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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욱(왼쪽)·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
 연제욱(왼쪽)·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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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욱·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은 육사 동기(38기)다. 다만 연 전 사령관이 옥 전 사령관보다 승진이 빨랐다. 연 전 사령관은 지난 2012년 1월과 2013년 1월에 각각 준장과 소장으로 진급했다. 반면 옥 전 사령관은 이보다 1년이 늦은 지난 2013년 1월에서야 준장을 달았다.

'국방 사이버전'을 감독하는 국군사이버사령관도 연 전 사령관이 먼저 맡았다. 그는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국군사이버사령관으로 근무했다. 그의 후임은 육사 동기인 옥 전 사령관이었다. 옥 전 사령관은 사령관으로 부임하기 전 국군정보사령부 정보기술여단장과 국군사이버사령부 참모장을 지냈다. 지난 2012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끌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30일 '정치관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국방·안보현안을 넘어서는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한 대응작전을 수행했다"라는 것이 재판부(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의 판단이었다. 설립 목적인 '국방 사이버전'이 아니라 '정치적 사이버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문맥, 오탈자, 자구 등까지 수정하며 보고서 꼼꼼하게 검토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제욱·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의 1심 판결문' 일부.
 <오마이뉴스>가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제욱·옥도경 전 국군사이버사령관의 1심 판결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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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7일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연제욱·옥도경 전 사령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연 전 사령관은 정치적 사이버전의 결과가 담긴 '대응작전결과 보고서'를 아주 꼼꼼하게 검토하고 수정을 지시했다.

연 전 사령관은 대북 심리전을 전담하는 530단으로부터 매일 두 차례 보고받았다. 매일 오전 6시에는 530단 상황실에서 상황 회의를 열었고, 오후 5시에는 사령관실에서 530단장으로부터 '대응작전결과 보고서'를 받아 검토했다.

연 전 사령관은 '오후 5시 보고'에서는 대응작전결과 보고서 '초안'을 검토했다. 이 보고서 초안에는 ▲ 대응주제 ▲ 비판내용(대응의 대상이 되는 기사의 내용) ▲ 대응방향(작전지침) ▲ 대응결과(이슈의 찬반 여론 동향 변화를 수치로 기재) 등이 포함됐다.

판결문은 "연 전 사령관은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며 자필로 수정하거나 포스트 잇 등 메모지에 수정사항을 지시하는 등 당일 수행될 대응작전의 내용을 검토·확인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오전 6시 상황회의'에서는 대응작전결과를 보고받은 뒤 대응작전결과 보고서 '최종본'을 검토했다. 이때 연 전 사령관에게 보고되는 대응작전결과에는 "야간에 종합된 댓글 수치가 포함"됐다. 

판결문은 "연 전 사령관은 대응작전결과를 보고받으면서 문맥, 오탈자, 자구 수정 등 대응작전결과보고서 최종본을 점검하며 전일 수행한 대응작전에 대한 포괄적인 승인은 물론 대응작전 간 유의사항을 지시했다"라고 전했다.

"연제욱은 보고서에 모든 작전결과가 현출된다고 생각하고 문구 하나, 띄어쓰기 하나에까지 신경을 쓰면서 보고서를 검토하고 06:00 상황회의에서조차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부하들에게 질책을 하였으며 (하략)."(판결문 26쪽)

특히 연 전 사령관은 지난 2012년 9월부터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 권아무개씨, 또다른 김아무개씨 등으로 구성된 '대응작전결과 보고서 작성 전담팀'을 운영했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대응작전결과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기 위한 회의를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현안에 대한 대응논리를 정리"했다.

국방장관에게도 보고?... 국방부 "정치댓글, 보고에 포함 안돼"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지금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지금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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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전 사령관은 대응작전결과 보고서 초안이나 최종본의 문맥, 오탈자, 자구 등까지 수정할 정도로 보고서를 꼼꼼하게 검토했다. 심지어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에 쥐고 있던 레이저 포인트를 집어 던지는 경우까지 있었다. 이는 그가 '대응작전결과 보고서'에 얼마나 집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관련기사: "정치댓글 작성 대가로 월 25만 원 지급 인터넷에 비밀카페 차리고 사이버전").

연 전 사령관도 대응작전결과 보고서를 검토한 사실만은 인정했다. 그는 "매일 오전 6시경 530단 상황실에서 야간에 종합된 댓글 수치가 포함된 대응작전결과를 보고받으면서 문맥, 오탈자, 자구 수정 등 대응작전결과 보고서 최종본을 점검한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구체적인 댓글 내용을 보고받거나 530단 부대원들이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지지나 비판의 글을 게재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연 전 사령관이 문맥, 오탈자, 자구 등을 수정하고, 보고서 작성 전담팀까지 만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레이저 포인트를 집어 던질 정도로 대응작전결과 보고서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윗선'에 보고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하다. 

지휘체계상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윗선은 국방부 장관이다. 530단장→국군사이버사령관→국방부 장관의 지휘체계다. 530단장이 대북 심리전을 지휘하고, 국군사이버사령관이 이를 감독하며, 국방부 장관은 국군사이버사령관으로부터 사이버전 결과를 보고받는다.

연 전 사령관이 재직하고 있던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관진(육사 28기) 현 청와대 안보실장이다. 김관진 실장은 지난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 반 동안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육사 후배인 연 전 사령관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국군사이버사령관과 국방부 장관 재임기간이 겹치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같이 근무했다는 점 등을 헤아린다면 김 실장과 연 전 사령관의 연관성을 지나칠 수 없다. 하지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 11월 김 실장을 조사하지 않고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댓글 사건 수사를 마무리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국방부 장관이 사이버사령관으로부터 받는 보고는 일일 사이버동향보고와 대남사이버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보고다"라며 "심리전 대응작전 결과보고와 관련해선 이미 시행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같은 국방정책 홍보작전 등에 대한 결과만 보고, 정치 댓글은 장관보고에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공조했다면?

2014년 8월 19일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4년 8월 19일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이 서울 용산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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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체계와 상관없지만 국가정보원장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군사이버사령부령 제2조는 사령부의 직무 범위 중 하나로 '국방 사이버전 유관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 및 협조체제 구축'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공조해 정치와 선거 등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까지 나왔다(관련기사 : '내곡에서 온 정보"...사이버사- 국정원 '공조' 단서 나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옥도경 전 사령관이 사령관에 부임한 이후(2012년 11월 이후) 연 전 사령관에게 "내곡에서 온 정보가 있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국정원 국정조사 깊이 생각해보고 대처바람'이라는 문자도 보냈다. 국정원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에 정기적으로 어떤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보고'가 들어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옥 전 사령관이 부임했을 때 국정원장은 'MB맨' 원세훈 전 원장이었다. 원 전 원장은 지난 2009년 2월 부임한 이후 심리전단을 심리정보국(4개 사이버팀, 70여명)으로 확대·개편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 등에서 정치적 사이버전을 벌였다. 이렇게 정치에 관여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국정원법 위반 유죄'를 선고받았다(2014년 9월).  


태그:#국군사이버사령부, #연제욱, #김관진, #국정원, #원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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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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