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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친구가 되어 주겠다'고 접근해 돈을 받은 후 계정을 삭제하는 사례가 잇따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급 중증장애인 A씨는 지난해 B씨를 SNS 상의 친구로 알게 됐다. B씨는 자신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면 A씨를 만나주겠다고 접근했다. B씨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여긴 A씨는 B씨를 더 이상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후, A씨는 장애인 수용시설에서 같이 생활한 동료 C씨가 SNS상에서 만난 이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C씨가 보여준 상대방의 사진은 B씨가 A씨에게 자신의 사진이라고 보내준 것과 동일했다.

접근 방식 역시 비슷했다. 페이스북으로 친구 요청을 한 뒤, 이후에는 타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카카오톡이나 개인 메신저를 통해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었다. A씨가 확인한 결과, A씨를 포함한 장애인 총 4명이 이 같은 경우를 당했다.

적게는 몇만 원부터 많게는 수차례에 걸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준 이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동일한 여성의 사진을 받았고, 페이스북 계정이나 전화번호, 계좌번호는 각기 달랐다. 금전을 받은 뒤, 해당 SNS 계정은 삭제됐다.

"너무 외로워서... 여자친구 해준다길래 10만원 보냈는데..."

피의자와 나눈 메신저와 카카오톡 메시지
 피의자와 나눈 메신저와 카카오톡 메시지
ⓒ 피해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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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를 비롯한 4명의 장애인들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 이는 자신이 발레리나 연습생이며 중증장애인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난해서 발레 교습비를 못 내고 있다며, 교습비를 빌려주면 여자 친구를 해주겠다고 했다. 또 택시에 지갑을 두고 내렸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다 외로워서 미칠 지경입니다. 특히 뇌성마비는 더욱 더... 여자 친구도 없어요. 돈을 보내면 여자친구 해 준다고 하길래 10만 원을 보냈죠."
"장애인(특히 뇌병변)들은 천성이 순진하고 단순하고 외롭기 때문에... 저도 한 100만 원 갖다 버렸어요."

A씨는 B씨가 다른 장애인들에게 접근한 이와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B씨가) 장애인들은 사회에서 격리된 생활을 하기 때문에 세상 물정을 잘 모르고 이성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약점을 알고 있는 전문 사기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은 페이스북 친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 명만 페이스북 친구가 되면 나머지 사람들도 알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중증 장애인의 경우) 지역에서 주민으로 살고 있는 장애인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수용시설이나 가정에서 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하고 있습니다. 또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도 드물어요. 대부분 단기간 계약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매우 짧아요. 사회 경험도 부족하고, 세상 돌아가는 물정도 모르고, 순진합니다. 거기다가 많이 외롭고. 이성에 대한 욕구는 있어도 해소할 곳도 없는 상황에서 젊은 여성이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하면 쉽게 속을 수 있습니다."

경찰 "페이스북 서버 외국에 있어 수사 어려워"

하지만 장애인들은 피해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대부분 원치 않았다.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A씨는 피해 장애인 중 한 명을 대신해 지난해 10월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어야겠다고 생각해서다. 고소장을 제출한 지 3달 가까이 지났지만 경찰은 페이스북 서버가 외국에 있어서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의 범죄사실과 고소이유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의 범죄사실과 고소이유
ⓒ 피해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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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중증장애인, # 사기, #페이스북, #소외감,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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