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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북으로 돌아본 '예은아빠' 유경근의 2014년
ⓒ 최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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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의 병원 후송, 예은이의 장례식, 추모집회….
세월호 참사 이후 중요한 사건들을 모아 만든 세월호 특집판처럼 보이는 신문. 이 신문은 세월호 희생자 예은이 아빠 유경근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마이타임스'라는 자동편집서비스를 이용해 만든 것이다.

지난 5일, 유경근씨의 2014년을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통해 돌아봤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만 누르던 평범한 아빠 유경근씨는 세월호 사고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고 다음날인 4월 17일 예은이 아빠는 페이스북에 '국내방송사는 믿을 수 없다, 실종자 학부모들의 호소를 널리 알려달라'는 부탁을 올렸고, 2만여 명이 응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페이스북 이용은) 가끔 들어가서 좋은 거 있으면 좋아요 누르고. 16일 날 팽목항에 가서 처음 올린 건 진도체육관 도착해서, 갔는데 상황이 너무 말이 안 되더라고요. 내가 아침에 TV에 봤던 거 오면서 연락 받았던 거랑 완전히 상황이 다르니까 못 참겠더라, 알려야지, 이대로 있으면 다 속을 것 같더라고요. 또 알려야 그나마 좀 움직이는 시늉이라도 하고 구조하는 시늉이라고 하겠다, 정말 아무것도 안했으니까."

사람들의 위로와 미안함은 페이스북 '좋아요'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유경근씨는 분향소를 찾아와 함께 울어주고, 아이들에게 미안해 하는 시민들을 보며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저 사람들은 왜 저러지? 분향소 와서 보고 저렇게 내 자식을 잃은 것처럼 펑펑 울고 가족들을 붙들고 처음부터 끝까지가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저희 잘못입니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일이라고, 자신들이 겪은 일이라고, 또는 자신들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을 하고 같이 통곡을 하는 거구나…. 아, 이게 우리 일 내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

2014년 5월 9일,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 지역 청소년들이 스스로 추모 집회를 열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이날 제 딸도 갔거든요 예은이가 쌍둥이잖아요 쌍둥이 언니 하은이가 갈거라고…. '갔다와라' 했는데 걱정이 되는 거예요 이게 아빠 심정이. 제가 예은이 아빠기도 하지만 하은이 아빠잖아요. 사실 얘기 안하고 몰래 갔어요, 시작 전에. 아이들이 어떻게 하나, 문제는 없나 도울 거 있으면 돕고 그러려고 갔는데 놀란 게요, 교복 입은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는데 어마어마하게 몰려드는 거예요….

딱 마이크 잡고 들어오는 아이들도 그 지휘 통제에 따라서 정확히 줄 맞춰 정확히 앉고 모든 준비를 학생들이 다 한 거예요…. 거기에 갔던 엄마들은 그 앞에 앉아 쳐다보고 다 울고, 아이들 보고 슬퍼서도 울었지만 너무 감격스러워서…. 이런 아이들인데 왜 우리가 그렇게 뭐 하지 말라고 붙들고 그냥 애기처럼만 생각하고 그렇게 안했더라면 이 아이들이 거기서 가만히 있으란 말에 순응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서 살아 나왔을 텐데."

지난해 5월 말. 유경근씨가 안산합동분향소를 찾아 처음으로 모든 희생자들을 한 명, 한 명 마주했다. 이날의 풍경을 담은 글에 300여 명이 함께 애도를 표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이날은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한 명 한 명 다 본 날이에요. 사진도 여러 장 올렸죠. 예은이 사진, 제일 위에 있거든요…. 문 열고 들어가면서 (영정사진들) 그게 한 번에 딱 보이는 순간이 제일 힘들어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가족들이 왜 여기 이렇게 모여 있어야 하는지 솔직히 아직도 인정하기 싫고."

유경근씨는 참사 후 두 달이 지난해 6월이 돼서야 처음 제대로 된 음식을 먹었다. 예은이는 맛있는 걸 먹으면 솔직하게 표현하는 딸이었고, 아버지는 짜장면을 먹으며 딸을 떠올렸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6월 27일 진도를 가는 날 이었을 텐데, 이때가 뭐냐면, 휴게소에요 고속도로 휴게소. 내려가다가, 실제로 밥을,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날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러다가 딱 봤는데 짜장면이 딱 보이는 거예요…. 짜장면 먹으면서 그렇게 감탄을 했어요, 예은이는… 정말 별거 아닌 거 먹으면서도 맛있으면 그 표현을 정말 솔직하게 하는 아이였거든요. 짜장면 메뉴 써 있는 걸 보는 순간 예은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2014년 8월 22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을 하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병원 입원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안도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가 그 전날은 의사 선생님들이 사생결단하듯이 유민아빠에게 강하게 얘길 했고요, 유민아빠가 버티고 안가겠다고 하룻밤을 지냈어요. 근데 거의 잠을 못 주무셨죠, 힘들어서…. 이런 상황에서 그 다음 날 결국 조건을 달았어요. '가서 밥은 안 먹겠다, 미음은 안 먹겠다. 대신 주사 맞든 링거 맞든 긴급 조치만 하고 약간 회복 되면 다시 돌아오겠다. 그 조건이라면 내가 가겠다. 병원에.' 그리고 그때 그렇게 해서 병원에 가신 거죠."

가족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던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수 없었고, 2014년 8월 23일, 청와대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이날 청운동에 갔죠. 근데 당연히 이날도 간 날도 '청운동에서 막 두 달, 세 달씩 있어야 겠다' 이러고 간 건 아니잖아요…. '대통령께서 한 번만 (우리를) 챙겨 봐주세요.' 이 얘기하려고 간 거예요…. 정말 이날 답답해서, 언제라도 찾아오라고 했던 분인데 답도 없고 가보자 그래서 간 거예요."

2014년의 마지막 날, 유경근씨는 세월호 인양 촉구를 위한 서명 페이지를 2014년 마지막 페이스북 글로 올렸다.

2014년, 힘든 한 해였지만 페이스북에 올린 글중 가장 기쁜 소식은 딸 예은양과 같은 반 친구였던 황지현양의 귀환 소식이었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가장 기쁘게 정말 흥분돼서 올린 글이 우리 지현이 돌아왔을 때였어요…. 우린 여기서 살아있는 사람들은 포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도 지현이랑 우리 아이들, 실종된 우리 가족들은 여전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

'나 여기 있어요. 잊지 마세요. 반드시 찾으러 오셔야 돼요. 포기하지마세요.' 안타까운 건 지현이가 오고 나서 며칠 만에 수중수색 중단되고 바로 이어서 범대본 해체되는 걸 보면서 참 인정머리도 없고 그냥 본인들이 원하는 수순대로 가는 구나 무조건. 굉장히 분노를 많이 했었어요."

유경근씨는 2015년에는 세월호 인양 성공 소식과 진상조사 특위의 순조로운 활동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고 유예은양 아버지] "인양 성공. 이게 반드시 올라왔으면 좋겠고요. 인양했더니 그 안에 실종됐던 아홉 분이 다 계시는 것. (실종자) 다 찾아서 가족에게 돌려주는 것. 이건 정말 올해, 올해 중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그런 소식이, 제가 막 흥분해서 써서 올리는 걸 하면 좋겠고요.

 다음은 1월 달 중으로 특위 활동 시작되는데 순조롭게 조사활동이 잘 되고 그래서 우리 가족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이 하나하나 해소해나가는 과정들 그런 것들이 꼭 제 손으로 페이스북에 국민께 알려드릴 수 있는 게 왔으면 좋겠어요."

페이스북 '눈팅'만 해오던 평범한 아빠였던 유경근씨. 새해가 밝았지만 딸을 구하기 위한 아빠의 글은 계속되고 있다.


태그:#세월호, #세월호 유경근, #유경근 유예은, #세월호 인양, #세월호 진상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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