자를 찬양하거나 3대 세습을 미화하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토크콘서트는 남과 북이 서로 건널 수 없는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동질감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런 행사가 영향공작의 결과라고? 나를 분단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이렇게 살 게 만든 것은 오히려 한국사회의 영향이다."

- 우익세력은 그렇게 보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지난해 12월 10일 전북 익산 콘서트에서 테러가 일어났다. 그 전에 진행한 행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나?
"원래 서울, 광주, 대구, 익산, 부산 순으로 예정돼 있었다. 대구 행사를 진행한 극장에는 3백 명 정도가 몰렸는데, 그 극장이 만들어지고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다고 하더라. 무대에서 느끼기에도 호응이 컸다. 서울과 광주 행사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대구에서는 종편에서 '종북 콘서트다',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극장 밖에서 소란이 좀 있었다. 화염방사기 같은 걸 가지고 불붙이고…. 익산 사고 이후 부산 행사는 취소했다."

황선 대표는 "토크 콘서트가 문제가 없으니 17년 전 일기까지 문제삼고, '숨은 목적'까지 등장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했다.
▲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황선 대표는 "토크 콘서트가 문제가 없으니 17년 전 일기까지 문제삼고, '숨은 목적'까지 등장하고 있다"면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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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산 테러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사제폭탄만이 아니라 황산 1리터도 준비되어 있었다고 들었다. 상당히 놀랐을 텐데, 바로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어 '용서하고 싶다'고 했다.
"나에게 용서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나나 신은미 선생님을 목표로 자행된 테러지만, 실제 화상 입고 부상당한 사람이 따로 있지 않나? 그분들을 대신해서 내가 용서하고 말고 할 것은 아닌데, 이 어린 학생이 혼자 모든 짐을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처를 부탁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진상을 규명해야 했다. 배후와 공범이 밝혀져야 용서든 선처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폭탄을 던진 학생 말고 다른 공범이 있다는 것인가?
"사건 이후 내가 직접 내려가서 경찰보다 더 많이 탐문하고 돌아다녔다. 이미 검찰로 송치가 됐는데도 압수수색 한 번 안 했더라. 사제폭탄을 어디서 구했는지, 정말 이 어린 친구가 만든 건지, 누가 만들어준 건지 아무 것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도 테러 관련 다른 혐의들은 모두 빼고 단순 폭력행위로만 기소했다. 물론 그 친구는 단순 폭력행위자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변에 뭔가 있다는 강한 확신이 있었다.

직접 확인해본 결과, 이 친구가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폭탄과 황산을 보여준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테러 피의자 A군은 폐정유 처리업체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또 범행 장소까지 혼자 온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4명이 동행했다. 그런데 아무도 공범 가능성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어떤 사건이 나면 항상 공범여부를 상정하고 조사한다. 이번 토크콘서트에 대해서도 계속 배후세력이 누구냐고 묻고 있지 않나?

그런데 초유의 테러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나치게 빨리 축소해 덮어버리고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몰아가고 있다. 이렇게 큰 사건을 개인 일탈로 확정하고 수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A군의) 회사 직원 중에는 테러 당일, '얘가 정말 테러를 했을까?' 싶어서 계속 인터넷을 확인한 사람도 있었다."

- 밝혀야 할 부분이지만 검찰이 소극적인 한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대신 신은미씨가 강제출국 당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신은미씨가 황선씨에게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보도도 있었다. 신은미씨가 원망하진 않았나?
"선생님은 오히려 내 걱정을 많이 해줬다. '나는 나가면 그만인데, 황선씨는 어떤 고초를 겪을지 걱정된다'고 하시더라. 검찰은 계속 '신은미씨가 황선에게 이용당한 측면이 있어 선처했다'고 말하고 있고, 진보언론조차도 (신은미씨에게) '황선이랑 같이 해서 본인의 의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더라.

선생님은 내가 '선생님, 이런 질문 나오면 이렇게 대답하세요'라고 했다면 나에게 이용당했다고 할 수도 있는데, 우리가 보고 느낀 것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했고, 콘서트에서 한 말도 책에 쓴 것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나를 이용한 건 오히려 종편 언론 아니냐'고 하시더라. 검찰에도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들었다." 

"구속영장도 방북 중 출산, 둘째 아이 이름 등 허위사실 적시"

- 황선씨에 대해서는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논리를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11월 19일 콘서트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인데, 어떤 말이 있었나?
"검찰과 종편에서는 내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 정권 하에 있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하는데, 명백한 왜곡이고, 앞뒤 맥락도 다 잘라버린 말이다. 당시에는 북한 인권문제 때문에 '북한은 지옥 같은 곳, 먹을 게 하나도 없는 곳'이라는 식으로 극단적인 이야기들이 돌고 있었다.

신은미 선생님과 내가 한 말은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것으로 알고 계신데 우리가 직접 가서 봤더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는 이야기였다. '그곳 사람들도 나름대로 자기 사회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도 했다. 정말 북한 인권을 걱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북한을 제재해서 아예 몰살시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우리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래도 다행이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북 정권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 북한 노래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렀다는 이야기도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이미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노래 아닌가? 한 유력 보수언론 사장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한 적도 있고, 대한민국 가수(바이브)도 이 노래로 음반을 냈다. 북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진보정당 유력 정치인도 방북했을 때 이 노래를 불렀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흔하게 부르고 즐기는 노래다. 통일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우리에게 친근하게 잘 알려진 북측 노래를 부르는 걸 찬양이고 이적이라 할 수 있나?"

- 검찰과 종편에서는 1998년 방북 당시 쓴 일기장도 문제 삼고 있다.
"내가 25살 때이고, 17년 전 일이다. 당시 대의가 어떠했든, 부모님 입장에서는 내가 가출한 불효녀였다. 그래서 매일 어머니께 편지 쓰는 형식으로 일기를 썼다. 당시에는 젊었고, 혈기 넘치고, 대의에 충만했던 시절이다. 그때 느낀 것은 '너는 조국이 북이냐 남이냐'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실망이었지, (남이든 북이든) '둘 중 하나는 내 조국이 아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북에 대해 잘 몰랐었는데, 막상 가보니 '여기도 조국이더라' 정도의 자각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방북대표가 되니까 상당히 많은 감정이 북받쳐오른 것은 사실이고, 그게 25살짜리 아이의 일기에 표현됐을 수 있다. 또 한국으로 돌아가면 당장 감옥에 가야 하는 처지였기 때문에 25살 뜨거운 청춘의 입장에서는 감옥을 '적들의 심장'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지금 40대 아줌마다.(웃음) 17년 전 일기를 가지고 오늘의 나에게 죄를 묻는 것이 타당한가?

젊은 시절 특별한 경험을 한 나를 보고, 오늘날 내 내면을 추측해서 '너는 여전히 그때 그 마음으로 살고 있는 거야', '지금도 지령받고 살고 있을 거야' 하고 있다. 그때도 지금도 지령 같은 것은 받아본 적이 없다. 내가 남이 뭘 시켜서 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다."

- 두 번 구속됐는데, 그때는 일기장을 문제 삼지 않고, 지금 문제 삼은 이유가 뭔가?
"2005년에 평양에서 둘째를 출산했다. 당시 북에서 1998년 방북 때 두고 간 물건들을 챙겨주더라. 그쪽에서는 나름 나에게 소중한 거라고 챙겨준 건데, 거기서 낙서한 것이나 그 때 입은 속옷까지 다 챙겨서 상자에 담아줬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들고 왔는데, 17년 전 일기장이 이제 와서 문제 될지는 몰랐다. 그때만 해도 북의 아리랑 공연을 보러 관광을 간 남한 사람들이 4천 명이었다. 판문점을 통해 내려오면서 내가 들고 온 짐들, 선물, 일기장을 남쪽 정보기관에서 다 확인했다. 그때는 문제없다고 해서 통과된 것들이다."

황선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이렇게 나온다. “피의자는 2005년 10.10.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기해 임신 중인 자식을 북한에서 출산할 목적으로 ‘아리랑 축전’ 관람을 빙자, 방북하여 북한 평양산원에서 자녀를 출산 후 소위 통일둥이 ‘윤○○’라 이름 짓고, 같은 해 10.25. 판문점을 통해 귀환함으로써 종북인사들로부터 ‘통일전사’란 칭송을 받았다.”
▲ 황선씨에 대한 구속영장 황선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이렇게 나온다. “피의자는 2005년 10.10.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일을 기해 임신 중인 자식을 북한에서 출산할 목적으로 ‘아리랑 축전’ 관람을 빙자, 방북하여 북한 평양산원에서 자녀를 출산 후 소위 통일둥이 ‘윤○○’라 이름 짓고, 같은 해 10.25. 판문점을 통해 귀환함으로써 종북인사들로부터 ‘통일전사’란 칭송을 받았다.”
ⓒ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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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민감한 질문이지만 말이 나왔으니 물어보자. 당시 의도적으로 조선노동당 창건일에 맞춰서 제왕절개로 평양 원정출산을 했다는 꼬리표가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다. 의도적으로 일정을 맞춰서 북에서 출산한 건가?
"(웃음) 그럴 리가 있나? 좀 복잡한 사연이 있다. 원래 10월 6일에 시부모님을 효도관광 보내드리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주최 측의 실수로 관광객 중 13명의 이름이 누락돼서 인천공항에서 되돌아와야 했다. 여기에 우리 시부모님이 포함된 거다. 주최 측에서 미안하니까 최대한 빨리 좌석이 나오는 대로 표를 마련해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10월 10일이었다. 11일만 됐어도 문제가 안 됐을 텐데.(웃음)

그런데 그날 같이 가게 된 분들이 전북지역 분들이라 우리 시부모님이 아는 분들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 시부모님 모시도록 한 사람을 무료로 동반시켜 주겠다고 했다. 첫째를 제왕절개로 출산해서 관광 다음 주에 둘째 수술 날짜까지 잡아놓고 있었다. 제왕절개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원래 출산 예정일보다 수술 날짜를 빨리 잡는다. 그래서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내가 따라나섰다. 의사도 평양이 제주도보다 가까운 곳이니 말리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나보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선이니 문제 생기면 큰일 난다'며 걱정 많이 했는데 결국 예정보다 훨씬 빨리 진통이 와버렸다. 평양 주민들이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진통 오는 것 같다'고 말해줘서 알았다. 전에 제왕절개한 자리가 얇은 막만 남고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사전에 의도했다면 처음부터 효도관광 날짜를 10일에 맞추고, 나도 미리 날짜 맞춰 예약해놓지 않았겠나?"

- 둘째 이름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어 줬다는 소문도 있다.
"둘째 이름은 우리 시아버지가 지어주셨다. 나중에 아이 이름이 북에까지 알려지고 나니까 북에서 통일부에 '긴급 전문'을 보냈다. 통일부 사람들이 긴장해서 내용을 보니 '(둘째 아이) 이름이 참 좋다'는 내용이었다. 북에서 출산했지만 북도 이름을 나중에야 안 거다. 그런데 아직도 인터넷이나 언론에서 '둘째 이름을 북에서 지어줬다'는 이야기를 퍼뜨리고 다닌다. 애 이름 가지고 송사하고 싶지 않아서 참다가 너무 심해서 벼르고 있는데, 이번에 나에 대한 구속영장에도 아이 탄생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악플 수준이다."

- 그래서 8일 페이스북에 "종편과 언론의 왜곡보도, 인터넷상 모욕 등에 대한 수백 건의 민형사소송을 하려 한다"는 글을 쓴 건가?
"종편을 언론이라 불러도 될까? 진실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보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번 토크콘서트만 보더라도 종편이 경찰이나 검찰보다 먼저 움직였다. 정보기관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자료를 가지고 편집과 왜곡을 해서 선동을 한다. '지상낙원' 같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이런 선동을 받아서 검찰과 경찰이 움직이고, 여기에 또 여론이 부화뇌동하고. 심지어 청와대까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나치 괴벨스 같은 역할을 지금 종편이 하고 있다."

- 종편이나 보수언론만이 아니라 이른바 진보언론도 '종북'과 연결되는 이슈에서는 상당히 소극적인 것 같다.
"그동안 몇몇 인터넷 언론이나 라디오에서는 인터뷰를 했는데, 이 사건과 관련해서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주류 언론은 한 곳도 없었다. 검찰이 신은미 선생님께 '절대 언론에 접촉하지 말라'고, '그러면 더 복잡해진다'고, '우리도 빨리 나가게 해주려고 한다'는 식으로 인터뷰를 막았다.

신은미 선생님 강제출국이 결정되니까 선생님과 인터뷰하게 해달라는 연락이 많이 왔다. 내가 설득해서 진행한 곳도 있는데, 솔직히 일부 진보언론에게 대단히 서운했다. 신은미 선생님께 '왜 하필 황선이랑 (콘서트를) 해서 그러냐, 이용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묻더라. 한 기자는 나에게 '미안하다'면서도 회사 방침상 나와는 인터뷰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나에게 붙은 '종북' 딱지...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

- 13일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되어 있다. 또 남편 윤기진씨에 대한 수사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최악의 경우,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구속될 사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토크콘서트를 문제 삼다가 별게 없으니까 17년 전 일기까지 뒤지고, 4년 동안 해온 방송을 새삼스레 문제 삼고, 그래도 별 문제가 없으니 '숨은 목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콘서트가 애초에 문제가 될 것 같았으면 인터넷에 1만5천 원짜리 티켓을 공공연히 팔았겠나? 최대한 합법적이고 문화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준비한 행사였다. 그런데 상식이 무너지는 일들을 너무 많이 보고 있어서…."

- 12살, 11살 자매의 어머니인데, 아이들 걱정이 크겠다.
"최악의 경우에는 아이 둘만 남는다. 예전에 비전향 장기수 분들도 아이들만 빈방에 남겨두고 잡혀가셨다는데…. 시아버지가 계신데, 청각장애가 있으시다. 아버님과 아이들이 서로 챙길 수밖에 없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테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안 하고 콘서트 이야기만 했을 때 (구속될 수도 있다는) 각오는 했는데,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게 잘…. 마음이 파도친다.

아이들 아빠가 항소심에서 무죄로 나온 게 2013년이다. 이제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빠와 한 집에 산 지 2년 됐다. 아직도 딸아이가 아빠 손 잡는 걸 힘들어 한다. 이제 12살 사춘기에 아빠란 사람에게 적응 중인데…. 요즘은 '엄마가 없으면 여기에 뭐가 있고, 이건 여기서 꺼내고…'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상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주먹을 꼭 쥐고 마음을 다잡다가도 아이들 생각만 하면 눈물을 참기가 어렵다."

- 아이들도 지금 상황을 견디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이 익산에서 테러사건이 일어난 후에는 걸어서 등하교를 못하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서 우리 아이들을 두고 험한 이야기도 하는데,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겠어?' 하다가도 '언론이 한 사람을 악마로 만들면 (나쁜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이들이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하고 친구들에게도 잘하는데, 이제는 인사를 해도 멀뚱히 쳐다만 보는 어른들이 생기는 거다. 동네에도 소문이 다 돌았기 때문에. 

애초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려고 시작한 콘서트가 아니었다. 남과 북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기 위해 애쓰시는 정말 귀한 해외동포를 모셨는데, 그분을 이렇게 모질게 대해서 중죄인 취급에 추방까지 하고… 이럴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가 동포의 여행담 정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편협하게 보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을 콘서트다."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황선 대표의 딸은 방학 동안 하고 싶은 일로 "엄마와 놀기", "엄마와 만들기"를 적어 냈다. 엄마와 선정한 방학 과제는 모두 외갓집에서 해야 했다.
▲ 황선씨의 첫째 딸의 방학 과제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 되는 황선 대표의 딸은 방학 동안 하고 싶은 일로 "엄마와 놀기", "엄마와 만들기"를 적어 냈다. 엄마와 선정한 방학 과제는 모두 외갓집에서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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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마다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가던 황선씨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자 결국 눈물을 떨궜다. 자신이 말했듯, 그녀도 이제 40대의 아줌마이자, 누군가의 어머니, 누군가의 아내였다. 1998년 구속을 각오하고 북녘 땅을 밟은 혈기 넘치는 청춘은 이제 사춘기에 접어든 딸아이에게 생리대의 위치를 미리 알려주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자신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 무시무시한 '종북 부부'의 낙인을 감내하고 있는 그녀에게 통일이란 무엇일까? 왜 그녀는 여전히 이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스스로 '통일운동가'라는 직함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저는 통일이 저의 숙명이고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방북대표로 활동했고, 그 이후에도 국가보안법 수배자의 아내로 살았어요. 우리 딸이 우연치 않게 최연소 실향민이 되었는데, 분단사회를 극복하지 못하면 나에게 붙은 종북 낙인이 딸아이에게까지 따라갈 것 같아요.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란 것이 없는 것 같아요.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고, 서울둥이(첫째), 평양둥이(둘째)가 서로의 고향에 자유롭게 오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녀의 삶과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가차 없이 처벌받아야 하는 사회라면 그래서 지킬 자유란 것이, 그래서 얻을 민주질서란 것이 과연 무엇일까? 황선과 신은미의 토크콘서트가 우리 사회에 정말 어느 정도의 해악을 끼쳤는지 가늠할 수 없어도, 그것이 과연 두 아이의 엄마를 빼앗을 정도의 잘못이었을까?

황선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태그:#황선, #신은미, #통일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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