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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사칭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를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 행진단을 무단으로 채증하다 현장에서 발각됐다. 경찰청 예규에 따라 불법행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만 채증을 할 수 있는 경찰이 신분을 숨긴 채 평화롭게 행진 중이던 시민들을 몰래 촬영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건은 7일 오전 11시께 '정리해고-비정규직법제도 전면 폐기를 위한 행진단' 90여 명이 구로역에서 신도림역으로 이동하던 중에 발생했다.

해당 경찰은 구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최아무개씨로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행진단을 따라다니며 DSLR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낯선 이가 계속 촬영하는 것을 수상히 여긴 행진단 참가자와 기자가 그에게 다가가 신분을 물었고, 사복을 입고 있던 최씨는 자신을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밝혔다.

이날 최씨는 거듭해 자신을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 그에게 신분을 물었던 <미디어오늘> 취재기자는 "'취재기자는 어디 갔느냐'라고 물었을 때 '잠시 어디 갔다'고 답하는 등 네 차례에 걸쳐 신분을 확인하는 질문에 <오마이뉴스> 기자인양 답했다"라고 전했다.

구로경찰서 정보과장, 항의 거세지자 "우리 직원" 시인

최씨의 신분이 드러난 건 권영국 민변 소속 변호사와 송경동 시인 등 행진단 참가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재차 신분을 물으면서부터다. 그는 취재기자가 누구인지, <오마이뉴스> 사장의 이름이 무엇인지 등 참가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오마이뉴스>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요구에는 "오늘은 가지고 오지 않았다"라고 둘러댔다. 참가자들의 항의가 커지자 구로경찰서 정보과장이 다가왔고, "우리 정보과 직원"이라고 말하면서 신분이 탄로났다.

최씨의 신분이 드러난 이후 구로경찰서 정보과장은 "무슨 근거로 촬영을 하느냐"라고 항의하는 참가자들에게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채증을 할 권리가 있다"라고 답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를 사칭한 점에 대해 참가자들이 따져 묻자 "사칭을 하긴 누가 사칭을 했느냐"라며 곁에 있던 최씨와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불법행위"라며 반발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지 않고 평화롭게 행진하는 참가자들을 경찰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촬영하는 것은 불법 채증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행진단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구로경찰서가 보인 불법행위와 불법을 비호한 정보과장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라면서 구로경찰서장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또한, 이한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은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이 <오마이뉴스> 기자를 사칭하면서 불법 채증에 나선 것은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일"이라면서 "경찰청장에게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를 든 구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붉은 색 표시) 몸을 숨기며 행진단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구로경찰서 정보과 경찰은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사칭하며 불법채증을 벌이다가 오체투지 행진단에게 발각됐다.
▲ 몸 숨기고 오체투지 행진단 따라 다니는 경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연대 단체 참가자들이 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쌍용자동차 구로정비사업소 앞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법제도 전면폐기를 위한 2차 오체투지 행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카메라를 든 구로경찰서 정보과 소속 경찰(붉은 색 표시) 몸을 숨기며 행진단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구로경찰서 정보과 경찰은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사칭하며 불법채증을 벌이다가 오체투지 행진단에게 발각됐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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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로경찰서, #오마이뉴스, #기자 사칭, #오체투지, #권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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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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